【 청년일보 】 노동자가 업무상 재해를 입었을 때 손해배상액을 산정하는 주요 기준 중 하나인 '도시 일용근로자의 월평균 가동일수(근무일수)'를 20일을 초과해 인정하기 어렵다는 대법원 판단이 나왔다. 2003년에 22일로 줄였었던 견해가 21년 만에 바뀐 것이다.
대법원 2부(주심 이동원 대법관)는 25일 근로복지공단(이하 공단)이 삼성화재해상보험을 상대로 구상금 지급을 청구한 사건에서 원심판결을 파기환송했다.
대법원은 파기환송 이유로 "연간 공휴일이 늘고 근로자들의 월평균 근로일이 줄어드는 등 사회적·경제적 변화를 고려했다"고 설명했다.
공단과 삼성화재는 2014년 경남 창원의 한 철거 공사 현장에서 크레인에서 근로자들이 떨어져 숨지거나 다친 사고와 관련해 소송을 벌였다.
공단은 다친 피해자에게 휴업급여·요양급여 등 3억5천만원을 지급한 뒤 크레인의 보험사인 삼성화재를 상대로 구상금을 요구하는 소송을 냈다.
이 소송에서 1심부터 대법원에 이르기까지 삼성화재의 손해배상 책임은 모두 인정됐지만, 구체적인 배상금을 따지는 과정에서 피해자의 일실수입을 얼마로 볼 것인지가 쟁점이 됐다.
일실수입이란 사고로 인해 피해자에게 장해가 발생했을 때, 사고가 나지 않았다면 장래에 얻을 수 있었으리라고 기대할 수 있는 수입을 말한다.
이는 대한건설협회의 시중노임 단가에 '평균 가동일수'를 곱해 월별로 산정한다. 평균 가동일수는 대법원이 판례를 통해 기준을 설정해왔는데 1992년에는 월평균 25일, 2003년에는 월평균 22일로 정했고 최근까지 그대로 유지돼 왔다.
1심은 피해자의 근로내역을 바탕으로 월 가동일수를 19일로 설정해 일실수입을 계산했다. 반면 2심은 종전 대법원 판례에 따라 월 가동일수를 22일로 정했다.
그러나 대법원은 이날 판결에서 "과거 대법원이 도시 일용근로자의 월 가동일수를 22일 정도로 보는 근거가 되었던 각종 통계자료 등의 내용이 많이 바뀌어 그대로 적용하기 어렵게 됐다"며 21년 만에 월 가동일수의 기준을 20일로 줄였다.
대법원은 "1주간 근로 시간을 40시간으로 제한하는 근로기준법이 2011년부터 5인 이상 모든 사업장에 적용됐다"며 "현장에서 근로 시간의 감소가 이루어졌고 근로자들의 월 가동일수가 지속적으로 감소하는 경향을 보인다"고 지적했다.
이어 "대체공휴일이 신설되고 임시공휴일의 지정도 가능하게 돼 연간 공휴일이 증가하는 등 사회적·경제적 구조에 지속적인 변화가 있었다"며 "근로자의 삶의 질 향상과 일과 삶의 균형이 강조되는 등 근로 여건과 생활 여건의 많은 부분도 과거와 달라졌다"고 전했다.
아울러 고용노동부의 '고용 형태별 근로 실태 조사'에 따른 최근 10년간 고용 형태별·직종별·산업별 월평균 근로일수를 살펴본 결과, 월평균 가동일수의 통상적인 기준을 20일로 정하는 것이 현실에 부합한다는 게 대법원의 판단이다.
한편 대법원 관계자는 "모든 사건에서 월 가동일수를 20일로 인정해야 하는 것은 아니고, 피해자가 적극적으로 증명한 경우에는 20일을 초과하여 인정될 수 있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그 기준점이 월 가동일수 22일에서 20일로 줄었다는 점에서 중요한 의미를 가지고 실제 실무례에 미치는 영향이 매우 크다"고 덧붙였다.
대법원은 당초 이 사건을 전원합의체 심리 대상으로 지정했으나 다시 소부 사건으로 내려 이날 판결을 선고했다.
【 청년일보=조성현 기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