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19 팬데믹을 통과하면서 인류는 불과 1년도 되지 않는 시간만에 새로운 감염증에 대한 백신이 개발 및 상용화되는 것을 경험했다. 이는 당시의 상식을 무너뜨리는 일이었다. 이후 인류는 mRNA가 가진 기존 의약품 대비 신속한 개발이 가능하고, 그동안 약물치료가 불가능했던 질환 등을 해결할 수 있는 가능성 등의 잠재력을 깨닫고 mRNA 의약품 개발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이러한 흐름에 한미약품을 비롯한 우리나라 기업들도 참전, 백신과 항암 신약을 중심으로 mRNA 의약품 개발을 추진해 나가고 있다. [편집자주]
[글 싣는 순서]
(上) 떠오르는 ‘mRNA 의약품’ 시대…“기존 의약품보다 큰 잠재력 주목”
(中) 한미약품, mRNA 의약품 ‘퍼스트 무버’ 목표…“항암신약 3종 개발”
(下) 제약바이오, mRNA 의약품 개발 참전…“지원·허가 정책 개선 필요”
【 청년일보 】 차세대 치료기술로 mRNA가 떠오르자 국내 대표 R&D 명가인 한미약품이 차세대 먹거리 중 하나로 mRNA 의약품을 지목, mRNA를 이용한 신약 개발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한미약품이 개발 중인 mRNA 의약품은 대표적으로 ▲STING mRNA 항암 신약 ▲p53 mRNA 항암 신약 ▲KRAS mRNA 항암 백신 등이 있다. 지난 4월 미국 시카고에서 열린 ‘미국암연구학회 2025 연례회의(AACR 2025)’ 등 다양한 학술대회에서 유의미한 연구 결과를 발표하며 신약 가능성을 입증하고 있다.
◆ STING mRNA 항암 신약, 면역계의 ‘리부트’ 목표…“새로운 면역치료 제시 기대”
16일 업계에 따르면 한미약품은 ‘STING mRNA 항암 신약(이하 STING 신약)’을 개발하고 있다. STING mRNA 항암 신약은 STING(Stimulator of IFN Genes) 단백질을 직접 발현시켜 강력한 항암 면역 반응을 유도하는 신약이다.
기존의 면역항암제는 면역 반응 신호의 최종 산물(항체, 사이토카인류, 면역세포 등)을 약물로 개발했지만, 현재 한미약품에서 개발 중인 STING 신약은 면역 반응의 상위 조절인자인 STING에 주목, 면역 반응의 시작점을 근본적으로 재구성해 종양에 맞서는 면역계의 ‘리부트’를 목표로 개발하고 있다.
특히 기존 STING 작용제는 ▲대사적 불안정성 ▲세포질 내 전달 효율 저하 ▲실제 암 조직 내 STING 발현 감소 등의 한계로 인해 치료 효율에 제한이 있음을 고려해 기존 면역항암제 보다 면역 회피 기전 약화와 면역 기억 효과 증가를 목표로 하고 있다.
이번 AACR에서 발표된 임상 결과에 따르면 세포주를 활용한 실험을 통해 암세포 및 면역세포에서 항종양성 사이토카인 분비 증가로 다양한 면역 반응을 효과적으로 활성화하는 것이 확인됐다.
대장암 동물 모델에서는 STING mRNA 항암 신약의 단독 투여만으로도 유의미한 종양 억제 효과를 입증했으며, 여러 항암제와의 병용 가능성도 높은 것으로 나타나 한미약품은 우수한 시너지 효과를 바탕으로 STING 신약이 새로운 면역치료 전략을 제시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 p53 mRNA 항암 신약, 암세포 억제 효능 입증…“mRNA 통한 p53 돌연변이 공략 기대”
한미약품은 ‘p53 mRNA 항암 신약(이하 p53 신약)’도 개발하고 있다. p53 mRNA 항암 신약은 대표적인 종양 억제 유전자(TSG) ‘p53 단백질’을 세포 내에 정상적으로 발현시켜 암세포의 자멸(apoptosis)을 유도하는 치료제다. p53 돌연변이를 가지고 있는 암에 mRNA를 이용해 정상적인 p53 단백질을 발현시켜 암세포를 사멸시킨다.
이번 AACR에서 발표된 임상 결과에 따르면 폐암 및 난소암의 동소이식(orthotopic) 동물 모델에서 암세포 성장을 효과적으로 억제한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탁셀 계열 화학요법과의 병용에서 우수한 시너지 효과를 나타냈으며, 아브락산과의 병용을 통해 폐암 및 난소암 동물 모델에서 항종양 활성을 입증했다.
지난해 10월에는 이탈리아 로마에서 열린 유럽유전자세포치료학회(ESGCT)에서는 mRNA 플랫폼 기술을 활용해 정상적인 p53 단백질을 세포 내부에 발현시켜 암세포 사멸을 유도하는 작용 원리를 발표했다.
또 암세포 사멸 기전이 활성화되고 종양 성장을 효과적으로 억제할 수 있다는 결과를 확인했다. 특히 폐암을 비롯해 난소암과 췌장암 등 다양한 동물 모델에서 특별한 부작용 없이 암세포 성장을 현저하게 억제한다는 결과를 공개하며, 차세대 mRNA 항암제로의 개발 가능성을 입증했다.
그동안 많은 제약·바이오 기업들이 p53 돌연변이를 목표로 공격하는 기전의 약물 개발 등을 시도해왔으나, p53 돌연변이 종류가 매우 다양해 대부분 실패했던 분야인 만큼, 한미약품은 mRNA가 p53 돌연변이 등 약물로 치료가 불가능했던 질환·원인에 대한 새로운 치료의 패러다임을 제시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 KRAS mRNA 항암 백신, KRAS 변이 암세포만 억제…“동물모델에서 유의미한 효능 입증”
한미약품은 다양한 주요 KRAS 돌연변이를 동시에 억제할 수 있는 mRNA 기반 항암 백신도 개발하고 있다. KRAS 변이는 ▲폐암 ▲대장암 ▲췌장암 등에서 매우 높은 빈도로 발견되고 있지만, 이를 표적하는 저분자 억제제는 현재 G12C 변이에 국한돼 있는 한계가 있다.
그러나 한미약품은 지난해 10월 이탈리아 로마에서 열린 유럽유전자세포치료학회(ESGCT)에 ‘KRAS mRNA 항암 백신’을 통해 여러 KRAS 변이를 동시에 표적할 수 있다는 결과를 입증했다.
정상 세포와 KRAS 천연형 암세포 및 다양한 KRAS 변이(G12A, G12C, G12D, G12V, Q61H) 암세포를 공동 배양한 실험에서 KRAS 변이 암세포 성장만 선택적으로 억제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또 면역 체계에서 중요한 역할을 하는 독성 T세포를 활성화시켜 암세포를 공격하는 주요 단백질인 그랜자임B(granzyme B)와 염증을 유발하는 사이토카인을 증가시킴으로써, G12C 변이를 가진 폐암 및 G12D 변이를 가진 대장암의 동물 모델에서 유의미하게 종양 성장을 억제하는 효과를 보였다.
◆ 한미약품, mRNA 의약품 ‘퍼스트 무버’ 노린다…“향후 2~3년內 임상 진입 목표”
한미약품이 이처럼 mRNA 의약품 개발에 공을 들이고 있는 것은 전 세계적으로 상용화된 mRNA 신약이 아직 드문 현재 상황에서 기회를 포착, mRNA 플랫폼을 활용한 신약 개발을 통해 mRNA 의약품 분야의 퍼스트 무버로 자리매김하기 위함이다.
이를 위해 한미약품은 비만 치료제 H.O.P 프로젝트와 함께 한미약품의 신약 개발 로드맵의 핵심 축 중 하나로 신규 모달리티 기반 약물 개발에 힘쓰고 있다.
대표적인 신규 모달리티인 mRNA 개발에 많은 연구와 투자하고 있으며, 자체 mRNA 플랫폼과 mRNA 핵심 원부자재 캡핑 시약을 바탕으로 향후 2~3년 안에 임상 진입을 목표로 개발을 진행하고 있다.
앞서 한미약품은 자체 R&D 역량을 기반으로 한미정밀화학이 생산한 원료물질을 이용한 독자적 mRNA 플랫폼 개발에 성공, ▲대사성질환 ▲항암 ▲심혈관 및 신장계 질환 ▲효소대체 요법 등 분야에 mRNA 플랫폼을 적용해 의약품 개발을 추진하고 있다.
한미약품 관계자는 “한미약품은 R&D에 강점이 있으며 항상 새로운 모달리티 및 신규과제 개발에 적극적인 투자를 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이어 “mRNA 플랫폼을 갖추고 꾸준한 연구를 하고 있던 상황에서 mRNA 플랫폼에 대한 효과와 검증이 잇따라 확인·발표되면서 mRNA 플랫폼을 이용한 차세대 전략으로 새로운 패러다임의 항암제 개발을 추진하게 됐다”고 말했다.
아울러 “합성신약과 바이오신약에 이어 mRNA 기반의 다양한 치료제가 향후 한미약품의 신약 파이프라인을 구성하는 중요한 축이 될 것”이라고 덧붙였다.
【 청년일보=김민준 기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