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제철 인천공장. [사진=연합뉴스]](http://www.youthdaily.co.kr/data/photos/20250835/art_17562579792115_dccda8.jpg)
【 청년일보 】 최근 노동조합법 2·3조 개정안(일명 노란봉투법)이 국회 본회의 문턱을 넘으면서 일선 산업현장 내 노사 간의 갈등이 증폭될 것이란 우려가 나오고 있다.
해당 법안은 공포 후 6개월의 유예 기간을 두고 있지만, 현대제철 등 일부 하청 노조에선 벌써부터 원청 대기업을 겨냥해 "직접고용, 직접교섭에 나서라"는 목소리를 높이고 있어 향후 노사 간 극단적 대립 구도가 형성될 가능성이 커진 상황이다.
재계 안팎에선 채용 과정의 공정성을 확보해야 할 책무가 있는 입장으로써 노란봉투법을 빌미 삼은 직접고용 요구는 일반 국민 정서와 배치되는 건 물론, 기존 정규직이나 취업준비생(이하 취준생)들에 상대적 박탈감을 야기할 수 있다고 주장하고 있다.
28일 정치권에 따르면 지난 24일 집권 여당인 더불어민주당과 범여권 정당 의원들의 주도로 노란봉투법이 국회 본회의를 통과했다.
노란봉투법은 파업 노동자에 대한 기업의 손해배상 청구를 제한하고 기업 투자 결정, 사업장 이전, 구조조정 같은 의사결정까지도 쟁의행위(파업) 대상이 될 수 있다는 것이 주요 골자다.
이에 더해 원청 업체와 직접적인 계약을 맺지 않은 하청 업체도 원청과 직접교섭이 가능하다.
이러한 내용들에 근거해 재계에선 1년 내내 노사분규와 이에 따른 산업 경쟁력 저하가 우려된다며 기자회견, 행정각부의 장 접견 등을 통해 신중한 입법을 촉구해왔지만 끝내 받아들여지지 않았다.
아직 공포되지 않았지만 이재명 대통령은 대선 후보 시절부터 노란봉투법을 공약으로 내걸고 입법 의지를 강하게 피력한 만큼, 기정사실화됐다는 분위기다. 해당 법안은 이 대통령이 추후 국무회의를 통해 공포하면 6개월 뒤부터 전격 시행될 예정이다.
그러나 법 시행까지 아직 6개월의 유예기간이 남아있음에도 불구하고, 산업 현장 곳곳에선 심상치 않는 기류가 감지되고 있다. 하청업체 노조들이 원청인 대기업을 향해 잇달아 일괄적인 직접고용과 직접교섭을 요구하고 있기 때문이다.
전국금속노조 충남지부 현대제철비정규직지회는 지난 25일 서울 여의도 국회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자회사를 통해 노동착취구조를 영구히 하려는 행태를 즉각 중단하고 직접고용에 나서라"며 현대제철에 직접고용을 요구했다.
이들은 ▲2021년 고용노동부의 직접고용 시정 명령 ▲2022년 인천지법의 직접고용 판결 ▲지난달 서울행정법원의 원청 교섭 거부 부당노동행위 판결 등을 근거로 들었다.
이를 두고 재계 내에선 노동자의 권익보호 강화 차원에서 제정된 노란봉투법이 본래 취지에서 벗어나 되레 '노노(勞勞) 갈등의 장'으로 변질될 수 있다는 지적을 제기한다.
직접고용이 곧 '정규직 전환'을 의미하고 임금, 복리후생비, 퇴직금 등 기존 직원들과의 처우가 동등해져 결국 갈등의 골이 더욱 깊어질 수 밖에 없다는 것이다.
또 다른 일각에선 적잖은 공정성 시비로 불거질 것이란 우려도 나온다. 정규직원이 늘어나면 자연스레 신규채용이 감소할 수 있어 취준생들 입장에선 "노력의 대가가 불공정"하다는 상대적 박탈감을 느낄 수 있다는 이유에서다.
특히 지난 2020년 문재인 정부 당시 비정규직의 정규직 전환 논란으로 촉발된 인국공(인천국제공항) 사태를 일례로 들며 사실상 '졸속 입법'으로 규정했다.
이에 대해 익명을 요구한 재계 관계자는 "지난 문재인 정부 시절 불거진 인국공 사태가 다시 재현되지 않을까 우려된다"면서 "그 당시 직고용 전환 과정에서 입사를 준비하던 많은 청년층들이 강하게 반발했던 만큼, 직고용 문제는 일반 국민 정서나 눈높이에도 맞지 않는다"고 밝혔다.
이어 "이번 현대제철을 기점으로 수많은 하청업체 노조들의 직고용 요구가 빗발칠 것으로 보인다"면서 "문제는 임금 등 사측의 비용 부담 증가로 직접고용을 꺼려할 시, 파업에 나설 수 있다는 점"이라고 덧붙였다.
차진아 고려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대기업 정규직 사원이 되기 위해 청년들은 스펙을 쌓고 학원비를 들여가면서까지 노력하는데 이러한 직고용 문제는 '불공정 채용'으로 비춰질 수 있고 정의 관념에도 부합하지 않다"고 지적했다.
조동근 명지대학교 경제학과 명예교수는 "엄밀히 따지면 노란봉투법은 전형적인 '생떼' 법안으로 직접고용을 하라는 규정은 없지만 (하청 노동자가) 원청과 직접교섭할 수 있도록 규정하고 있는 만큼, 사실상 직고용을 떼쓰는 통로를 마련해준 셈"이라고 말했다.
조 명예교수는 "(노란봉투법은) 비단 산업 생태계뿐만 아니라 노노 갈등을 유발할 공산이 크다"면서 "시장경제의 핵심은 기업의 자율성이고 이를 국가가 통제하는 행위는 기업 경쟁력을 약화시키는 격"이라고 역설했다.
【 청년일보=이창현 기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