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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 "과일을 한 팩에 담다"…최지선 풀무원 PM "과채즙과 정제수만으로 만드는 것이 핵심"

아임리얼, '실온 음료'로 확장…700만팩 돌파한 성장 비결
유통기한 한계 넘은 실온 멸균팩…소비자 접점 확대 기여
"'샷 주스' 콘셉트 도입"…한국식 '소용량 건강음료'로 변주
'타트체리'·'배도라지' 등 '흔하지 않은 맛'으로 과감한 확장
700만팩 성공 공식…브랜드 신뢰·메시지 전달·건강 트렌드
"미국 이어 중국까지"…글로벌 시장 노리는 '아임리얼 100'

 

【 청년일보 】 풀무원식품의 '아임리얼'이 실온 음료로 확장하며 새로운 전성기를 맞고 있다. 실온 음료 '아임리얼 100 고농축'은 출시 10개월 만에 700만팩 판매를 돌파했고, 전체 라인업 누적 판매량은 1천700만팩을 넘어섰다.

 

또한, 기존 '아임리얼' 냉장 주스의 최근 5년 평균 매출 절반을 단 1년 만에 달성하며 뚜렷한 성장세를 이어가고 있다.


이 혁신의 중심에는 제품 기획부터 시장 분석, 패키징 전략까지 제품의 A to Z를 책임지는 최지선 PM(제품매니저·Product Manager)이 있다.

 

청년일보는 지난 12일 풀무원 강남 본사에서 최 PM을 만나 '아임리얼 100'의 기획 배경과 개발 과정, 그리고 글로벌 진출에 대해 이야기를 들었다.

 

 

◆ "100% 과채 실온음료의 탄생"…'아임리얼 100' 만든 최지선 PM의 도전


외식경영을 전공한 최지선 PM은 처음부터 제품매니저를 꿈꿨던 것은 아니었다. 그는 웃으며 "입사 전까지만 해도 바이어 정도를 떠올렸지, PM이라는 직무는 풀무원에 들어와서야 처음 알게 됐다"고 회상했다.


최 PM은 "구매·소싱을 넘어서, 시장에 아직 없는 제품을 처음부터 만들어내는 일이 바로 PM이었다"며 "존재하지 않던 제품을 발굴하고, 그걸 소비자가 실제로 경험하게 되는 과정을 지켜보는 일이 너무 매력적으로 느껴졌다"고 말했다.


다양한 카테고리를 경험해온 점도 지금의 기획력을 받쳐주는 중요한 기반이 됐다. 그는 기업간거래(B2B) 급식·외식, 피자, 음료까지 폭넓은 영역을 거쳤다.


최 PM은 "한 영역에서 전문가로 성장하는 것도 중요하지만, 카테고리가 바뀔 때마다 새로운 기술과 아이디어를 배우게 된다. 앞선 카테고리에서 익힌 공정이나 기술이 다른 식품군에서 예상치 못한 방식으로 응용되기도 하고, 이런 경험들이 결국 음료 개발로도 자연스럽게 이어졌다"고 설명했다.


'아임리얼'은 지난 2007년 론칭 이후 '물 한 방울도 넣지 않는 착즙 주스', '초고압 비열처리(HPP)', '100% 과채', '첨가물 무첨가'라는 네 가지 원칙을 일관되게 지켜온 브랜드다. 견고한 브랜드 철학은 '아임리얼'의 경쟁력이면서 동시에 확장을 어렵게 만드는 제약이기도 했다.


최 PM은 "'아임리얼'이 가진 가장 큰 허들은 결국 '유통기한'이었다"며 "냉장 제품이다 보니 집에 쟁여두고 먹기 어렵고, 가격도 프리미엄이다 보니 주 소비층이 40~50대 주부로 한정되는 측면이 있었다"고 설명했다.


신규 브랜드 기획 과정에서 팀이 가장 먼저 고민한 것도 바로 이 지점이었다. 네 가지 원칙 중 무엇을 우선적으로 지킬 것인가에 대한 논의 끝에, 가장 핵심 가치로 '100% 과채'가 선택됐다.


그는 "만약 우리가 비가열 방식을 최우선 가치로 두었다면, 이름도 '아임비가열' 같은 전혀 다른 브랜드가 나왔을지도 모른다"며 "하지만 '아임리얼'이 소비자에게 가장 강하게 각인시킨 가치는 '진짜 과일'이었고, 그 가치를 유지하는 대신 실온 유통이라는 새로운 길을 열어보고자 했다"고 설명했다.


이 같은 고민 끝에 '아임리얼'의 정체성은 유지하면서도 '유통기한'이라는 물리적 한계를 넘어선 실온 주스 브랜드, '아임리얼 100'이 탄생했다.

 

 

◆ "한 팩에 담긴 집착"…최지선 PM의 '아임리얼 100' 개발 과정


'아임리얼 100'의 가장 큰 변화는 '실온 멸균팩' 패키지 도입이다. 또한, 냉장 보관이 필수였던 기존 제품과 달리 장기간 보관이 가능해지면서 소비자 접점이 넓어졌고, 가격 역시 합리적 수준으로 조정되며 타깃층이 대폭 확대됐다.


최 PM은 "기존 '아임리얼'은 프리미엄 냉장 주스로 인식돼 40~50대 주부 비중이 높았다"며 "실온 제품 전환 이후에는 초·중·고 학생이나 직장인들도 편의점에서 간편하게 구매할 수 있게 되면서 확실한 타깃 확장 효과가 나타났다"고 설명했다.


120ml 용량의 콤팩트 패키지도 변화의 핵심이다. 해외에서 유행하는 '샷 주스(Shot Juice)' 문화를 국내 소비 패턴에 맞게 해석해 도입한 것으로, 한 손 패키지에 들어오는 소용량으로 과채를 농축해서 과일에서의 영양을 빠르게 섭취하는 방식이 특징이다. 샷 주스는 채소·과일 섭취량이 부족한 해외에서는 이미 대중화된 형태다.


최 PM은 "한국에서도 간편하게 영양을 챙기고 싶어 하는 니즈가 꾸준히 증가하고 있어 샷 주스 콘셉트를 적용하는 것이 적합하다고 판단했다"고 말했다.


최근 음료 시장의 핵심 트렌드로는 이른바 '헬시플레저(Healthy Pleasure)'가 주목받고 있다. 그는 "운동이나 영양제 복용은 꾸준한 관리가 필요하다는 부담이 있지만, 음료는 마시는 행동만으로 건강을 챙길 수 있다고 느끼는 소비자들이 많다"며 "'아임리얼 100 고농축' 제품도 이러한 흐름과 맞물리며 인기를 얻고 있다"고 덧붙였다.


제품 개발 과정에서는 예상 밖의 소비자 반응도 나타났다. 토마토가 시장 규모와 판매력에서 우위일 것이라는 내부 예측과 달리, 실제 판매에서는 블루베리가 가장 높은 비중을 차지했다.


최 PM은 "토마토 주스는 경쟁 제품이 많지만 블루베리는 시장에 거의 없었다"며 "오히려 경쟁자가 없다는 점이 강점으로 작용해 판매가 빠르게 늘어난 것으로 분석된다"고 설명했다.


이 같은 경험은 플레이버(맛) 확장 전략에도 변화를 가져왔다. 최 PM은 보다 과감하게 새로운 조합을 시도했고, 그 결과 타트체리·푸룬·배도라지 등이 라인업에 추가됐다.


그는 "타트체리는 국내에서 원물을 구하기 어려워 대부분 농축액으로 들여오고, 배도라지는 계절 영향을 크게 받는다"며 "푸룬 역시 주스 시장에서 흔히 볼 수 없는 과일이다. 시장에 없는 플레이버를 선택한 시도가 오히려 제품 차별화에 중요한 역할을 했다"고 설명했다.


'아임리얼 100'이 강조하는 핵심은 '과채즙과 정제수만으로 만든다'는 점이다. 이는 개발 과정에서 가장 큰 난제이기도 했다.


최 PM은 "대부분 음료는 향료나 감미료가 적지 않게 들어가지만, '아임리얼 100'은 넣지 않기 때문에 맛의 완성도를 높이는 과정이 가장 어려웠다"고 말했다.


또한, 그는 개발 과정에서 직접 과일 수천 개의 무게를 재며 원물 기준을 잡은 일화도 밝혔다.


그는 "토마토는 농산물 표준 규격이 있지만 블루베리는 없다. 그래서 블루베리를 수천 알 구매해 일일이 무게를 재 평균값을 산출했고, 도라지도 크기 편차가 크기 때문에 수작업이 많았다"며 "이런 치밀한 과정들이 제품 완성도를 높이는 데 큰 도움을 줬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 "브랜드 신뢰·패키지 혁신·건강 트렌드"…'아임리얼 100'의 3대 성공 요인


'아임리얼 100 고농축'은 출시 10개월 만에 누적 판매량 700만팩을 돌파하며 빠르게 시장에 안착했다. 급성장의 배경을 묻자 최 PM은 세 가지 요인을 먼저 꼽았다.


최 PM은 "첫 번째는 브랜드 신뢰도다. '아임리얼'이라면 '진짜 과일'이라는 신뢰가 있다. 그동안 브랜드가 쌓아온 이미지가 초기 확산에 큰 힘이 됐다고 본다"고 말했다.

 

이어 "두 번째는 패키지 메시지의 직관성이다. 120ml로 용량은 작지만 '토마토 3개', '블루베리 25알'처럼 소비자가 즉시 이해할 수 있는 정보를 담아 구매를 이끌어냈다"고 설명했다.


그는 마지막으로 건강 트렌드와의 맞물림을 꼽았다. "기능성을 직접 표기할 수는 없지만 토마토는 건강에 좋다는 인식이 강하다. 이런 자연스러운 소비 니즈가 고농축 제품과 잘 맞아떨어진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다만 이 제품은 전체 판매량의 절반이 코스트코에서 발생해 특정 채널 의존도가 위험 요소로 거론되기도 한다. 그러나 최 PM은 이를 오히려 강점으로 평가했다.


그는 "액상 음료는 무게 때문에 일반 오프라인 매장에서 판매하기가 쉽지 않은 반면 코스트코는 소비자가 '무거운 제품을 사러 가는 곳'이라 음료 판매에 최적화돼 있다"고 말했다. 이어 "매장에서 경험한 소비자가 온라인으로 재구매하는 선순환 구조도 형성돼 있다"고 설명했다.


그는 편의점(CVS, Convenience Store)입점 확대에 대해서도 기대감을 드러냈다. 최 PM은 "편의점은 전국에 매장이 많이 분포돼 있는 만큼, 제품이 소비자 눈에 띌 기회가 크게 늘어난다. 브랜드 인지도 측면에서도 매우 중요한 채널"이라고 말했다.


다만, '아임리얼 100' 사업은 아직 초기 단계인 만큼 여러 운영적 어려움도 존재한다. 실온 제품을 위한 원재료 구매는 기존 냉장 '아임리얼'처럼 수십~수백 톤 단위의 안정적 계약이 어렵고, 수요 예측도 쉽지 않다.


그는 "예상보다 판매가 빠르게 늘어 원물을 급하게 구해야 했던 적도 많다"며 "패키지 역시 국내 생산이 없어 중국 공장에서 제작하는데, 발주 후 제품을 받기까지 두 달이 걸린다. 올해는 항공 운송으로 긴급 수입한 경우도 있었다"고 말했다.


최 PM은 올해 '아임리얼 100'의 가장 큰 성과로 '실온 시장으로의 본격 확장'을 꼽았다.


그는 "'아임리얼 100'이 단순히 목을 축이는 음료가 아니라, '건강한 프리미엄 과일 주스'라는 새로운 시장 리더십을 확보하는 브랜드로 자리 잡기를 기대한다"고 말했다.

 

 

◆ "미국 이어 중국까지"…아임리얼 100, '글로벌 시장' 도전


'아임리얼 100 고농축'은 내년 1월 중국 시장 진출을 추진하고 있으며, 수출용 제품의 유통기한을 12개월까지 늘리는 작업도 병행하고 있다. 최 PM은 "여러 나라 가운데 중국과 특히 니즈가 잘 맞아 협의를 진행 중이다"고 설명했다.


이는 지난 9월 미국 시장 진출에 이어 두 번째 해외 확장이자, 고농축 라인의 글로벌 가능성을 시험하는 중요한 이정표가 될 전망이다.


또한, 최 PM은 내년에 수급 안정화와 원가 효율화, 품질 일관성 확보를 주요 목표로 두고 있다고 설명했다.


향후 목표를 묻자 최 PM은 "'아임리얼'은 이제 어느 정도 자리를 잡았다"며 새로운 도전에 대한 의지를 드러냈다. 그는 "풀무원은 지금까지 과채주스에 집중해 왔지만, 앞으로는 더 다양한 음료 영역을 확장해 보고 싶다"며 "풀무원에서도 '이런 음료가 나올 수 있구나'를 보여주는 것이 개인적인 목표"라고 말했다.


'아임리얼 100'의 성과는 단순한 신제품 히트에 그치지 않는다. 브랜드의 철학과 이를 구현하기 위한 세밀한 공정, 집요한 기준 설정이 만들어낸 결과다.


최 PM은 "보이지 않는 집착이 제품의 품질을 결정한다"고 강조했다. 블루베리 수천 알의 무게를 직접 재 평균값을 산출했던 과정은 그 집념을 상징적으로 보여준다.


실온 음료 시장에 새로운 길을 연 '아임리얼 100'이 앞으로 국내를 넘어 글로벌 시장에서 어떤 이야기를 써 내려갈지 주목된다.

 


【 청년일보=권하영 기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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