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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수첩] 금융당국의 자의적인(?) 고통분담...카드수수료 인하, 금융소비자는 봉인가

 

【 청년일보 】 "가맹점 수수료 수익은 이미 적자 상태로 돌아선지 오래됐고, 이에 현금서비스나 카드론과 같은 대출로 작자 규모를 메꾸고 있는 실정입니다" 뿐만 아니다. 카드업계는 적자 폭을 줄이기 위해 기존 고객들에게 제공해왔던 각종 혜택을 없애거나 축소하고 있다.

 

카드업계가 냉가슴이다. 3년 만에 '적격비용 재산정' 시즌이 도래하면서 한숨 섞인 목소리들이 여기저기서 흘러나오고 있다.

 

금융위원회는 지난 9월 주요 카드사 CEO들과 함께 가맹점 수수료 개편 관련 비공개 간담회를 진행했다. 이날 비공개 회의에서는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이하 코로나19) 여파로 어려움을 겪고 있는 소상공인을 보호한다는 명분 아래 적격비용 재산정을 통해 사실상의 수수료 인하를 요구했다.

 

적격비용 재산정이란, 매 3년마다 카드사가 원가를 책정해 이를 토대로 카드 수수료를 재산정하는 제도다. 지난 2012년 여신전문금융업법(여전법) 개정을 통해 도입됐다. 카드 수수료율은 카드사의 자금조달비용을 비롯해 위험관리비용, 일반관리비용, 마케팅 비용 등 원가 분석을 기초로 적격비용을 검토, 산정한다.

 

현재 카드사는 연 매출 3억원 이하의 영세 가맹점에는 0.8%의 수수료를 책정해 받고 있다. 또한 3억~5억원은 1.3%, 5억~10억원은 1.4%, 10억~30억원은 1.6%를 적용하고 있다. 이는 지난 2007년(4.5%)부터 12년간 총 13차례에 걸쳐 수수료를 인하한 결과다.

 

여신협회 등에 따르면 일반적으로 카드사에서 '원가 이하의 우대 수수료율', 즉 팔면 팔수록 손해를 보는 '역마진'이 발생하는 구간은 0.8~1.6%다. 백화점과 같은 대형 가맹점을 제외한 거의 모든 가맹점 수수료가 여기에 해당되고 있다.

 

실제로 카드사들의 가맹점 수수료 수익은 불과 3년 사이에 1조원 이상 줄었다. 올해 1분기 전업 카드사 수수료 이익은 약 1조8천억원이다. 이는 수수료율을 재산정 하기 직전인 지난 2018년 1분기 기준 수수료 수익이 약 2조 9천억원이었다는 점을 감안하면 거의 반토막이 난 셈이다.

 

그러나 금융당국의 시선은 달랐다. 즉 신용판매 부문에서 적자를 기록하고 있으나, 전체적으로 볼때 이익을 내고 있다는 점과 코로나19로 인한 소상공인들의 고통 분담이란 명분을 내세워 카드업계에 카드 수수료율 인하를 요구하고 있다.

 

이에 그 동안 숨 죽이며 감내해오던 카드사들의 불만이 표출되고 있다. 실제로 카드사 노조는 소상공인들의 어려움을 인정하나, 이를 카드업계에 전가하는 금융당국의 일방적 행보를 비난하고 나섰다.

 

카드사노조협의회는 지난달 금융위원회가 입주해 있는 정부종합청사 앞에서  카드 수수료 인하의 제도적인 근거인 적격비용 재산정 제도 폐기를 요구하며 대정부 투쟁까지 천명했다. 갈등의 골이 깊어지고 있는 상황이다.

 

협의회 노조측은 "현재 부가가치 세액공제제도를 감안하면 약 92%의 가맹점의 카드 수수료의 실적적인 부담은 0%"라면서 "현재 영세상인들이 힘든 것이 카드 수수료에 따른 것인가"라고 반문했다.

 

또한 카드업계는 적자 구조 개선 없이 '묻지마 손해'를 강요하는 금융당국의 행태를 강력 비난했다. 이들은 수차례에 걸친 카드 수수료율 인하로 지난 몇년간 인력 감축 등 구조조정에 가까운 고통을 감내해왔다고 주장하고 있다.

 

이들은 지난 12년간 총 13차례에 걸쳐 진행된 카드수수료율 인하 여파로 영업점포의 40%가 줄었고, 이로 인해 10만명에 육박했던 카드모집인의 규모가 불과 8500여명 밖에 남지 않았다고도 했다.

 

금융당국의 압박과 노조의 반발 사이에 정작 카드사 경영진들은 눈치만 보며 전전긍긍하는 모습이다. 가맹점 수수료 인하에 대해 총 파업까지 거론하며 투쟁 수위를 높이고 있는 노조에 대해 관망만 할 수도 없는 입장이기 때문이다.

 

자칫 금융당국과 엇박자를 내며 잡음을 야기할 경우 향후 주 소득원인 현금서비스나 카드론과 같은 고금리 대출 등 수익 구조 및 신사업 추진 등에 악영향을 미치지는 않을까 우려하는 분위기도 감지되고 있다.

 

때문에 일각에서는 금융당국과 대립해서 실익이 없는 수수료 인하 사안을 양보하는 대신 자동차 할부금융을 비롯해 리스, 빅데이터 등 여타 사업부문의 확대를 도모하는 것이 바람직할 것이란 이야기도 나온다.

 

문제는 금융당국과 카드업계간 수수료 인하로 인한 갈등이 봉합된다해도 결국 이로 인한 여파는 고객 혜택 축소로 이어진다는 점이다. 고래싸움에 새우등 터지게 된 셈이다. 

 

카드업계는 이미 카드수수료 역마진에 의해 적자가 늘면서 기존 고객들에게 제공해 왔던 각종 부가혜택을 없애거나 축소하고 있다. 카드사들의 적자 폭을 줄이기 위한 미봉책인 셈이다.

 

여신금융협회에 따르면 BC카드를 제외한 신한카드와 삼성·KB국민·현대·하나·롯데·우리카드 등 전업계 7개 카드사들은 올해 7월말 기준 무려 130종의 카드를 폐기했다.

 

물론 제휴가 끝났거나, 수요가 없어 폐기 결정된 카드들이 포함돼 있지만 소비자들에게 알짜 혜택을 제공해온 이른바 ''혜자카드(혜택이 많은 카드)'들도 다수 포함됐다는 점이다. 즉 수수료 인하 탓에 팔수록 손해가 발생하는 데 이를 유지할 이유가 없기 때문이다.

 

게다가 카드업계는 이번 카드 수수료 인하가 시행될 경우 커피와 영화 구매 시 최대 50%, 대중교통 20% 할인 등 소비자 혜택이 큰 카드들의 '구조조정'이 불가피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수입보다 지출이 많은데 굳이 추가 서비스를 제공할 필요성이 없다는 판단이 내재돼 있다.

 

최근 나이스신용평가는 이번 적격비용 재산정으로 인한 카드 수수료의 인하 폭은 0.1%~0.2% 수준이 될 것으로 예상했다. 이어 카드사 합산 영업이익 손실액은 0.1% 인하 시 5200억원, 0.15% 인하시 9200억원, 0.2%는 1조3000억원 수준으로 추산했다.

 

기업들의 경영목적은 이익추구다. 다만 과도 여부는 따질 필요가 있다. 하지만 객관적이고 합리적인 판단이 선행돼야 한다. 고통 분담 차원이라는 명분을 내세운 요구는 참으로 거절하기 쉽지 않다.

 

다만 여유가 있는 이들에게 고통 분담은 부담으로 작용하지 않지만 손해를 보고 있는 상황에서 고통을 분담하라는 것은 권력기관의 '갑질'이다.

 

더구나 신용리스크, 금리리스크 등 재무건정성 기준을 각 항목별로 맞추라고 요구하는 금융당국이 사업부문별 손익여부는 외면한 채 '퉁쳐서(?) 전체적으로 이익이 나고 있으니 고통 분담에 나서라는 건 행정편의주의에서 비롯된 '자가당착'이자 '모순'이다. 또한 금융당국에 대한 시장의 신뢰를 실추할 수 있는 또 다른 빌미가 된다는 점도 알아야 한다.

 

【 청년일보=이나라 기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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