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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수첩]동방 '빚 877억원' 인수한 기업은행, 오너 위상 강화에 '부역(?)'

 

【 청년일보 】 '평택항 부도 압사 사고'로 공분을 사며 사회적 물의를 야기한 바 있는 물류업체 동방이 과중한 차입금으로 재무 안정성이 흔들리고 있는 가운데, 국책은행인 IBK기업은행이 석연찮은 대출금 떠안기로 지원에 나선 것을 두고 세간의 관심이 적지않다.

 

일각에서는 회사의 긴급한 재무적 부담을 해소하는 한편 오너 일가 지배구조 강화에 간접 지원을 한 모양새로 해석하고 있다. 하지만 기업은행의 이 같은 행보를 두고 사회적 책임이 요구시되며 확산 추세인 ESG경영 행보와는 다소 거리가 멀다는 지적이 나온다. 

 

이는 민간 금융회사의 목적이 이윤 추구라는 데에는 이견이 없으나, 사회적 책임을 외면하는 기업들에 대한 견제가 ESG경영의 주요 취지라는 점에서 국민 세금을 지원받고 있는 국책은행인 기업은행의 행보는 다소 부적절하다는 의견이 제기되고 있다.

 

동방은 항만 하역 등 특수물류에서 오랜 업력을 보유한 기업으로, 국내 수위권의 시장지위를 확보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포스코를 비롯해 한국전력, 현대중공업 등 국내 굴지의 기업들을 거래처로 두고 수십년동안 관계를 유지하고 있는 등 비교적 안정적이란 평가를 받아오고 있다.

 

하지만 최근 경영상의 이상기류(?)가 감지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동방은 최근 금융권으로부터 890억원을 단기차입했다. 이는 동방의 계열사인 유엔씨티의 빚은 대위변제해주기 위한 일환으로, 쉽게 말해 유엔씨티에 자금을 빌려줘 부채를 대신 갚아 준 셈이다. 이를 통해 유엔씨티 대주단을 재구성하는 한편 사업안정성을 확보하겠다는 전략으로 풀이된다.

 

이 과정에서 동방은 대위변제 채권을 기업은행에 양도했다. 양도된 대위변제 채권의 금액은 877억원 정도다. 조기상환 수수료 등을 감안하면 당초 대출 단기차입 규모는 다소 달라질 것으로 예상된다.

 

채권양수도 처리는 기업 자율 결정 사항이나, 우려할 점은 동방과 계열사들의 경영 상황이다.  동방의 자회사인 유엔씨티는 지난 2010년대 중반부터 부채비율이 무려 1천%를 웃도는 한편 부분자본잠식 가능성마저 제기되고 있는 실정이다.

 

동방의 주요 계열사인 유엔씨티는 울산 신항컨테이너부두를 운영하고 있으며, 또 다른 계열사인 동방생활산업은 섬유 산업을 영위하고 있다. 그러나 사업 진출 후 이렇다할 성과를 내지 못하고 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특히 모체인 동방도 경영상황이 녹록치 않다는 점이다. 지난 2020년 동방이 거둬들인 매출규모는 약 5천900억원이다. 당기순익은 마이너스 3억 6천만원 적자를 기록했다. 올해 1분기의 경우 매출액 1천801억원, 당기순익 17억4천만원을 기록했다.

 

부채총액은 지난해 말 기준 3천997억원을 기록한데 이어 올 1분기 말 기준 4천285억원을 기록 중이다. 부채비율은 2019년 말 443%에서 2020년 말 351%을 기록한데 이어 지난해 말 기준으로는 304%를 기록하고 있다.

 

이 같은 점을  감안하면 추가로 800억원이 넘는 자금을 빌려 이를 계열사 부채 해소에 지원한다는 건 그 만큼 경영 리스크가 더욱 커질 수 있다는 점을 배제할 수 없다.

 

물론 사업의 특수성을 거론하는 시각도 있다. 경쟁자 진입과 부두시설 투자 등의 특수 영역이기 때문에 부채를 일정 부분 안고 있을 수 밖에 없다는 지적이다.  즉 시설비용투자(CAPEX) 부담을 일정 부분 안고 가는 시설투자업의 속성을 갖고 있다는 주장이다.

 

하지만 여전히 의구심은 남는다.  동방은 지난 2015년에도 유엔씨티 유상증자에 참여해 150억원을 출자하며 자금 지원에 나선 바 있다. 하지만 부채비율이 1천%를 웃도는 등 재무구조는 크게 개선되지 않았다.

 

이에 유엔씨티는 자구책 마련을 위해 금융회사와 차입금 조건 변경을 위한 협상에 나섰고, 부두시설에 대한 매각도 타진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 같은 상황에서 최근 기업은행이 동방의 대출과 대위변제, 대위변제 채권의 양도 등 경영 부담 해소에 나선 점이 또 다시 이목을 끌고 있다. 대위변제 채권을 기업은행 측이 양수한 명목은 이지스울산신항인프라일반사모신탁의 신탁업자 지위라는 설명이다.

 

문제의 유엔씨티가 울산 신항컨테이너부두 운영 투자 때문에 재무상태가 악화됐던 점과 부두시설 매각 등경영난이 다소 심화되고 있는 징후 등을 종합적으로 판단할 때 기업은행의 판단이 적절했는지에 대한 의견이 분분하다.

 

우선 유엔씨티와 동방 등이 겪고 있는 경영상의 어려움이 단순히 시설비용(CAPEX) 부담 때문은 아니라는 지적이다.  최근 몇 년 간 금융비용 부담과 지분법 손실로 영업외수지의 등락폭이 크게 나타나고 있는 등 전반적인 손익구조의 안정성이 크게 떨어졌다는 평가가 나온다.

 

앞서 동방은 신국제여객부두 투자, 선박 구입 등 자체적인 현금창출력을 넘어서는 자본적지출이 지속적으로 발생했던 경험이 있다. 이에 현금창출력 대비 과중한 차입금과 높은 부채비율을 소액의 단기자금 조달은 일시적으로 숨통은 틔울 순 있겠지만 미봉책에 불과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이에 일각에서는 동방의 근본적인 재무구조 해결 방안에 대해 차입금 규모를 되레 대폭 줄이는 게 바람직하다는 의견이 나온다.

 

동방의 경우 영업활동현금흐름을 어느 정도 창출하고 있는 만큼 자본적 지출을 포함한 비용을 적정 수준으로 관리하는 것이 현명하다는 주장이다.

 

이를 감안하면 기업은행이 동방에 대한 대위변제채권을 인수해 주기로 한 결정은 기업의 재무건전성 향상지원이란 역할 보다는 그저 이윤에만 목적을 두었다는 평가가 나온다.

 

물론 동방도 자구책 마련에 뒷짐을 지고 있었던 건 아니다. 동방은 지난  2015년에 이어 지난해 10월 보통주 800만주를 발행하는 유상증자를 시행했다. 당시 1차 발행가액은 주당 3천220원, 총 257억 6천만원 가량의 자금을 조달했다.

 

동방은 당초 예상발행가액 기준 307억원을 조달해 270억원을 채무상환하고 36억여원은 운영자금으로 활용할 계획이었지만, 1차 발행가액이 예상발행가액보다 낮게 책정된 탓에 조달된 자금 모두 차입금 상환에 투입했다.

 

다만 유상증자에도 불구 오너 일가는 어떠한 희생도, 손해도 없었다는 점이다. 경영 상황이 녹록치 않게 될 경우 사채 출연은 물론 자사주 매입 등 각종 수단을 동원해 적극적인 경영정상화를 모색해야 한다는 건 대체적인 시각이다.

 

되레 오너 일가 2세대인 김형곤 회장은 지난해 유상증자를 단행할 때쯤 청약권을 인수해 부친 몫 등 8억어치를 추가 매입했다.

 

동방의 2세대 주자인 김용곤 회장은 주주들에게 주어진 신주인수권을 자신의 몫 이외에 추가 매입하는 데 열을 올렸다. 즉 증자 추진 당시보다 적은 자금으로 신주를 인수함으로써 지분율 하락을 최소화한 셈이다.

 

지난해 말 기준 김 회장이 보유 중인 동방의 지분율을 17.88% 정도다. 창업주인 부친 김용대 명예회장은 지분율은 2.64%선으로, 특수관계인 4명을 합해도 22.27% 정도다.

 

김 회장이 자신의 몫 외에 부친과 모친, 재단 등 이번 증자에 불참한 특수관계인 3명의 신주인수권을 전량 매입하면서, 이달 27일 기준 김형곤 회장 지분은 18.91%, 김용대 2.20%, 특수관계인 4명 총합 22.63% 등 보유 지분율은 되레 높아졌다.

 

동방과 계열사들의 다소 비정상적인 경영 행보에도 오너 일가의 경영권이 되레 공고히 굳혀지는 모양새다.

 

이들의 지배 구조 강화에 국책은행이 적극 협조하고 나선 것을 두고 이익 계산에만 치중한 것 아니냐는 지적이 나오는 이유다. 다시 말해 이윤 추구란 목적을 달성할 수만 있다면 다소 비정상적인 경영행보에도 오너 체제 강화에 부역한다는 오해를 살수 있는 이유이기도 하다.

 

 

 

【 청년일보=임혜현 기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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