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푸른 용의 해'인 갑진년(甲辰年) 새해가 밝았지만 국내 기업들은 여전히 노심초사하고 있다. 지난 한 해 동안 고금리·고물가·고환율 3고 현상에 따른 내수 침체, 수출 둔화 등 '더블 악재'를 보냈는데 올해 역시 대내외 변수로 경영환경을 가늠할 수 없기 때문이다. 재계 안팎에선 올해도 기업들의 경영 불확실성이 짙어질 것이란 우려 속에 한국 경제의 버팀목인 삼성전자의 경영전략에 이목이 집중되고 있다. 지난해 글로벌 경기침체로 부진을 피하지 못했지만 다시 한 번 힘찬 도약을 통해 초일류기업으로서의 책임과 역할을 다하겠다는 포부가 담겨 있다. 청년일보는 삼성전자의 각 사업부별 경영전략 세 편을 제시했다. [편집자주]
[글 싣는 순서]
(上) "글로벌 불확실성 지속"...삼성전자, 젊은 피 통한 성장동력 '재정비'
(中) "신사업 발굴·AI로 사활 건다"...삼성전자 DX부문, 미래 도약 '이상무'
(下) 반도체 한파 종착역 '키포인트'...삼성전자, HBM·CXL '승부수' 띄운다
【청년일보】 글로벌 경기침체가 예상보다 장기화되면서 지난해 국내 기업의 경영환경은 전반적으로 '시계제로' 국면에 빠졌다. 이에 초일류기업 삼성전자의 주력사업인 반도체 부문도 세계적인 IT 수요 부진이 곧 메모리 업황 둔화로 직결되면서 줄곧 적자 수렁에 허덕였다.
불행 중 다행으로 디바이스 경험(DX) 부문 산하 스마트폰 사업을 담당하는 모바일경험(MX) 사업부가 반도체 사업을 담당하는 DS(디바이스솔루션) 부문의 적자폭을 상쇄하며 삼성전자 전체 실적 방어에 성공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글로벌 불확실성이 현재진행형인 만큼 올해 역시 경영환경이 녹록치 않을 것이란 우려 속에 DX부문은 2024 경영전략 핵심 키워드로 ▲신사업 발굴 ▲인공지능(AI) 시장 선점을 제시했다.
많은 전문가들은 젊은층들 사이 애플의 아이폰 선호현상이 심화되고 MX사업부의 주력인 갤럭시폰이 '아재폰'이란 인식이 퍼져있는 상황에서 고급화에 기반한 차별화 및 MZ세대와 미래 고객인 알파세대(2013년 이후 출생)를 겨냥한 맞춤형 마케팅 전략에 주안점을 둬야 한다고 강조하고 있다.
◆ "미래 먹거리 발굴"···삼성전자, DX부문 '비즈니스 개발 그룹' 신설
2일 재계 등에 따르면 지난달 삼성전자는 조직개편을 통해 DX부문 내 '비즈니스 개발 그룹'을 신설했다. 비즈니스 개발 그룹은 DX부문의 신사업 발굴을 총괄하는 일종의 '컨트롤타워'다.
아울러 DX부문 산하 MX사업부와 영상디스플레이(VD)사업부, 생활가전(DA)사업부 등 3개 사업부에도 각각 동일한 명칭의 사업 개발 조직을 만들었다.
재계 안팎에선 폴더블폰 등 일부 프리미엄 제품을 제외하고 경기침체 장기화로 세트(완제품) 사업 전반의 실적부진을 겪은 만큼, 수요 둔화 등 위기를 타개하고 장기적인 수익 창출을 위한 사업 발굴에 집중하겠다는 의도로 해석한다.
앞서 지난해 11월 말엔 정기 임원 인사 발표와 함께 부회장급 조직인 '미래사업기획단'도 신설했다. 이는 기존 사업의 연장선상에 있지 않은 신사업 발굴 차원에서 만들어진 조직으로, 새로운 기술개발과 사업영역 개척을 위한 토대를 구축했다는 평가다.
비즈니스 개발 그룹은 지난해 8월 설치한 미래기술사무국은 물론, 미래사업기획단과 함께 유기적으로 소통·협력해 시너지를 발휘할 계획인 것으로 알려졌다.
재계에 정통한 관계자는 "해당 조직들이 신설된 배경엔 유례없는 복합위기에 따라 향후 신사업 발굴에 그룹의 사활을 걸겠다는 이재용 회장의 고심이 담긴 것으로 보인다"고 밝혔다.
![지난해 11월 삼성전자 서울R&D캠퍼스에서 열린 '삼성 AI 포럼 2023' 전경 [사진=삼성전자]](http://www.youthdaily.co.kr/data/photos/20231252/art_17038164537849_608a5e.jpg)
◆ "AI 폰 시대 도래"···삼성전자, AI 특화폰 '갤럭시 S24' 1월 중 출시
DX부문의 캐시카우(핵심 수입원)로 자리매김한 MX사업부 경영 키워드는 'AI 시장 선점'이다. 지난해 3분기 갤럭시 Z플립5·폴드5 등 신형 폴더블폰 시리즈의 판매호조에 힘입어 견조한 실적을 올린 MX사업부는 올 1월 중 '생성형 AI' 기술을 탑재한 '갤럭시 S24' 시리즈를 선보일 예정이다.
특히 삼성전자의 DX부문 선행 연구소 삼성리서치에서 개발한 생성형 AI 모델인 '가우스'를 앞세운다는 구상이다. 지난해 11월 열린 '삼성 AI 포럼 2023'에서 공개된 '삼성 가우스'는 머신러닝 기술을 기반으로 ▲언어 모델 ▲코드 모델 ▲이미지 모델 등 크게 3가지 모델로 구성된다.
가우스를 바탕으로 갤럭시S24에선 실시간 통화 통역 서비스가 제공된다. 별도 외부 앱 없이도 AI가 실시간으로 상대방 언어로 통역, 전달해 편리성을 구현했다. 여기에 ▲자체 휴대폰 배경화면 제작 ▲메일 작성·요약 ▲문법 교정 등의 작업들도 가능하다.
글로벌 스마트폰 시장 경쟁사인 애플 역시 여러 기술을 무장한 AI 폰으로 맞선다는 관측이 우세한 만큼 업계 안팎에선 시장 선점을 위한 양측의 치열한 경쟁구도가 펼쳐질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이처럼 삼성전자가 'AI 컴퍼니 도약'이란 중장기적 경영전략을 내세운 가운데 복수의 전문가들은 10대부터 30대까지 이르는 젊은층들의 갤럭시 선호도가 애플 아이폰에 비해 떨어지는 만큼, 이에 대한 타개책 마련이 '선결과제'라고 입을 모았다.
지난해 7월 리서치 전문업체 한국갤럽이 실시한 '2023 스마트폰 사용률&브랜드 조사' 결과에 따르면, 18~29세 응답자의 65%가 아이폰을 사용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는 전년 대비 13%p 상승한 수준이며, 향후 스마트폰으로 아이폰을 구매하겠다는 비율 또한 59%에 달했다.
실제로 애플은 지난 2018년 한국 애플스토어 '가로수길점'을 처음으로 오픈한 후 여의도, 명동, 잠실, 강남 등 국내에서 기반을 점차 확장해가고 있다. 최근엔 국내 6번째 애플스토어이자 서울 외부 첫 애플스토어인 '애플 하남점'을 오픈한데 이어 올해 '홍대점'도 개장할 것이란 관측도 나온다. 젊은층들 사이에서 아이폰을 선호하는 경향이 뚜렷하게 나타나고 있는 점을 공략한 것이다.
황용식 세종대학교 경영학부 교수는 "오늘날 MZ세대와 청소년 소비자들 사이에서 아이폰은 소위 '시대의 아이콘'이라 불릴 만큼 충성심이 높다"며 "앞으로 출시될 갤럭시 시리즈 후속작에서 삼성전자는 아이폰과 차별화된 기술력을 집약해 프리미엄 스마트폰 시장을 선도해나갈 고급화 전략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이은희 인하대학교 소비자학과 교수는 "고급화 전략 외 MZ, 알파 등 특정 세대의 아이폰 편중현상에 대한 심리와 원인에 대해 심층분석할 필요가 있다"면서 "이후 SNS를 통해 갤럭시폰만의 차별화된 요소를 온라인 마케팅으로 활용해 젊은 고객층과의 접점을 확대하고 미래 잠재고객을 확보해야 한다"고 말했다.
【청년일보=이창현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