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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황형 소비 악순환"…'한숨' 깊은 대형 마트업계

올해 3월 소매 판매, 전월 대비 0.3% 감소…"내수 부진 지속"
대형마트, 신선식품 등 저마진 상품 위주…"원가 남기기 급급"
전문가 "현재는 버티는 게 최선…매장·상품·서비스 혁신 투자"

 

【 청년일보 】 지속되는 불황형 소비로 대형 마트업계의 시름이 깊어지고 있다.

 

전문가들은 현재는 '버티기'에 집중해야 하는 시기라면서도, 미래의 먹거리 발굴을 위한 과감한 투자도 병행해야 한다고 제언한다.

 

2일 업계에 따르면, 최근 대형 마트·전자상거래(이커머스) 등을 포함한 주요 유통업체는 최근 지속되는 내수 부진으로 인해 혹한기를 보내고 있다.

 

한 주요 유통업체 관계자는 "그야말로 창사 이래 가장 어려운 시기라고 할 수 있다"며 "안 그래도 경기 침체로 힘들었는데, 지난해 12월 이후 정치적 혼란기를 겪으면서 경제상황이 더 어려워져서 경쟁사들도 막막해 하는 상황"이라고 전했다.

 

실제 2일 통계청 국가통계포털(KOSIS)에 따르면, 올해 3월 소매 판매(재화 소비)는 전월보다 0.3% 감소했다.

 

주요 산업 역시 내수 침체의 벽을 넘지 못했다. 구체적으로 서비스업 생산은 전월보다 0.3% 줄었고, 설비투자도 전월 대비 0.9% 감소했다.

 

한국은행의 실질 국내총생산(GDP) 성장률 지표에 따르면, 민간 소비는 1분기 0.1% 감소했다. 1분기 설비투자도 1분기 2.1% 감소했고, 건설 투자도 3.2% 줄었다.

 

상황이 이렇자 경기 침체와 내수 부진에 가장 직접적으로 피해를 입는 대형 마트 등 오프라인 유통업체의 피해가 심화하고 있다.

 

특히, 경기 침체가 이어지면서 저렴한 대체재나 가성비 좋은 값싼 제품을 구매하려는 경향인 '불황형 소비'가 고착화되면서 업체들의 고민이 깊어지고 있는 형국이다.

 

최근 이마트·홈플러스·롯데마트 등 주요 대형 마트업체들은 신선식품 위주로 상품 구색과 매장 구조를 대대적으로 개편하고 있다.

 

전자상거래(이커머스) 업체의 부상으로 인해 기타 생활용품 등 마진이 높은 상품의 판매가 저조해지자, '오직 오프라인 공간에서만 만날 수 있는' 상품 판매에 집중하기 시작한 것이다.

 

한 대형 마트업체 관계자는 "결국 대형 마트는 오프라인 점포 기반의 사업을 지속할 수밖에 없다는 한계가 있다"며 "또한, 어떻게든 소비자들을 매장으로 끌어들일 수밖에 없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문제는 소비자가 대형 마트를 직접 방문해 쇼핑을 하더라도, 앞서 언급한 신선 식품과 같은 저(低)마진의 상품 판매 비중이 높아지고 있다는 점이다.

 

신선식품은 업계에서 대표적인 저마진 상품으로 꼽힌다. 치열한 가격 경쟁으로 인해 판매 단가가 점차 낮아지고 있는 데다, 신선식품의 신선도를 유지하기 위한 콜드체인 등 유통망을 유지하는 데 상당한 비용이 요구되기 때문이다.

 

한 업계 관계자는 "업계에서는 울며 겨자 먹기로 신선식품을 판매하고 있다고 보는 게 타당하다"며 "이마저도 판매하지 않으면, 소비자들에게 어필할 수 있는 매력 요소가 없기 때문"이라고 토로했다.

 

전문가들은 대형 마트의 신선식품 판매쏠림으로 대표되는 불황형 소비가 지속될 경우, 이들 업체들이 무한 출혈 경쟁에 노출될 수밖에 없다는 점을 경고한다.

 

유통업계에 정통한 한 학계 인사는 "경기 침체 장기화로 불황형 소비가 유통업계의 대세로 굳어진다는 것은 결코 바람직하지 않다"면서 "특히 오프라인 기반 점포를 운영하는 유통업체의 경우 상품을 판매해도 마진이 거의 남지 않는 상황이 반복되고 있다"고 짚었다.

 

그는 "결국 저렴한 상품이라도 더욱 많이 판매하기 위해서 업체 입장에서는 가격을 낮출 수밖에 없고, 경쟁사들도 이에 따라 다시 가격을 낮추게 되는 현상이 반복되고 있다"며 "업태 자체의 존립도 크게 위협받는 상황에서 서로 간의 제로섬 게임으로 현금 출혈을 지속적으로 강요 받게 되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또 다른 학계 인사 역시 "소비자들을 끌어모으기 위해서는 결국 지속적인 대규모 할인 프로모션을 할 수 밖에 없는데, 이 프로모션 역시 대규모 비용이 투자되는 것"이라며 "저렴한 가격을 위해 경쟁적으로 상품을 들여오지만, 원가에도 미치지 못하는 판매가로 상품을 내놓는 경우가 드물지만 발생하고 있다"고 말했다.

 

전문가들은 대외적 요인으로 발생하는 경기 침체가 지속되는 상황에서는 '버티기'가 최선이라면서도, 미래 먹거리를 위한 혁신 사업에 대한 투자가 병행돼야 한다는 의견을 내놓는다.

 

주요 경제단체의 한 전문가는 "솔직히 말해서 현재 오프라인 기반 유통업체들이 할 수 있는 최선의 방법은 '버티기'"라며 "소비자 집객 수준을 유지하는 것만으로도 선방했다고 할 정도로 전반적인 상황이 매우 부정적"이라고 전했다.

 

그러면서 그는 "그러나 이 와중에도 오프라인 점포의 특성을 십분 활용할 수 있는 미래 매장 모델 등을 고안하는 데 역량을 집중할 필요가 있다"며 "대형 마트를 단순히 물건을 사는 공간이 아닌, 다양한 콘텐츠가 집대성돼 있는 문화 공간으로 소비자들이 인식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고 제언했다.

 

대형 증권사의 한 애널리스트도 "유통망 개선과 혁신을 통해 비용을 최대한 절감하는 데 집중해야 하는 상황"이라며 "또한, 배송 서비스 혁신 등으로 업계 전반의 서비스 수준을 한층 끌어올려야 한다"고 말했다.

 

그는 "현재 주요 대형 마트업체들이 노력을 기울이고 있는 자체 브랜드(PB) 상품 역시 그 품목을 다변화하고, 품질을 끌어올리는 게 현명하다"며 "결국 '대형 마트에서만 만날 수 있는 생활용품'을 확실하게 마련하는 게 이윤 창출에 도움이 될 것"이라고 제언했다.

 


【 청년일보=김원빈 기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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