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청년일보 】 엔씨소프트가 마침내 길고 깊었던 실적 부진의 터널을 빠져나왔다. 지난해 말 출시한 MMORPG '아이온2'의 흥행을 기점으로 흑자 전환에 성공하며, 단기 반등을 넘어 중장기 성장 궤도 재진입의 신호탄을 쐈다.
11일 게임업계에 따르면, 엔씨소프트는 지난해 연결 기준 영업이익 161억원을 기록하며 전년 적자에서 흑자 전환했다. 매출은 1조5천69억원으로 전년 대비 4.5% 줄었지만, 순이익은 3천474억원을 기록해 269% 급증했다. 숫자 자체보다 주목할 대목은 실적의 방향이 '회복'에서 '확장'으로 전환됐다는 점이다.
◆ '아이온2', 단발 흥행 아닌 구조적 반등의 출발점
이번 실적의 핵심 동력은 단연 '아이온2'다. 지난해 11월 출시된 아이온2는 4분기 PC 게임 매출을 1천682억원까지 끌어올리며, 엔씨소프트가 2017년 이후 기록한 분기 최대 PC 매출을 다시 썼다. 전 분기 대비 90% 이상, 전년 동기 대비로는 80% 가까운 성장이다.
특히 눈길을 끄는 대목은 출시 이후 매출 유지력이다. 박병무 공동대표는 지난 10일 진행된 '2025년 4분기 및 연간 실적발표 컨퍼런스콜'에서 "통상 MMORPG는 출시 직후 매출과 이용자가 빠르게 하락하지만, 시즌2 업데이트 이후 오히려 출시 초기보다 높은 매출을 기록했다"고 설명했다.
이는 150만명에 달하는 멤버십 구매자 수 역시 단순 체험형 유저를 넘어 지속 결제 기반을 확보했다는 방증으로도 해석된다.
아이온2는 연간 기준으로 게임 매출 774억원, 기타 수익을 포함하면 941억원의 매출을 올렸다. 후발 출시작이라는 점을 감안하면, 엔씨의 기존 라인업 중심 구조를 흔들 수 있는 '새로운 축'이 등장한 것으로 분석된다.
◆ '리니지 의존'에서 MMORPG·신규 장르·모바일 캐주얼로…'말'뿐이 아닌 '실행'으로 증명
이번 실적 발표에서 엔씨소프트가 반복적으로 강조한 키워드는 '구조 변화'다. 박 대표는 향후 엔씨의 매출 구조를 ▲MMORPG ▲슈팅·서브컬처 등 신규 장르 ▲모바일 캐주얼 등 세 개의 기둥으로 재편하겠다고 밝혔다.
이는 리니지 IP에 대한 과도한 의존에서 벗어나겠다는 선언에 가깝다. 실제로 리니지M·리니지W·리니지2M 등 기존 핵심 타이틀은 여전히 견조한 매출을 유지하고 있지만, 성장성 측면에서는 한계가 분명했다. 아이온2가 의미 있는 이유는 기존 성공 공식을 반복한 작품이 아니라, 엔씨의 '다음 포트폴리오'를 실증했다는 점이다.
아울러 엔씨소프트의 전략 변화는 숫자뿐 아니라 행보에서도 드러난다. 최근 인수한 캐주얼 게임사 리후후와 스프링컴즈의 실적은 올해 1분기부터 반영된다. 유럽 지역에서 추진 중인 추가 M&A 역시 마무리 단계에 접어들며 2분기 실적 반영이 예고됐다.
모바일 캐주얼 사업에 대한 접근 방식도 달라졌다. 박 대표는 "단순한 사업 추가가 아니라, 내년 전체 매출의 3분의 1 이상을 차지하는 수준까지 키우겠다"고 밝혔다.
이를 위해 데이터 플랫폼을 보유한 기업을 인수하고, 플랫폼 구축부터 시작했다는 점은 과거 '대작 중심 전략'과 결별했음을 상징적으로 보여주는 사례라는 평가다.
◆ 다시 '신작 기업'으로…연매출 2조~2.5조 선포, '예측 가능한' 성장 기업으로 '진화'
엔씨소프트는 올해 3분기 아이온2 글로벌 출시를 예고한 데 이어, ▲신더시티 ▲타임 테이커즈 ▲리밋 제로 브레이커스 등 신작을 순차적으로 선보일 계획이다. 내년부터는 ▲호라이즌 스틸 프론티어스 ▲본파이어 ▲프로젝트 AT·R 등 자체 개발 IP까지 가세한다.
로그라이크, FPS 등 장르 다변화 역시 눈에 띈다. 이는 한때 'MMORPG 명가'라는 수식어가 족쇄처럼 작용했던 엔씨소프트가 다시 '신작을 내놓는 회사'로 정체성을 되찾으려는 움직임으로 읽힌다.
홍원준 CFO는 "2025년이 턴어라운드의 해였다면, 올해부터는 본격적인 고성장을 시작하는 해"라며 연매출 2조~2조5천억원 달성 목표를 재확인했다.
박 대표 역시 "앞으로는 특정 게임의 성패에 따라 주가가 요동치는 회사가 아니라, 매출과 이익이 예측 가능한 기업으로 거듭나겠다"고 강조했다.
엔씨소프트의 이번 실적은 단순한 흑자 전환 이상의 의미를 갖는다. 이에 업계 일각에서는 콘텐츠 기업에서 '포트폴리오 기업'으로의 전환 가능성을 시장에 증명했다는 평가도 나온다.
【 청년일보=조성현 기자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