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편의점 CU. [사진=BGF리테일]](http://www.youthdaily.co.kr/data/photos/20250731/art_1753769490739_015a19.png)
【 청년일보 】 편의점 업계가 지속되는 실적 부진의 늪에서 좀 처럼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편의점업계는 실적 만회를 위한 돌파구 방안을 고민하고 있으나 이렇다할 해결책을 찾지 못하고 있는 상황이다.
이에 일부 전문가들은 그 동안 무분별하게 확대해온 점포를 효율화하는 한편, 특색 있는 매장 차별화를 통해 소비자를 공략하는 등 혁신적인 변화를 시도해야 한다고 제언하고 있다.
30일 편의점 업계등에 따르면, CU를 비롯해 국내 주요 편의점 업체들은 수 분기째 실적 하락세를 이어가며 고전을 면치 못하고 있다.
한 업계 관계자는 "매출 규모는 정체된 상황이지만, 문제는 영업이익이 계속해서 감소하고 있다는 것"이라며 "업계 전반이 침체기에 빠진 것이 아니냐는 우려스러운 목소리도 나오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실제 CU·GS25·세븐일레븐·이마트24 등 국내 주요 편의점 업체들은 최근 실망스러운 성적표를 받아들었다.
먼저 CU를 운영하는 BGF리테일은 작년 3분기 912억원의 영업이익을 기록했지만, 4분기에는 516억원을 거둬들이는 데 그쳤다. 올해 1분기에는 226억원의 영업이익을 올리며 전분기 대비 크게 하락했다.
GS25도 작년 3분기 729억원의 영업이익을 기록했지만, 4분기에는 이보다 하락한 305억원에 그쳤다. 올해 1분기에는 GS25 역시 큰 폭의 하락세를 면치 못하며 172억원의 영업이익을 거두는 것에 그쳤다.
각각 업계 3, 4위를 차지하고 있는 세븐일레븐과 이마트24 역시 지속되는 영업손실을 줄이는 데 성과를 내지 못하고 있다. 여기에 더해 최근 증권가는 '가정의 달' 특수를 누릴 수 있는 2분기 역시 하락세를 지속할 것이라는 전망을 내놓고 있다.
편의점 업계는 최근 '역대급 호황'을 누리며 양적으로 크게 성장했다. 구체적으로 업계는 코로나19 확산 당시 근거리 및 비대면 소비가 증가하며 본격적인 상승세를 탔다.
여기에 더해 1인 가구가 점증하고, 업계 역시 이에 맞춰 다양한 상품 구색과 다채로운 서비스를 제공하며 시장 확장을 가속했다.
이처럼 편의점 업계가 호황을 누리자, CU와 GS25를 중심으로 전국적인 점포 수 역시 급증하기 시작했다.
통계청의 자료에 따르면, 한국의 인구 1천 명당 점포 수는 2021년 0.91개를 기록한 데 이어 2022년과 2023년에는 각각 0.95개와 1.08개로 늘었다. 작년에는 1.09개까지 수치가 올랐다. 이웃나라인 일본의 경우 같은 시기 0.44개~0.45개를 기록하며 한국의 절반 수준을 유지했다.
'편의점의 나라'로 거론되는 일본보다 약 2.4배 이상의 점포가 한국에서 영업 중인 것이다.
이와 같은 점포 과포화 상태는 편의점 업계 부진의 주요 원인으로 거론된다. 주요 업체들의 '1위 경쟁'을 위해 공격적으로 점포를 확대하기 시작했고, 이에 따라 지역 내 경쟁이 심화됐다는 게 업계 관계자들의 설명이다.
서울시 용산구에서 한 편의점을 운영하고 있는 A씨는 "과거부터 같은 자리에서 편의점 매장을 운영해왔는데, 최근처럼 매출이 나오지 않는 경우가 없었다"며 "당장 바로 옆에 다른 매장이 있고, 상품적으로도 대동소이 하다 보니 소비자들이 특별히 특정 프랜차이즈를 먼 길을 걸어 찾아오시지 않는다"고 말했다.
A씨의 매장 옆에 위치한 또 다른 편의점 매장의 사업주 B씨도 "프랜차이즈는 다르지만, 옆 매장 사장님과 똑같은 신세"라며 "지역 내 편의점에 대한 수요는 일정하게 유지되는데, 매장만 증가하니 서로가 서로의 매출을 갉아먹는 꼴"이라고 토로했다.
두 매장 사이의 거리는 불과 10m로, 여타 편의점 업체 역시 반경 50m 내에 위치해 있다.
업계 역시 편의점의 양적 포화 상태로 인해 발생하는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잇따라 비효율 점포를 폐점하고 있다. 산업통상자원부의 '편의점 점포 수 추이(CU·GS25·세븐일레븐 기준)' 자료를 보면, 작년 11월 4만8천921개였던 편의점은 올해 5월 4만8천315개까지 그 수가 줄었다.
한 업계 관계자는 "수도권을 중심으로 신규 매장 출점을 제한하고, 비효율 점포를 물색하는 데 역량을 집중하고 있다"며 "경쟁사 역시 이와 유사한 전략을 구사하는 것으로 안다"고 말했다.
![편의점 GS25. [사진=GS리테일]](http://www.youthdaily.co.kr/data/photos/20250731/art_17537695245078_480b06.jpg)
심각한 고물가 상황과 내수 부진 역시 업계 부진의 원인으로 거론된다. 편의점 유통 구조의 특성상 일반 대형마트 및 기타 생활용품 도매 매장 대비 판매가가 비쌀 수밖에 없는데, 물가 상승이 지속되며 기존에 편의점을 찾던 고객들이 가격이 더 저렴한 매장으로 이동한 것이다.
실제 기타 생활용품 도매 매장의 대표 주자인 다이소는 편의점 업계가 지속적인 하락세를 보이던 작년 3조9천689억원의 매출과 3천712억원의 영업이익을 올렸다.
필요한 생활용품을 주로 편의점에서 구매했었다는 한 20대 소비자도 "최근에는 가격 차이가 너무 크게 나서 필요한 물건은 대부분 다이소에서 산다"며 "편의점은 정말로 선택의 여지가 없는 늦은 시간에나 찾는 것 같다"고 전했다.
주요 편의점 업체 간 상품 구색에 있어 큰 차별점이 없다는 점도 요인으로 꼽힌다. 업계의 경쟁이 치열해지면서 각 업체들이 서로의 인기 상품을 모방 출시하는 일이 빈번해지면서 상호 간의 경쟁력이 약화됐다는 게 현직자들의 설명이다.
한 편의점 업체의 상품기획자(MD)는 "어떤 업체에서 소비자로부터 긍정적인 반응을 얻는 제품이 나오게 되면, 그와 유사한 제품을 기획하는 게 최우선 과제로 부여된다"며 "과거에는 업체마다 나름의 개성과 특색이 있는 상품이 출시되고는 했었는데, 최근에는 서로 따라 하기에 바쁜 게 현실"이라고 말했다.
또 다른 업체의 MD도 "인기 상품을 빠르게 따라가지 않으면 치열한 경쟁에서 더욱 빠르게 도태될 수밖에 없다는 위기감이 업계 전반에 존재한다"며 "편의점 MD이지만, 어느 업체의 매장을 가도 상품 구색이 정말 유사하다는 생각을 갖게 된다"고 부연했다.
전문가들은 편의점 업체들이 과도한 양적 경쟁을 지양하고, 질적 성장을 점진적으로 추진해야 한다고 제언한다.
유통업계에 정통한 한 전문가는 "코로나19를 계기로 폭발적으로 성장한 편의점 업계의 호황기는 이제 끝났다고 본다"며 "업계가 '혹한기'에 들어선다기보다는, 어느 정도 거품이 꺼지고 '정상화' 되어가는 시기라고 판단하고 싶다"고 짚었다.
그는 "이제는 업체 간 차별화를 위해 역량을 집중해야 할 때"라며 "업계에 '표준적인 트렌드'라는 것은 언제나 있겠지만, 각각의 업체가 독보일 수 있는 킬러 상품과 독점 브랜드 등을 기획, 판매하는 데 조금 더 많은 자원을 투입해야 한다"고 제언했다.
업계가 해외 사업에 보다 적극적으로 나서야 한다는 의견도 있다.
유통 및 물류업계에 능통한 한 교수도 "중앙아시아나 동남아시아와 같이 유통 및 물류 인프라가 부족한 지역을 중심으로 적극적인 매장 출점을 해야 한다"며 "국내 편의점 시장이 호황일 때 빠르게 양적 성장을 이룩한 것을 참고해 이들 지역을 적극적으로 공략할 필요가 있다"고 언급했다.
또한 "국내에서의 양적 성장 과정에서 발견한 오류를 다시 반복하지 않으면서 현지 소비자들에 맞는 상품과 서비스를 개발하는 것도 중요할 것"이라며 "국내에서 더 이상 창출하기 어려운 수요를 해외에서 적극 발굴할 수 있도록 나서야 한다"고 전했다.
【 청년일보=김원빈 기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