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청년일보 】 배달 플랫폼 등장 이후 굳건히 1위 자리를 유지해던 배달의민족(이하 배민) 아성에 균열이 생기고 있다.
일각에서는 쿠팡이츠가 이미 일부 지표에서 배민을 상회하고 있다는 주장과 함께 쿠팡이츠가 업계 지위에 걸맞는 사회적 책임도 적극적으로 이행해야 한다는 지적을 내놓는다.
7일 업계에 따르면, 배달 플랫폼 시장은 배민과 쿠팡이츠 등 두 개의 업체가 시장점유율을 양분하며 주도하고 있다.
업계에서는 배민과 쿠팡이츠의 시장 점유율을 각각 약 50%대와 30%대로 추정하고 있다. 요기요는 10% 초반대의 지표를 오가는 것으로 전해진다.
다양한 데이터 분석 업체에서 확인되는 지표에도 이와 같은 업계의 분석에 힘을 실고 있다.
앱·리테일 분석 서비스 와이즈앱·리테일·굿즈의 한국인 스마트폰 사용자 표본조사에 따르면, 올해 9월 기준 배민은 약 59%의 시장 점유율을 차지했으며, 쿠팡이츠는 24%의 수치를 기록했다.
해당 결과는 안드로이드 및 iOS 사용자를 합산한 표본조사를 통해 도출된 것으로, 업계의 내부적인 분석과 대부분 일치하는 것으로 전해졌다.
배달 플랫폼의 실제 활성화 정도를 가늠할 수 있는 월평균사용자수(이하 MAU)에서도 이와 유사한 추세가 감지된다.
아이지에이웍스 모바일인덱스에 따르면, 배민의 MAU는 올해 10월 기준 약 2천225만명이었고, 쿠팡이츠는 약 1천200만명을 기록했다. 다만, 배민은 올해 5월(약 2천240만명) 대비 소폭 감소한 반면, 같은 기간 쿠팡이츠는 약 1천110만명에서 다소 증가했다.
한편, 일각에서는 표면적으로 업계 1위와 2위를 각각 유지하고 있는 배민과 쿠팡이츠의 구도에 균열이 생기고 있다는 주장이 나온다.
쿠팡이츠가 이미 일부 지표에서 배민을 상회하면서 배달 플랫폼업계가 1강·1중·1약 구도가 아닌 2강·1약 구도로 재편되고 있다는 게 이들의 주장이다.
지난달 김남근 더불어민주당 의원실에서 8개 카드사 결제금액을 분석한 자료에 따르면, 쿠팡이츠는 지난달 서울에서 2천113억원의 매출을 기록한 반면, 배민은 1천605억원을 달성하는 데 그쳤다. 쿠팡이츠는 작년 12월 서울 지역에서 배민의 카드사 결제금액을 역전한 이후 꾸준히 그 격차를 벌리고 있다.
전국 카드 결제금액 기준으로는 작년 초 5천억~6천억원 수준이던 양사 간 격차는 올해 들어 800억원대로 좁혀졌다.
이와 함께 배달 플랫폼의 활성화 정도를 가늠할 수 있는 또 다른 중요 지표인 '라이더 앱'의 사용자 수 역시 빠르게 변하고 있다.
라이더 앱은 배달 플랫폼으로 접수되는 소비자의 주문을 입점업체·라이더 등에게 연결해 주는 앱으로, 배달 플랫폼 서비스의 필수 인프라 시스템 중 하나로 꼽힌다.
최근 업계 분석에 따르면, 배민의 라이더 앱인 배민커넥트의 사용자 수는 약 40만명에 그친 반면, 쿠팡이츠의 라이더 앱인 쿠팡이츠라이더를 활용하는 라이더는 80만명에 육박했다.
기존에는 배민의 라이더 앱인 '배민커넥트'가 1위를 차지한 바 있다.
업계 관계자는 "라이더 앱의 사용자 수가 많다는 것은 곧, 해당 플랫폼에 수행할 배달 건이 많다는 것을 의미한다"며 "소비자 주문이나 카드 결제액 만큼이나 플랫폼의 시장 점유율을 가늠하는 데 중요한 지표 중 하나"라고 해석했다.
실제 현장에서도 최근 배민보다 쿠팡이츠를 더욱 많이 접한다는 주장도 들린다.
서울에서 활동하는 한 라이더는 "기존에는 배민 콜(주문 건)을 많이 수행했지만, 최근에는 쿠팡에서 들어오는 콜을 훨씬 더 많이 소화하고 있다"며 "배달 동선이나 시간 대비 수익을 고려했을 때 배민보다 쿠팡이츠의 배달앱이 더 효율적"이라고 주장했다.
경기도 지역의 한 라이더는 "쿠팡이츠가 최근 라이더를 대상으로 공격적으로 '미션(일정 시간 내 요구되는 배달 건을 수행하면 추가 보상을 지급하는 이벤트)'을 제공하고 있어 쿠팡이츠 콜을 타지 않을 이유가 없다"며 "반면 배민의 경우 미션이 체감상 갈수록 줄어드는 것 같아 라이더 커뮤니티에서도 점점 인기가 시들해 지는 것 같다"고 말했다.
서울과 수도권 일대의 입점업체들도 쿠팡이츠의 시장 점유율 상승 확대를 체감한다는 의견이 나온다.
서울시 용산구에서 분식집을 운영하고 있는 한 자영업자는 "기존에는 배민에만 입점해 배달 주문을 받았는데, 최근 젊은 손님들을 중심으로 쿠팡이츠로 배달해 달라는 요구를 많이 받고 있다"며 "두 플랫폼을 모두 이용하기에는 재정적 부담이 있어 배민이 아닌 쿠팡이츠에 입점해야 할지 진지하게 고민 중"이라고 언급했다.
경기도 하남시에서 치킨 프랜차이즈 지점을 운영하는 한 업주도 "쿠팡이츠를 통해 들어오는 주문이 최근 1~2년 사이 체감할 정도로 증가했다"며 "가게 내부적으로 집계했을 때 쿠팡이츠에서 들어오는 주문이 배민을 뛰어 넘는 시기도 종종 발생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그는 "배달 과정에서 문제가 생겼을 때 배민에서 제공하는 서비스보다 쿠팡이츠에서 더 빠르고, 신속한 도움을 주는 경우가 많다"며 "이런 부분이 소비자와 자영업자들에게도 영향을 미치지 않았나 하는 생각을 한다"고 주장했다.
전문가들은 '쿠팡'이라는 뒷배를 활용할 수 있는 쿠팡이츠가 배민을 따라잡는 것은 시간문제라는 점을 지적하며, 쿠팡이츠가 시장 점유율에 걸맞는 행보를 보여야 한다는 점을 제언한다.
플랫폼 업계에 정통한 주요 경제단체의 한 전문가는 "이미 압도적인 점유율의 전자상거래(이커머스) 서비스를 본업으로 하는 모회사 쿠팡이 쿠팡이츠의 과감하고 공격적인 프로모션·마케팅 활동을 가능하게 하고 있다"며 "반면, 배달 중개사업이 핵심인 배민의 경우 중장기적 관점에서 봤을 때 쿠팡이츠에 비해 '뒷심'이 부족할 수밖에 없다는 것은 당연한 현실"이라고 짚었다.
그는 "아울러, 배민은 배달 플랫폼 산업이 등장한 이후 1위 업체라는 이유만으로 라이더·자영업자 등에 대한 다양한 사회적 공헌활동을 전개하며 쿠팡에 비해 막대한 사업적·재정적 역량을 투자해 왔다"며 "이에 비해 쿠팡이츠는 배민이 업계에 대한 비난을 대신 수용하는 동안 비교적 안정적으로 성장할 수 있었던 것도 무시할 수 없는 요인"이라고 분석했다.
그러면서 "이제 쿠팡이츠가 시장 점유율에 걸맞는 사회 공헌활동 등 사회적 책임을 다해야 할 시기가 왔다"고 덧붙였다.
대형 증권사의 한 애널리스트도 "서울·수도권 지역에서 쿠팡이츠가 배민을 앞서기 시작했다는 점은 단순히 시장 점유율 문제를 넘어 시사하는 바가 크다"며 "향후 배달 플랫폼업계에서 쿠팡이츠가 시장의 예상보다 더 빨리, 더 많은 격차로 배민을 앞설 수 있는 가능성을 내포한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배민은 구독형 서비스인 '배민클럽' 혜택 확대를 위해 티빙·유튜브와 공동 전선을 구축하는 과정에서 또 다른 지출을 강요받을 수밖에 없는 반면, 쿠팡의 '와우 멤버십'은 쿠팡이 자체적으로 보유하고 있는 '쿠팡 생태계' 내에서 더 적은 비용으로, 더 많은 혜택을 제공할 수 있다는 게 결정적 차이"라고 부연했다.
그는 "배민이 업계 1위를 계속 유지하기 위해서는 쿠팡이츠가 아직 따라잡지 못하고 있는 '퀵커머스' 영역의 사업을 과감히 확대하고 이를 위한 인프라 투자를 아끼지 말아야 한다"고 제언했다.
【 청년일보=김원빈 기자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