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청년일보 】 개인정보 유출 사건을 야기한 쿠팡의 영업정지 여부가 화두로 떠오르고 있다.
업계와 소비자들은 시장 지배적 사업자에 대한 정당한 사회적 책임과 처벌을 부여해야 한다는 의견을 내놓는 한편, 쿠팡의 영업정지로 인해 미칠 부작용에 대한 우려도 함께 제기하고 있다.
14일 업계에 따르면 공정거래위원회(이하 공정위)는 쿠팡에 대한 영업정지 조치를 검토하고 있다.
주병기 공정위원장은 지난 12일 한 유튜브 방송에 출연해 "명령을 시행하지 않거나 그 명령을 통해 소비자 피해 구제가 안 된다고 판단되면 영업정지 처분도 가능하다"고 언급했다.
또한 "최저가 판매를 해서 발생하는 쿠팡의 손해를 (납품업체에) 전가하는 행위도 굉장히 중요한 불공정 행위로 보고 있으며, 조만간 심의 결과가 발표된다"며 "목표 수익에 미달하는 상황에서 손해를 전가하는 것이 '약탈적인 사업 형태'"라며 쿠팡을 강하게 질타했다.
공정위로부터 공식적으로 영업정지 가능성에 대한 언급이 나온 가운데 소비자 일각은 이와 같은 조치가 쿠팡에 부과돼야 할 정당한 처벌 조치라는 점에 공감하고 있다.
구체적으로 쿠팡에 대한 다양한 행정조치를 검토하고 있는 공정위에 대한 동의 입장을 밝힌 소비자들은 ▲시장 지배적 사업자 권력 남용 처벌 선례 ▲집단소송 및 징벌적 손해배상제 법제화 촉진 등에 측면에 있어 긍정적 파장을 낳는다고 주장한다.
먼저 국내 플랫폼 업계의 시장 지배적 사업자에 대한 마땅한 규제 조항이나 처벌 사례가 없다는 점에서 '법적 선례'를 만들어야 한다는 의견이 일각에서 제기된다.
시장 지배적 사업자는 특정 시장에서 가격, 수량, 품질 등을 사실상 결정할 수 있는 지위를 가진 독점적 사업자를 의미한다. 공정거래법상 개별 사업자는 점유율 50%, 과점 사업자는 합산 점유율 75% 이상일 경우 이에 해당된다.
실제 공정위는 쿠팡을 시장 지배적 사업자로 규정하고 이를 위한 법적 근거 마련에 착수한 것으로 전해졌다.
주 위원장도 작년 12월 30일 국회에서 열린 경제형벌 민사책임 합리화 제2차 당정협의에서 "시장 지배적 사업자 여부를 적극적으로 검토할 것"이라고 예고한 바 있다.
법조계는 공정위가 쿠팡을 시장 지배적 사업자로 규정하고 이 기준에 따라 영업정지 등 행정처분을 내릴 경우, 사실상 첫 번째 시장 지배적 플랫폼 사업자에 대한 처벌 사례가 될 것이라고 전한다.
한 법조계 관계자는 "(영업정지가 현실화될 경우) 쿠팡, 배달의민족 등 플랫폼 사업자가 시장 지배적 권력을 남용했을 때 어떤 처벌을 받게 될지 추후 가늠할 수 있게 되는 중요한 선례로 남게 될 것"이라며 "이럴 경우 추후 이 판례에 따라 다양한 업종의 플랫폼 사업자에 대한 광범위한 행정조치가 가능해질 것"이라고 말했다.
또한 그간 국회 문턱을 넘지 못했던 집단소송 법제화를 촉진할 기폭제가 될 수 있다는 주장도 있다. 집단소송은 피해자 중 일부가 승소하면 그 효력이 피해자 모두에게 미치는 제도다.
미국의 경우 이 제도로 인해 거액의 배상을 약속하며 피해자와 합의하는 사례가 많으며, 근본적으로 이와 같은 사태를 방지하기 위해 적극적인 소비자 권익 보호에 나서고 있다.
국내에서도 집단소송제 도입을 시도하려는 움직임이 있다. 국회에는 더불어민주당 오기형, 김남근, 이학영, 백혜련, 전용기, 박주민 의원과 조국혁신당 차규근 의원이 집단소송제 및 징벌적 손해배상제 관련 법안을 발의한 상태다.
법조계에서는 이번 쿠팡 사태로 인해 소비자 일각에서 자발적인 집단소송 움직임이 일고 있는 만큼, 국회에서의 입법 논의도 탄력을 받을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또 다른 법조계 관계자는 "쿠팡 사태로 인해 향후 대형 플랫폼, 더 나아가 대기업들에 대해 소비자의 권익을 보호할 수 있는 중요한 장치인 집단소송제 도입 논의에 속도가 붙을 수 있다"며 "이와 함께 징벌적 손해배상제 역시 도입된다면 소비자 권익 보호 차원에서 한 단계 높은 수준의 법적 장치가 완성되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반면 쿠팡 영업정지 현실화 이후 기대되는 이와 같은 긍정적 여파와 달리 이에 대한 부정적 후폭풍을 우려하는 목소리도 적지 않다.
이들은 쿠팡의 영업정지 조치가 현실화될 경우 ▲단기적 관점에서의 소비자 권익 저해 ▲중소 납품업체 피해 우려 ▲노동자 고용 문제 등이 동시에 불거질 가능성이 높다고 점치고 있다.
가장 먼저 쿠팡의 영업정지가 현실화될 경우 소비자들은 쿠팡을 영업정지 기간 동안 이용할 수 없게 된다. 영업정지 처분은 원칙적으로 즉시 효력이 발생해 정지 기간 동안 영업을 할 수 없다.
만약 쿠팡이 이에 대한 집행정지 신청 등 행정소송을 제기할 경우 효력이 일시 정지되지만, 쿠팡의 입장에서도 사업 지속성에 있어 막대한 위험성을 떠안을 수밖에 없게 된다.
작년 거래액 기준 쿠팡은 전자상거래(이커머스) 플랫폼 시장 점유율 20%를 상회하는 1위 사업자로 소비자에 막대한 영향을 끼치고 있다. 특히 '로켓배송'을 앞세운 당일·익일 배송 서비스로 소비자의 이익을 극대화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는 점 역시 부정할 수 없다고 업계는 전한다.
이에 영업정지가 이뤄질 경우 소비자들은 쿠팡이 제공하는 로켓배송 서비스는 물론 각종 부가 서비스를 이용할 수 없게 된다.
소비자 일각에서는 '탈팡'(쿠팡 사용을 중지하는 움직임)을 시도하고 있지만, 쿠팡을 여전히 이용하고 있는 소비자들의 선택권도 영업정지 결정에 있어 무시할 수 없는 요인으로 작동한다.
실제 쿠팡은 개인정보 유출, 새벽 배송, 가혹한 노동 환경 등으로 구설에 올랐음에도 불구하고 작년 12월 50만 건이 넘는 신규 애플리케이션(앱) 설치 수를 기록했다. 이는 전월(11월, 40만 건) 대비 되려 10만 건 상승한 수치다.
한 업계 관계자는 "쿠팡의 서비스를 여전히 원하는 소비자들도 많다는 것을 방증한다"며 "무리한 영업정지 결정은 오히려 소비자들의 선택권을 제한하는 결과로 이어질 수 있다"고 말했다.
이에 더해 쿠팡에 지속적으로 납품하고 있는 중소기업체들의 피해도 우려되고 있다. 2024년 기준 쿠팡의 자체 브랜드(PB) 상품 제조 및 납품 협력 중소기업 수는 630여 곳에 달한다. 또한 쿠팡에서의 판매 활동으로 소상공인에서 중소기업으로 거듭난 업체도 약 1만 곳에 달한다.
이에 중소기업계는 쿠팡에 대한 영업정지 처분에 있어 양가적인 주장을 함께 제기하고 있다. 쿠팡에서 상품을 판매하고 있다는 한 중소기업체 대표는 "매출의 절반 이상이 쿠팡에서 발생하고 있어 영업정지가 이뤄질 경우 기업 운영에 큰 어려움을 겪게 될 수밖에 없다"며 "당국에서 본 업체와 유사한 중소기업체들의 어려운 사정을 고려해 신중히 결정해 줬으면 하는 바람"이라고 말했다.
반면 장기적 관점에서 쿠팡의 영업정지가 필요하다는 의견도 있다. 또 다른 중소기업체 임원은 "쿠팡은 그간 다양한 중소기업을 상대로 단가 후려치기, 기술 탈취 등을 서슴지 않았다는 사례가 많다"며 "이번 기회를 계기로 일부 피해를 감내하더라도 쿠팡에 정상적인 기업 문화가 정착해야 한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실제 작년 12월 31일 국회 과학기술정보방송통신위원회에서 증인으로 참석한 한 중소기업체 대표는 쿠팡의 기술 탈취 사례를 고발하며 이에 대한 정부·국회의 적극적 조치를 당부하기도 했다.
이와 함께 택배 노동자 등 쿠팡과 연계된 수많은 노동자의 고용 문제 역시 거론된다. 쿠팡은 현재 약 9만명의 상시직(쿠팡로지스틱스서비스 등 자회사 포함)을 고용하고 있다. 여기에 비정규직과 같은 고용 형태를 가진 노동자들을 더할 경우 이 수치는 9만명을 크게 상회하게 된다.
이에 업계 일각에서는 쿠팡 영업정지 시 약 10여만명의 고용 문제가 사회적 문제로 부상할 가능성이 높아질 수 있다는 점을 우려하고 있다.
한 업계 종사자는 "어디까지나 행정조치는 정부의 권한과 역할이지만, 영업정지가 이뤄졌을 경우 당장 쿠팡에서 일하는 정규직은 물론 계약직, 일용직 등에 대한 고용 불안 문제가 수면 위로 떠오를 수밖에 없다"며 "행정조치로 인해 이들이 일자리를 잃을 경우 순식간에 수십만 명에 이르는 실업자가 발생하는데, 이와 같은 경우도 고려해야 한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한편 전문가들은 쿠팡 영업정지 결정에 있어 정부가 신중한 검토를 거쳐야 한다는 데 입을 모은다.
경영계의 한 기업구조 전문가는 "쿠팡이 개인정보 유출 사건 이후 보인 행보에 실망스러운 지점이 많다는 사실은 부정할 수 없다"며 "특히 소비자 입장에서는 소비자를 기만하는 듯한 김범석 쿠팡Inc. 의장과 해롤드 로저스 쿠팡 대표의 행보와 발언에 큰 상심을 느낀 분들이 많을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다만 국내에서 압도적인 점유율을 보유하고 있고, 실질적으로 국민 생활에 큰 영향을 미치는 쿠팡과 같은 기업에 영업정지라는 강력한 행정조치를 내릴 때는 신중할 필요가 있다고 생각한다"며 "기업체가 저지른 잘못에 대해서는 정당한 법적 처분을 받는 것이 마땅하지만, 그 이상의 과도한 처분이 이뤄질 경우 기업 생태계에 미칠 부정적 영향도 결코 간과해서는 안 된다"고 제언했다.
한 노동계 전문가는 "다양한 측면에 있어 쿠팡에게 단죄가 이뤄져야 하지만, 실제 쿠팡에서 근무하는 노동자의 사후 고용 문제를 고려한다면 영업정지는 쉽지 않은 선택지"라며 "만약 이 조치가 이뤄진다고 할지라도 영업정지로 실직할 노동자들에 대한 고용 대안을 제시하는 등의 추가 대책이 필요할 것으로 보이지만, 이 경우 쿠팡으로 인해 발생한 문제를 사회 전체가 떠맡아야 한다는 부담감이 가중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그러면서 "현실적인 관점에서 조치로 인해 발생할 수 있는 실직자 규모와 가능한 대책을 철저히 마련한 이후 영업정지를 거론하는 것이 더욱 합리적인 선택지"라고 제언했다.
【 청년일보=김원빈 기자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