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청년일보 】 쿠팡에서 약 3천370만명의 소비자 개인정보가 유출돼 국회에서 긴급 현안질의가 열렸다.
박대준 쿠팡 대표는 2일 진행된 국회 과학기술정보방송통신위원회에서 소비자에게 다시 한번 고개를 숙였지만, 소비자들의 혼란은 되려 가중되고 있다.
전문가들은 쿠팡이 소비자들의 신뢰를 회복할 수 있는 선제적인 조치가 필요하다는 데 입을 모으면서도, 확인되지 않은 정보에 대한 무분별한 확산을 경계할 필요가 있다고 제언한다.
◆與野, '개인 정보 유출' 쿠팡 질타 '한목소리'…"김범석 의장 뭐 하고 있나"
이날 국회 과학기술정보방송통신위원회에서는 개인 정보 유출 사건을 발생시킨 쿠팡에 대한 여야의 거센 질타가 이어졌다.
이 자리에는 박대준 쿠팡 대표, 브랜 메티스 쿠팡 정보보호최고책임자(CISO)를 비롯해 류제명 과학기술정통부(이하 과기정통부) 제2차관, 이정열 개인정보보호위원회 부위원장 등이 자리했다.
여야 의원들은 이번 개인 정보 유출에 대해 김 대표는 물론 쿠팡 한국 법인의 실질적 소유자인 김범석 쿠팡Inc 의장에 대한 비판도 이어갔다.
이훈기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 의원은 "'유통 공룡'의 사상 초유의 정보 유출 사고로, 이번 사건으로 많은 소비자들이 보이스 피싱, 스미싱 범죄 등에 그대로 노출됐다"며 "쿠팡이 보안에 얼마나 소홀하고 무책임했는지 모든 국민이 이번 사태를 계기로 느끼셨을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작년 기준) 매출액만 40조원이 넘는 기업에서 이런 허술한 보안 체계로 인해 대부분의 국민 정보가 유출됐다"며 "최근 SKT, KT 등에서 발생했던 개인 정보 유출 사건의 패턴을 그대로 답습했다"고 비판했다.
조인철 민주당 의원은 "개인 정보 '유출'을 '노출'이라고 말장난을 하면, 이후에는 안일한 대처로 일관하며 사태의 본질을 흐리고 있다"며 "개인정보를 대량으로 보유하고 있는 쿠팡과 같은 플랫폼 기업은 사실상 안보 자산이자 사회적 인프라로서 책임을 져야 한다"라고 말했다.
쿠팡이 자사의 보안 취약점을 사전에 인지하고 있었다는 주장도 나왔다.
황정아 민주당 의원은 "쿠팡은 이미 자신들의 취약점을 파악하고 있었다"며 "미국증권거래위원회가 올해 2월 쿠팡이 제출한 보고서에 따르면, 사이버 보안 취약 지점으로 자사의 정보 유출 가능성을 점치고 있었다"고 짚었다.
실제 쿠팡은 올해 2월 해당 보고서를 통해 "보안 침해는 당사 직원 또는 당사와 상업적 관계를 맺고 있는 사람들의 고의 또는 부주의에 의한 침해를 포함한 비기술적인 문제로 인해 발생할 수 있다"고 스스로 평가한 바 있다.
이번 개인 정보 유출로 인한 2차 범죄 가능성을 우려하는 목소리도 나왔다.
박정훈 국민의힘 의원은 "이번 사태로 인해 국민들이 범죄의 대상이 될 수 있다는 불안감이 높아지고 있다"며 "공용현관 비밀번호 유출로 인한 침입 절도, 보이스피싱 등 사칭형 범죄, 성범죄 노출 가능성, 국가 안보 위협, 개인통관번호 유출 및 밀수와 같은 다양한 범죄 가능성이 높아지고 있다"고 질타했다.
박 의원은 개인정보위원회가 과징금 부과를 통해 쿠팡을 강력히 단죄해야 한다는 의견도 피력했다.
그는 "개인정보보호위원회가 이번 쿠팡의 개인 정보 유출 사건에 대한 과징금 부과 등 강도 높은 조치를 취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에 대해 박 대표는 "여러 우려 사항에 대해 죄송하다는 말씀을 드린다"며 "추가 피해가 발생하지 않도록 최선을 다할 것"이라고 응답했다.
또한, 박 의원의 지적에 대해 이 부위원장은 "개인정보보호법에서 규정한 '유출' 등에 해당되기 때문에 과징금 부과 대상"이라며 "전체 매출액의 3%에 해당하는 금액을 과징금으로 부과할 수 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현재 조사 중인 사안으로, 법률 위반 행위 중대성을 위원회에서 판단해서 결정할 것"이라며 "과징금 부과 여부도 중점적으로 검토 중"이라고 말했다.
실제 개인정보보호위원회가 쿠팡에 과징금을 부과할 경우 최소 1조원 이상(작년 매출 약 41조원 기준)의 과징금을 부과할 수 있다.
김 의장을 집중적으로 질타하는 목소리도 나왔다. 여야 의원들은 공통적으로 쿠팡 한국 법인의 실질적 의사 결정권자인 김 의장의 부적절한 행보를 지적하며, 이번 사건에 대한 그의 행방과 반응을 추궁했다.
이에 대해 박 대표는 "한국 법인에서 발생한 사건이며, 한국 법인 대표로서 재직하는 기간 제 책임 하에 일어난 일"이라면서도 "김 의장의 소재는 알 수 없으며, 미국 쿠팡Inc 이사회에 보고 중이다"라고 응답했다.
한편, 최민희 국회 과학기술정보방송통신위원장은 쿠팡의 불성실한 자료 제출과 쿠팡 관계자 측의 미온적인 답변에 별도의 청문회를 개최할 가능성도 시사했다.
최 위원장은 "지속적으로 불성실한 자료 제출과 답변 태도로 일관한다면 김 의장을 증인으로 채택해 청문회를 개최할 것"이라고 경고했다.
◆"중국인 카르텔설부터 미가입자 정보 유출설까지"…쿠팡 '침묵'에 소비자 혼란 '가중'
한편, 쿠팡이 국회에서 이와 같은 미온적 답변을 내놓는 사이 개인 정보 유출 사건으로 인해 소비자들 사이의 혼란은 가중되고 있다.
특히 '중국인 카르텔설'과 '미가입자 범죄 대상설' 등 출처가 확인되지 않은 다양한 풍문이 소비자들의 판단을 흐리고 있다는 게 전문가들의 지적이다.
먼저 쿠팡 대부분의 직원이 중국인 혹은 중국계 인원으로 교체돼 이번 사건이 발생했다는 것은 사실이 아닌 것으로 나타났다.
개인 정보 유출 사건 발생 이후 특정 커뮤니티에서는 "쿠팡 IT 인력 반 이상이 중국인이며, 매니저도 90% 가까운 인원이 중국 출신"이라고 주장하는 글이 게재된 바 있다. 이 게시자는 "수년 전까지만 해도 중국인 비중은 20~30%에 그쳤지만, 매 분기 신규 입사자의 80%가 중국인이고, 한국인은 그를 뺀 수치에 불과하다"는 주장을 펼쳤다.
그러나 쿠팡 측은 이와 같은 풍문에 대해 "사실이 아니다"라고 반박했다. 이 관계자는 "온라인상 확인되지 않은 정보들이 게시돼 소비자들의 혼란을 유발하고 있다는 점이 유감스럽다"고 밝혔다.
박 대표 역시 "직원 대부분이 한국인이며, 소문은 사실이 아니다"라고 해명했다.
또한, 이번 개인 정보 유출 사건을 일으킨 피의자가 중국인이라고 특정하는 것에 대해 수사 당국은 신중한 입장을 보이고 있다.
경찰 측은 "여러 가능성을 놓고 분석 중이며 수사 중인 만큼 국적 등에 대해 밝히기 곤란하다"라며 "협박성 이메일 발신인과 소비자 정보를 빼돌린 인물이 동일인인지에 대해서도 아직 특정되지 않았다"는 입장을 내놨다.
미가입자의 개인 정보 역시 이번 사건을 통해 유출됐다는 일각의 주장은 '과도한 해석'이라는 전문가의 반박도 나온다.
국내 사이버 보안업체의 한 전문가는 "핵심은 쿠팡을 이용하는 회원들의 정보가 유출됐다는 것"이라며 "쿠팡에서 미가입자에게 선물을 보낼 때 사용된 고객 정보로 인해 미가입자의 정보가 유출돼 범죄에 악용될 수 있다는 것은 과도한 해석"이라고 말했다.
또한 "이 경우, 사건을 일으킨 주체가 미가입자의 신상과 주소지 정보 등을 일치할 수 있는 판단 기준을 보유하고 있어야 하는데, 이번 사건만으로 이와 같이 유추하기에는 무리가 있어 보인다"며 "국민 절반 이상의 개인 정보가 유출된 이번 사건이 심각한 것은 사실이지만, 추후 사이버 및 데이터베이스 보안을 강화하는 데 있어 확인되지 않은 추측과 정보가 무분별하게 유포되는 것은 결코 도움이 되지 않는다"고 강조했다.
쿠팡이 소비자들의 불안감이 증폭되지 않도록 더욱 적극적으로 대처해야 한다는 제언과 함께 정부의 사이버 보안 대응 태세 역시 근본적으로 점검해야 한다는 의견도 나온다.
이은희 인하대학교 소비자학과 교수는 "쿠팡은 이커머스 업계 1위 기업일 뿐만 아니라, 유통업계를 선도하는 '트렌드 리딩' 기업"이라며 "이번 개인 정보 유출 사건으로 인해 고객에게 금전적, 더 나아가 물리적 피해를 초래할 가능성이 높다는 점에서 소비자들의 불안은 점증할 수밖에 없다"고 짚었다.
이 교수는 "이런 상황일수록 쿠팡 측이 수익 창출에만 매몰하는 것이 아니라, 자사의 정보 보안 체계를 재점검하고, 이를 실질적으로 꼼꼼히 운영할 수 있는 유능한 인재를 찾아 소비자들을 안심시키는 것이 중요하다"며 "또한, 쿠팡이 단순한 사과만 할 것이 아니라, 정보가 유출된 소비자들에게 이 사건으로 발생할 수 있는 피해 가능성을 미리 경고하는 것도 좋은 방법이 될 것"이라고 제언했다.
그는 "쿠팡뿐만 아니라, 개인정보보호위원회가 정기 보안 점검에서 왜 쿠팡의 보안 취약점을 발견하지 못했는 지도 살펴봐야 한다"며 "앞으로는 과기정통부 등 정부와 협력해 2차 피해가 발생하지 않도록 대책을 마련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 청년일보=김원빈 기자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