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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 단체교섭 조건에 "월 800건 배달"...쿠팡이츠 , 단체교섭 무력화 '꼼수(?)' 논란가열

지난 2월 진행된 단체교섭서 안건 제시…"월 800건 수행시 단협 적용"
단협 논의 주제 '안전·보건' 한정…업계 "단협 표준·취지에 어긋나"
법조계 "노동법·노랑봉투법 위반 소지…부당노동행위 해당할 여지도"

 

【 청년일보 】 개인정보유출 사건 등 다양한 사회적 문제를 촉발하고 있는 쿠팡이 라이더 노조 측과의 단체 교섭에서 노동법상 위법 소지가 있는 안건을 제시해 논란 조짐이 일고 있다.

 

학계와 법조계 일각에서는 쿠팡이츠의 제안이 현행 노조법과 노랑봉투법을 위반할 소지가 있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11일 관련 업계 등에 따르면 쿠팡은 지난달 진행된 민주노총 서비스연맹 배달플랫폼노조와의 단체 교섭에서 '단체교섭서 적용 노동자'와 '단체 교섭의 안건'을 임의의 기준으로 규정하는 방안을 제시했다.

 

배달플랫폼노조는 배달 플랫폼 업계 1위 배달의민족(이하 배민)의 대표 교섭 노조로, 실질적으로 라이더를 대표해 활동하고 있다. 쿠팡이츠는 작년 9월경부터 이들과 단체 교섭을 이어가고 있다.

 

구체적으로 쿠팡은 노조에 ▲월 800건 이상 배달 수행시 단체교섭 대상 적용 ▲단체교섭 논의 주제 제한(안전·보건에 한정) 등을 제시한 것으로 전해졌다.

 

이에 노조 측에서는 이 같은 쿠팡이츠의 제안을 두고 단체 교섭의 의미를 희석하려는 의도가 담겨 있다는 의구심을 제기하고 있다.

 

우선 노조는 월 800건 이상 배달 수행시 단체교섭서를 적용하겠다는 쿠팡의 제안은 현실적으로 실현되기 어렵다고 반박하고 있다.

 

노조측 한 관계자는 "쿠팡이츠는 단체교섭의 적용을 받는 노동자의 조건으로 '월 800건' 이상의 배달건을 수행하는 라이더를 제시했는데, 이는 실질적으로 상당수의 라이더를 단체교섭에서 배제하겠다는 의미"라고 지적했다.

 

이어 "월 800건의 배달을 수행하기 위해서는 휴일 없이 한 달 내내 1일당 약 30건의 배달을 수행해야 하는데, 이는 라이더에서 극히 적은 비율을 차지하고 있는 전업 라이더도 수행하기 어려운 수준"이라고 설명했다.

 

실제 지난 2023년 한국플랫폼프리랜서노동공제회의 조사에 따르면, 라이더는 배달 한 건에 15분을 소요한다는 전제로 10시간 동안 휴식 없이 노동했을 때 하루에 약 30건을 간신히 채울 수 있다. 다만, 이는 전업 라이더의 경우에만 해당한다.

 

전체 라이더 비중에서 전업 라이더가 차지하는 비중은 극히 낮다. 업계에 따르면, 전체 라이더 중 전업 라이더가 차지하는 비율은 약 10% 내외로 알려졌다.

 

업계에서는 쿠팡이츠가 논의될 수 있는 의제의 범위를 안전·보건 등의 내용으로 한정한 것을 두고 단체교섭의 표준 기준을 충족하지 못하는 행보라는 의견도 나오고 있다.

 

일례로 동일한 노조와 지속적으로 협의하고 있는 배민의 경우 단체교섭에서 논의 가능한 주제를 별도로 상정하지 않고 있다.

 

배민 관계자는 "다양한 정책과 캠페인에 노조의 건의나 의견을 반영하기 위한 목적으로 진행되는 게 단체교섭"이라며 "별도로 주제를 한정하는 것은 단체교섭의 본래 취지에 부합하지 않는다"고 말했다.

 

학계와 법조계 일각에서는 쿠팡이츠가 단체교섭에서 제시한 두 가지 제안이 부당노동행위에 해당하거나 노조법·노랑봉투법 위반의 소지가 있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김성희 고려대학교 노동대학원 교수는 "사측에서는 라이더 직군 특유의 근로 유연성으로 인해 이를 규정할 수 있는 기준을 제시했을 가능성이 있다"면서도 "다만, 이와 같은 경우를 상정하더라도 단체교섭안의 적용 범위를 일방적으로 한정하는 것은 부당노동행위·노조법 위반으로 볼 소지가 상당하다"고 말했다.

 

이어 "교섭 대상자의 특수성이 존재할 경우 상존하는 문제를 어떻게 해결할 것인지 노사 간의 조정을 통해 해결하는 게 필수적 과정"이라고 설명했다.

 

김 교수는 쿠팡이츠 측이 제시한 '월 800건 이상 배달' 조건도 비판받을 소지가 다분하다고 지적했다.

 

그는 "쿠팡이츠는 아주 까다로운 조건을 제시함으로써 노조의 대표성을 부정하려 한 것으로 이해될 수 있다"며 "객관적인 관점에서 보았을 때도 이 조건은 과도하고 부당한 요소가 존재한다"고 설명했다.

 

김 교수는 쿠팡이츠가 교섭 범위를 특정 주제로 한정한 것도 위법의 소지가 있다고 분석했다.

 

김 교수는 "향후 법적 가이드라인 설정에 따른 변수가 있지만, 법률적으로는 노랑봉투법 위반 소지가 있다고 볼 수 있다"며 "본래 플랫폼 특수고용노동직도 노랑봉투법의 적용을 받을 것으로 상정하고 입법이 이뤄졌기 때문에, 법으로 보장된 교섭권을 한정한다는 측면에서 이 법에 대한 위반 소지가 있다는 것"이라고 전했다.

 

이와 함께 "다만, 법률에서 '실질적 사용자'를 어떻게 규정할 것인지에 대한 공백이 있기 때문에 이 부분이 변수가 될 수 있다"고 부연했다.

 

노동법 및 산업재해 전문 손익찬 변호사(법률사무소 일과사람)는 "교섭 사안 중 다양한 안건이 언급될 수 있고 요구 자체는 할 수 있다"면서도 "만약 교섭 과정에서 쿠팡이츠가 이러한 입장을 고수하고 갈등이 해결되지 않을 경우 노동위원회에서 사측이 불리한 입장에 처할 개연성이 있다"고 말했다.

 

손 변호사는 "쿠팡이츠 측이 제시한 조건을 적용할 경우 단체교섭안의 적용 범위가 지나치게 협소해진다는 측면에서 교섭 사안을 실질적으로 성실하게 이행할 의사가 없다는 것으로 판단될 수 있어 '교섭 해태' 행위, 부당노동행위로 이해될 소지가 있다"며 "특정 주제로 논의 범위를 제한한 것 역시 이에 해당할 수 있다"고 부연했다.

 

그는 "형식적으로는 단체교섭을 진행하는 것처럼 보이지만, 실질적으로는 극도로 교섭 사안을 제한하는 행위"라고 짚었다.

 

노동법 전문 양정은 변호사(법무법인 중앙이평)는 "노조법 개정으로 근로계약 체결 당사자가 아니더라도, 근로 계약 조건에 대해서 실질적으로 영향력을 행사할 수 있는 주체도 사용자로 볼 수 있게 됐다"며 "이로 인해 라이더들 역시 노조법상 근로자의 지위를 온전히 누릴 수 있게 되는 한편, 집단적 노사관계에서 근로자성을 가지고 있다고 판단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양 변호사는 "즉, 모든 라이더에게 노조법이 적용돼야 한다는 것"이라며 "이와 같은 맥락에서 쿠팡이츠가 제시한 월 800건 이상 배달 조건은 법률적으로 성립될 수 없는 내용"이라고 지적했다.

 

그는 "또한, 노조에 소속된 라이더들은 교섭시 단체협약에 규범력이 전면적으로 적용된다"며 "이러한 법적 요건을 고려했을 때, 라이더 지위에 관해 특정 조건을 제시한다는 것 자체가 노조법이 규정한 규범력에 반하는 내용으로 이해될 수 있어 교섭 거부 혹은 해태로 평가될 소지가 높다"고 분석했다.

 

이어 "또, 단체 교섭의 논의 주제를 정당한 이유 없이 제한할 경우에도 교섭 거부나 해태로 판단될 수 있다"며 "사측에서 안건의 중요도를 설정하고 순차적으로 논의 주제를 확장하려는 의도를 가지고 있을 수 있지만, 특정 주제에 대해서만 교섭을 진행한다는 것은 법률적으로 납득하기 어려운 부분"이라고 부연했다.

 


【 청년일보=김원빈 기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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