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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수첩]"이견에서 이전투구로"...'첫단추' 잘못 낀 하나은행

 

【 청년일보 】 하나은행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이라는 악조건에 불구하고 올 1분기(2020년 1월~3월) 실적이 지난해보다 20% 이상 증가하는 등 ‘호실적’을 거두었다. 

 

그러나 이 같은 양호한 실적에도 불구하고 노사간 관계가 좀 처럼 회복될 기미를 보이지 않고 있어 우려의 목소리를 자아내고 있다.

 

27일 기준 5대 시중은행(KB국민·신한·우리·하나·NH농협) 중 현재까지도 ‘2019년 임금 및 단체협상(임단협)’을 완료하지 못하고 노사간 대치 중인 곳은 하나은행이 유일하다.  여타 은행들의 경우 지난해 말과 올해 초에 이미 임단협을 마무리 지은 상태다. 

 

하나은행 노사는 지난해 말 통합노조가 출범해 노조의 체제 정비에 시간이 걸리면서 임단협이 늦어졌다고 설명하고 있다.  일정 부분 수긍이 가는 대목이나, 올해를 시작한 지 반년에 가까워지고 있는 지금까지도 임단협이 진행 중이라는 건 정상적이라 볼 수만은 없는 게 사실이다.

 

하나은행 내부에서는 이처럼 노사간 협상이 지지부진하게 된 주 원인으로 '직원 성과급(보로금)을 지목하고 있다. 하나은행을 제외한 다른 시중은행들은 200% 내외 수준의 성과급을 지급한 상태다. 

 

그러나 하나은행의 경영진은 지난해 설정한 실적목표치, 즉 ‘목달도(목표달성도)’를 달성하지 못했다는 이유로 성과급 지급에 난색을 표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하나은행 한 관계자는 “사측은 성과급 지급 기준 목달도가 85%인데, 실제 목달도가 72%에 그쳤기 때문에 성과급을 지급할 수 없다는 입장”이라며 “노조 입장에선 지난해 무려 2조원이 넘는 당기순이익을 거두었음에도 직원들에게 목달도 미달성을 운운하며, 성과급 지급을 거부하는 것을 받아들이기 어렵다"고 말했다.

 

더욱 내부적으로 갈등을 키운 것은 일반 직원들을 제외하고 임원들에게만 성과급을 지급해 직원들로부터 강한 반발을 야기했다는 점이다. 사측이 '첫단추'를 잘 못 끼운 셈으로, 노사갈등을 더욱 부추기게 된 빌미를 제공했다는 지적을 받는다.

 

하나은행은 직원들의 성과급 지급여부에 대해 "아직 논의 중"이라는 입장이다. 하지만 노사간 이견 차가 크다는 점에서 당분간은 임단협을 둘러싼 진통이 불가피해 보인다.

 

현재 은행권을 비롯한 전 금융업계는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을 비롯해 저금리와 경기 침체 등 각종 악재로 경영상 어려움에 직면할 것이란 전망이 제기되고 있다. 

 

금융권내에서는 지금 현재 상당한 성과를 이뤄냈다고 평가하고는 있지만 향후에는 각종 불확실성 등으로 경영상의 어려움이 가중될 것이란 분석이 대체적이다.

 

이 같은 점을 감안하면, 작금의 경영위기 우려에 노사간 화합해 대응해도 부족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더욱이 성과급을 둘러싸고 '기싸움'을 벌이고 있는 모습은 코로나19로 인해 생계 유지가 막막해진 영세업자 등을 조금이라도 생각한다면 그리 곱지만은 않아 보인다.

 

최근 ‘ESG투자’의 중요성이 부각되면서 글로벌 ‘큰손(?)’들은 당기순이익 등 회계 관점의 이익뿐만 아니라 노조와의 관계 등도 사회적(Social)·지배구조(Governance) 관점에서 투자 판단의 주요 요소로 삼고 있다.

 

요컨데, 하나은행은 국내 ‘시스템적 중요 은행(D-SIB)’ 기준에 부합하는 5개 은행(KB국민·신한·우리·하나·NH농협) 중 한 곳으로 평가된다. 그 만큼 우리나라 경제에서 중요한 위치를 점하고 있다. 이는 하나은행의 노사간 갈등을 그저 일개 기업의 내부적인 일로만 치부할 수 없는 이유이기도 하다.

 

하나은행 노사는 이날 오후 임단협 관련 5차 협의를 진행키로 한 것으로 알려졌다.  노사 상호간 '기싸움' 보다는 양보와 타협을 통해 작금의 어려운 상황을 슬기롭게 극복하려는 '화합'의 모습으로 한층 발전적이고, 성숙된 모습을 보여주길 기대해 본다.

 

【 청년일보=정재혁 기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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