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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수첩] 널뛰는 대출금리...은행권, 대출 빗장 풀고 상술 '유감'

 

【 청년일보 】 "지난해의 경우 금리가 워낙 낮기도 했고 '빚투(빚내서 투자)', '영끌'(영혼까지 끌어모아 투자) 등 증시나 부동산 투자가 활발했던 것과 비교하면 현재는 미국의 기준금리 인상, 우크라이나 사태 등 금리가 상승하는 이벤트 밖에 없는 상황이다"

 

은행권 한 관계자가 최근 대출 금리 인상 조짐에 대해 한 말이다.

 

국내 시중은행들은 올 들어 가계대출이 3개월 연속 마이너스 행진을 이어가자, 3월에 들어서며 대출 빗장을 풀기 시작했으나, 정작 고객들은 반갑지가 않다. 높은 대출 금리로 인한 심적 부담이 되레 가중되고 있기 때문이다.

 

특히 긴급 자금이 필요한 이들에게는 반가운 소식일수 도 있지만, 막상 적용 금리를 생각하면 한숨이 절로 나올 수 밖에  없는 상황이다.

 

우선 우리은행의 경우 혼합형(5년 고정금리 이후 변동금리로 전환) 주택담보대출(이하 주담대)의 금리는 4.1%~6.01%로 6%까지나 올랐다.

 

여타 시중은행들 역시 상황이 다르지 않다. 혼합형 주담대 금리는 전날 기준 4.647~5.947%로 집계됐다. KB국민은행과 신한은행의 혼합형 주담대 금리는 각각 4.0~5.5%, 4.32~5.15% 수준이다.

 

이처럼 금리 인상 조짐은 미국 중앙은행인 연방준비제도(연준·Fed)의 기준금리의 인상 가능성과 함께 윤석열 대통령 당선인의 50조원 추가경정예산(추경) 편성 논의가 이어지면서 채권 금리가 치솟은 결과로 해석되고 있다.

 

게다가 미 연준의 금리 인상 시계가 빨라지면서 돈 줄을 쥐고 있는 한국은행 역시 향후 기준금리 상승 압박이 더욱 거세질 것으로 전망된다.  일각에서는 이 같은 금리 상승 전망을 감안하면 연내 주담대 금리가  7%를 넘어설  것이란 분석마저 제기되고 있다.

 

다만 우려스러운 건 대출금리는 급격히 오르고 있는 반면 수신금리는 이의 절반에도 미치지 못하고 있다는 점이다.

 

은행이 예대마진(여신이자-수신이자)을 통해 수익을 확보하는 한편 리스크 관리도 중요하지만, 예대금리간 격차가 지나칠 정도로 벌어질 경우 '이자 장사'만 한다는 비판에서 자유로울 수 없다.

 

코로나 사태에 20여차례의 부동산 정책 변경에 따른 대출 규제 등으로 많은 서민들이 힘겨운 생활을 보낸 가운데 오는 5월 새 정부가 출범할 예정이다. 새 정부가 출범하면 윤석열 대통령 당선인이 내세운 공약들이 실행에 옮겨질 것으로 예상된다.

 

특히 윤 당선인은 은행권의 과도한 금리 격차를 견제하기 위한 일환으로 '예대금리차 공시제도'를 공약했다. 시중은행이 기준금리 인상기에 대출금리는 '왕창' 올리고 예금금리는 '찔끔' 올리는 잘못된 관행을 개선하겠다는 의지로 보인다.

 

하지만 은행권 일각에서는 이 같은 윤 당선인의 공약에 대해 은행권의 자율 결정권을 무시한 정부의 과도한 개입으로 간주하는 모양새다. 즉 은행권 내에서는 예대금리차 공시를 이른바 '포퓰리즘'으로 비하하는 이들도 적지않아 보인다.

 

그러나 예대금리 격차는 갈수록 벌어지고 있으며, 이로 인한 금융소비자들의 부담 지속되고 있다는 점은  분명한 사실이다.

 

한국은행에 따르면 지난 1월 국내 은행의 예대금리차는 잔액 기준 2.24%포인트다. 이는 지난 2019년(2.24%p) 이래 30개월 만에 최대치다.

 

지난해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의 경제 충격에도 돈을 빌리려는 이들이 은행으로 대거 몰리면서 은행권은 사상 최대의 실적을 달성했다. 

 

물론 이중에는 증시 호황이나 부동산 대박을 노린 '빚투·영끌' 등 이른바 '제로금리'를 등에 업고 투자를 위해 대출을 받은 사람도 상당했다는 평이지만, 이들도 결국 은행의 역대급 이자이익 확대를 견인한 셈이다.

 

은행권은 사상 최대의 이익을 시현하고, 이로 인한 댓가로 대규모 성과급을 지급했다. 직원들의 노력에 따른 성과급 지급에 대한 문제를 제기하려는 것은 아니다.

 

다만 이 같은 최대 성과의 이면에는 금융소비자들의 힘겨운 고통이 녹아있음을 외면할 수 없다. 따라서 사상 최대의 이익에 따른 금융소비자들에게도 이에 걸맞은 혜택을 나눠야 한다는 점도 외면해선 안된다.

 

그럼에도 불구 은행권은 되레 금리 인상을 통해 금융소비자들에게 부담만을 강요하는 건 아닌지 되새겨 볼 일이다.

 

은행은 사회적 책임과 공공성이 요구되는 산업이다. 지난 1997년 말 IMF 사태 이후 부실화 된 은행들이 재기할 수 있었고, 이후 막대한 수익을 거둬들일 수 있었던 배경에는 국민들의 혈세가 지렛대 역할을 했음을 잊어서는 안된다.

 

요컨데, 지금과 같은 상황이 은행권의 고통 분담을 위한 노력이 절실한 시점이 아닌가 싶다. 정부의 개입에 앞서 과도한 예대금리 격차를 개선하는 등 사회적 책임과 역할에 대한 깊은 성찰을 기대해 본다.

 

 

 

【 청년일보=이나라 기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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