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병기 공정거래위원장 후보자가 지난 14일 인사 청문 준비 사무실이 있는 서울 중구 대한상공회의소로 출근하며 지명 소감을 밝히고 있다. [사진=연합뉴스]](http://www.youthdaily.co.kr/data/photos/20250834/art_17554953864912_42b833.jpg)
【 청년일보 】 이재명 정부의 첫 공정거래위원장 후보에 주병기 서울대학교 경제학과 교수가 내정되자, 플랫폼 업계가 벌써부터 적잖은 '속앓이'를 하고 있다.
특히 배달 플랫폼 업계 일각에서는 그동안 규제 기반의 공정 거래를 설파해온 그의 성향 및 기조에 대한 적잖은 우려를 나타내고 있는 분위기다. 반면 노동계 등 일각에서는 불공정 관행을 개선시킬 적임자라며 그의 역할론에 기대감을 보이고 있다.
19일 플랫폼 업계 등에 따르면, 공정거래위원회(이하 공정위)는 주병기 내정자에 대한 국회 인사청문요청안에 대한 막바지 작업을 진행 중이다. 일각에서는 그에 대한 큰 하자가 없는 한 차기 공정위원장에 임명될 것으로 보고 있다.
유통업계 한 관계자는 "인사청문회 일정이 조만간 지정될 것으로 보인다"며 "큰 이변이 없는 한 주 내정자가 이번 정부의 첫 공정거래위원장으로 임명되게 될 것이란게 중론인 듯하다"고 말했다.
주 내정자는 국내 경제학계에서 대표적인 '규제파' 인물로 평가된다. 실제로 그는 취임 이후 기업의 불공정 거래 행태에 대한 강력한 규제를 예고하고 있다.
지난 14일 주 내정자는 인사청문회 준비사무실이 마련된 한국공정거래조정원 첫 출근길에서 "경제적 강자가 갑질을 행사해 약자들의 혁신과 성과를 가로막는다면 누가 기업가 정신을 발휘하려 하겠는가"라며 "기업 간 거래의 공정성을 확보하는 게 매우 중요한 과제라고 생각한다"고 강조했다.
특히, 주 내정자는 최근 배달 플랫폼 업계를 중심으로 불거지고 있는 플랫폼 산업의 '갑질' 문제에 주목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진다.
주 내정자의 플랫폼 업계에 대한 강도 높은 규제 방침은 전임 윤석열 정부의 '자율 규제론'과 크게 배치된다는 점에서 더욱 주목 받고 있다.
윤석열 정부는 배달 플랫폼을 비롯한 자영업자, 라이더 등과의 자율적 협의를 강조하며 작년 7월 '배달앱 상생협의체'를 통해 2.0%~7.8%의 차등 수수료안을 도출한 바 있다.
그러나 당시 협의에 참여했던 자영업자 단체를 중심으로 논의 과정에서 배달 플랫폼 업체의 미온적인 태도는 물론 첫 번째 결과물인 '차등 수수료안'이 반쪽짜리 성과에 불과하다는 불만을 제기해왔다.
당시 논의에 참여했던 한 자영업자 단체 관계자는 "현재 차등 수수료안이 적용되고 있지만, 실제 현장에서 배달 중개 수수료로 인한 부담은 종전과 달라진 바가 거의 없다"며 "배달 플랫폼을 이용하는 업장 대부분이 최고 수수료율인 7.8%를 적용받고 있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즉 자율 규제에 의한 플랫폼 업계의 자정 노력이 미흡하다고 보고 있는 셈이다. 주 내정자는 현재 더불어민주당이 추진하고 있는 '온라인 플랫폼 공정화법(이하 온플법)' 입법에 적극 협조하겠다는 입장이다.
그는 "현행법체계에서 공정위가 갖고 있는 권한을 최대한 활용해 플랫폼 사업자의 횡포를 막고 약자의 협상력을 높일 수 있는 시장 질서를 만들어야 한다"고 언급하기도 했다.
온플법은 일정 규모 이상의 거대 플랫폼 사업자를 '특정 온라인 플랫폼 중개 사업자'로 지정하고, 독점적 지위 남용 행태(자사 우대, 끼워팔기) 등을 규제하는 내용을 골자로 한 법안이다.
플랫폼 업계 일각에서는 주 내정자가 공정위원장에 임명될 경우 온플법은 물론 이 대통령이 대선 기간 공약한 '배달 중개 수수료 상한제' 논의도 탄력을 받게 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플랫폼 업계에서는 주 내정자의 위원장 임명을 계기로 현 플랫폼 업계내 시장체계에 본격적인 메스를 가할 것이란 전망이 적지않다. 특히 일각에선 반 기업성향 위주의 규제를 강화할 것이란 전망도 나온다.
업계 일각에선 이 처럼 강도 높은 규제가 시행될 경우 산업 성장의 핵심 동력인 자율성이 크게 훼손되는 등 기업 경쟁을 상실을 야기할 수 있다는 우려가 대체적이다.
플랫폼 업계 한 관계자는 "자유로운 산업 생태계 개척을 특징으로 하는 플랫폼 업계에 기존 기업에 적용될법한 다양한 규제 법안을 입안, 강제화할 경우 이로 인한 다양한 후유증이 야기될 것"이라고 지적했다.
이어 "플랫폼의 경우 데이터 기반의 무형의 서비스를 기반으로 수익을 창출하는 경우가 많은데, 이와 같은 산업 특성을 잘 반영한 실질적이고 균형적인 법안이 만들어질 수 있을지 의문"이라며 "어떤 규모 이상을 거대 플랫폼 사업자로 규정할 지, 어떤 업종을 독점적 플랫폼으로 구분할지 등에 대한 합리적인 논의가 더 필요하다"고 덧붙였다.
또 다른 관계자도 "세계적으로 플랫폼 업체들이 자유로운 기업 환경을 기반으로 산업계를 이끌고 있는 가운데, 규제 일변도로 정책을 강행한다는 것은 매우 부자연스러운 행보인 듯 하다"며 "자율적 규제를 더 촉진할 수 있는 방안을 마련하는 것이 보다 합리적일 것"이라고 주장했다.
반면, 배달 플랫폼 업계의 주요 이해관계자인 라이더와 자영업자 일각에서는 주 내정자의 기조에 큰 기대감을 내비치고 있는 분위기다.
배달앱 상생협의체 논의에 참여한 자영업자 단체의 한 관계자는 "배달 플랫폼 업계가 본격적으로 성장한지도 약 10년이 돼간다"며 "그동안 배달 중개 수수료, 최혜 대우 요구 등 수 많은 문제가 불거졌음에도, 업체들은 자영업자의 목소리를 무시로 일관해왔다"고 전했다.
이어 "과거 이러한 행적이 있음에도 여전히 자율 규제를 주장하는 것은 그야말로 어불성설"이라며 "정부가 나서 공정한 플랫폼 생태계 조성을 위해 노력할 때"라고 강조했다.
한 라이더 노조 관계자도 "배달 플랫폼 업계의 일방적인 '약관 변경'으로 인해 발생하는 수많은 '을'들의 피해는 일상화된 지 오래"라며 "현재는 자영업자의 배달 중개 수수료 논의가 선행된 것으로 보이지만, 주 내정자 임명 이후 배달 플랫폼 업체와 라이더 간의 불공정 계약도 반드시 개선돼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전문가들은 배달 플랫폼 업계에 대한 적절한 정부 개입의 필요성을 지적하면서도 기업 경영의 자율성이 침해 받아서는 안된다는 게 대체적이다.
주요 경제단체의 한 전문가는 "배달 플랫폼 업계가 그동안 다양한 문제들, 특히 법적 사각지대를 이용해 이해관계자들과의 불공정 계약·거래를 관행화했다는 것은 이미 잘 알려진 문제"라며 "정부가 나설 지점은 바로 이 같은 잘못된 관행을 타파하고, 플랫폼의 계약, 거래 방식을 제도화하는 데 있다고 본다"고 말했다.
그는 "현 계약 구조로 다소 큰 어려움을 겪고 있는 자영업자, 라이더 등의 권익을 증진하는 것이 우선시 돼야 하는 것은 분명하다"며 "다만, 기업 본연의 경쟁력을 저해할 수 있는 데이터·알고리즘 등에 대한 규제적 접근은 신중할 필요가 있다"고 제언했다.
이은희 인하대학교 소비자학과 교수는 "배달 플랫폼 산업은 업체는 물론 자영업자, 라이더, 소비자 등이 복잡하게 얽혀 있는 독특한 산업 구조를 가지고 있다"며 "현재 상황에서 소비자에게 더 이상 추가적인 부담을 지게 할 수 없는 상황에서 결국 핵심은 업체와 자영업자 간의 이해관계를 조정하는 게 핵심일 것"이라고 전했다.
이 교수는 "업체 측에서는 배달 중개 수수료 외에도 애플리케이션 운영 비용, 인건비 등 다양한 요소를 고려해야 한다"며 "마냥 업체에만 부담을 늘릴 수는 없는 상황"이라고 강조했다.
아울러 "정부가 배달 플랫폼 산업에 대한 법적 토대를 본격적으로 마련하고자 한다는 취지는 이해한다"며 "모든 이해관계자의 니즈를 모두 만족시킬 수는 없겠지만, 법적 테두리를 마련하는 데 있어 모두가 양보하고, 합의할 수 있는 사회적 논의를 선행하는 게 무엇보다 중요하다"고 조언했다.
【 청년일보=김원빈 기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