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청년일보 】 김남구 한국금융지주 회장이 보험사 인수를 공식화한 가운데, 최근 태광그룹 이호진 회장을 수 차례 만나 태광그룹 금융계열사인 흥국화재 인수를 타진한 것으로 알려졌다.
다만 김남구 회장은 수 차례 이호진 회장과의 만남에서 흥국화재 인수 의사를 제안했지만, 이호진 회장이 묵묵부답으로 일관해 성사되지는 않았다는 후문이다.
보험업계 일각에서는 이 처럼 한국금융지주가 보험사 인수에 적극적인 행보를 보이면서 향후 한국금융지주의 보험사 인수 행보를 두고 적잖은 관심을 모으고 있다.
13일 보험업계 등에 따르면 김남구 한국금융지주 회장은 최근 이호진 태광그룹 회장을 수 차례 만나 그룹내 보험계열사인 흥국화재 인수를 타진해 온 것으로 알려졌다.
보험업계 한 고위 관계자는 "김남구 회장이 이호진이 회장에게 연락해 만남이 이루어진 것으로 안다"면서 "특히 7~8차례 만나 흥국화재 매각을 적극 제안한 것으로 알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둘의 만남은 김 회장이 내부 전략 담당들에게 보험업 진출을 선언한 후 이뤄졌으며, 흥국화재를 선택한 배경에 대해서는 구체적으로 알려지지 않았다"고 덧붙였다.
이 처럼 김 회장이 보험업 진출을 적극적인 행보를 보이고 있는 이유는 최근 국내외 금융시장에서 연금·노후자산 관리 수요가 급증하고 있는 점이 꼽힌다.
특히, 미국 등 선진국에서 확대 중인 프라이빗 데빗 펀드(Private Debt Fund, PDF) 시장의 성장세가 자산운용과 보험업의 결합 가능성을 높이고 있다.
프라이빗 데빗 펀드(Private Debt Fund)는 비상장기업이나 특정 프로젝트에 대출이나 채권 투자 형태로 자금을 제공하는 사모펀드를 말한다. 쉽게 말해, 은행이 아닌 투자펀드가 기업에 돈을 빌려주는 구조다. 즉, 은행처럼 대출을 해주지만, 은행과 달리 펀드 형태로 운영되며, 대출 기준이나 구조가 더 유연하고 맞춤형인 것이 특징이다.
이 시장에서는 보잉(Boeing) 등 대기업에 장기 고정금리 대출을 제공해 안정적인 현금흐름을 확보하는 구조가 일반적으로 알려졌다.
이 고위 관계자는 "김 회장이 이러한 구조가 보험사의 장기 부채 구조와 결합될 경우, 현금흐름 중심의 연금형 모델로 진화할 수 있다고 판단한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최근 금융업계에서는 전통적인 보험사의 투자패턴인 LDI(Liability Driven Investment)에서 탈피해 IDL(Investment Driven Liability) 개념이 부상하고 있다.
LDI란 투자자가 ‘부채(지출해야 할 미래의 의무)’를 기준으로 자산운용 전략을 세우는 방식을 말한다. 즉, 단순히 수익 극대화가 목적이 아니라, 미래에 지급해야 할 부채를 안정적으로 감당할 수 있도록 투자 구조를 설계하는 전략이다.
LDI는 Liability Driven Investment의 약자로, 부채 추종형 자산운용을 의미한다. LDI는 생명보험사와 같이 연금을 지급해야 하는 연금펀드가 지급의무를 다하기 위한 운용전략으로 평가받고 있다.
주로 확정급여형 연금제도(DB형)와 보험사 등에서 사용되며, 자산 포트폴리오를 부채의 규모, 만기, 위험 특성에 맞춰 구성해 현금 흐름의 불확실성을 줄이고, 지급 시점에 자금이 부족하지 않도록 관리하는 것이 핵심이다.
기존에는 보험 부채구조(Liability)에 맞춰 자산운용전략을 마련했다면, 이제는 투자전략(Investment)을 먼저 설계하고 이에 맞는 보험상품을 설계하고 판매하는 방식으로 변화할 것을 염두해 둔 것이란 해석이다.
이 고위 관계자는 “IDL 구조로 전환되면 수익성과 안정성을 동시에 추구할 수 있다”며 “투자 노하우를 가진 증권사가 보험업에 진출하기에 유리한 환경이 조성되고 있다”고 말했다.
한국투자증권은 국내 증권사 중 최고의 투자역량을 보유한 것으로 평가받고 있다.
김 회장이 보험업 진출에 공을 들이는 배경에는 투자 중심 보험모델(IDL형 연금·보험 상품)을 통한 새로운 성장동력 확보 전략이 있는 것으로 풀이되고 있다.
아울러 한국금융지주가 보험사 인수에 적극적인 배경에는 메리츠금융지주의 급성장도 적잖은 영향을 미친 것으로 풀이되고 있다.
메리츠금융지주는 손해보험사인 메리츠화재와 메리츠증권이 한몸처럼 움직이는 구조다. 보험사의 대체투자 포트폴리오를 증권사가 구조화하거나 운용해 자기자본 운용을 비롯 수수료 수익, 운용 이익을 동시에 얻고 있다.
보험사는 기본적으로 막대한 운용자산(AUM)을 보유하고 있어 장기부채를 바탕으로 안정적 운용 이익을 가져가는 구조를 취한다. 이에 증권사가 보험사를 인수하면 그룹 차원의 운용자산이 확대되고 보험사의 채권 및 대체투자 운용을 증권사가 맡을 수 있다는 장점을 가진다.
최근 메리츠금융지주는 SK이노베이션 및 SK온에 5조원대 투자를 단행했을 때도 내부 자금으로 상당 부분을 자체 부담할 수 있었다. 2조원 규모의 주가수익스와프(PRS) 중 6천억원이 내부자금이었고, 3조원 규모 전환우선주(CPS) 중에선 메리츠 계열사들이 4천억원을 부담했다. 총 1조원을 메리츠가 책임졌다.
다만 메리츠금융이 보험영업 자체의 수익성과 언더라이팅 능력으로 그룹을 키웠다면, 한국금융지주는 자산운용 역량과 판매채널 시너지를 통해 보험사를 운용하는 모델을 지향할 가능성이 큰 것으로 전망된다.
이를 통해 고배당·자본축소 전략을 가져갔던 메리츠와 달리, 한국금융지주는 성장 기반의 시너지 창출 전략에 무게를 둘 것이란 설명이다.
한 금융투자업계 관계자는 "한국금융지주가 보험사를 인수시 계열사 거래가 확대되는 시너지가 발생한다면서 "보험사 자체가 거래 규모가 크다보니, 내부적으로 자금 운영에 큰 효과를 볼 수 있다"고 말했다.
이어 "메리츠증권의 경우에는 메리츠화재와의 협업으로 큰 거래를 성사시킬 수 있는 자금력을 확보할 있는 장점이 있다"고 전했다.
아울러 "현재 금융지주사인 한국금융지주의 수익구조는 한국투자증권에 90% 정도 의존하고 있어, 보험사 인수를 통해 성장동력 확보와 수익원 다각화를 도모하는 것으로 보인다"고 덧붙엿다.
한 보험업계 관계자는 "증권업을 기반으로 자산운용 강점이 있는 만큼, 저축성보험 등 방카슈랑스 채널을 통해 단기간 대규모 유동성을 확보한 후 운용자금을 키울 것으로 보인다"면서 "보험사를 활용해 대규모 자금을 확보한 뒤 한국투자증권이나 한국투자신탁운용 등을 통해 투자이익을 극대화하는 전략을 취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금융권 한 고위 관계자는 “메리츠금융이 투자 역량을 바탕으로 보험업을 성공적으로 확장한 사례처럼, 김남구 회장 역시 비슷한 구상을 갖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며 “보험업이 단순한 보장성 상품이 아니라 투자자산 기반의 장기 금융 플랫폼으로 진화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와 관련 한국금융지주 관계자는 "회장님 일정에 대해서는 공개되지 않는다"고 말했다. 또한 태광그룹의 한 임원은 "이 회장님이 태광그룹의 핵심인 흥국금융지주에 대한 각별한 애정이 있는 상황인 만큼 한축인 흥국화재를 매각할 가능성은 희박해 보인다"고 말했다.
한편 태광그룹 주력사인 태광산업은 지난 7월 금융감독원의 압박 속에 자사주 기반 약 3천200억원 규모의 교환사채(EB) 발행을 사실상 중단한 바 있다. EB 인수 예정자였던 한국투자증권도 내부 검토 끝에 EB 인수 참여를 최종 철회한 것으로 알려졌다.
【 청년일보=김두환 기자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