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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르포] '고향사랑기부제' 직접 내보니...답례품·시스템 개선 급선무

카드사용 가능…불편한 카드 정보 입력 과정
MZ 선호 답례품 소수…지역간 답례품 편차
잦은 시스템 오류…개선 논의 없는 시스템

 

【 청년일보 】 일명 '고향세'라 불리는 '고향사랑기부제'가 올해부터 시행됐다. 


이는 계속되는 인구 유출로 어려움을 겪는 지방자치단체에 인구감소와 재정 악화의 악순환을 완화할 제도적 수단을 마련하기 위해 시행된 제도다.


정부는 기부자에게 세제 혜택을, 기부받은 지자체는 답례품을 제공하도록 제도를 마련했다. 더불어 온·오프라인, 현금·카드결제 방식 등 기부자의 상황에 따라 선택할 수 있게 기부 방식도 다양화했다.


지방소멸을 막을 새로운 대안으로 떠오른 고향세를 기자가 직접 내봤다. 

 

◆ 지자체 재정 문제 해결할 '고향세'


고향사랑기부제는 개인이 자발적으로 자신의 고향 또는 응원하고 싶은 지자체에 기부금을 납입하면 연말정산 시 일정 부분 세액을 공제해주는 제도다. 고향세라 불리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 

 

기부 주체는 개인이어야 하며 주민등록 주소지 외 모든 지자체에 기부 가능하다. 예를 들어, 서울시민이라면 서울을 제외한 모든 지자체에 기부할 수 있다. 


1인당 연간 500만원까지 기부 가능하고 10만원까지는 전액, 10만원 초과분부터는 16.5%의 세금을 공제해준다. 100만원을 기부할 경우 초과분인 90만원의 16.5%인 14만8천원에 10만원을 더해 총 24만8천원을 공제하는 식이다. 


세금 공제 외에도 특별한 혜택이 있다. 기부받은 지자체에서 제공하는 답례품이다. 답례품은 지역 경제 활성화를 위해 관할구역 안에서 생산·제조한 물품 또는 관할구역 안에서 통용되는 지역사랑 상품권 등이어야 한다. 세부적 구성품은 지자체에서 자유롭게 선택할 수 있지만, 한 사람이 받을 수 있는 답례품의 총합은 기부액의 30% 이내로 제한한다. 

 

정부는 건전한 기부문화 조성을 위해 모금 방법을 엄격하게 제한한다. 기부 주체를 개인으로 제한한 것도 정치·경제적으로 압력을 받는 법인·기업 등의 발생을 막기 위해서다. 원칙적으로 기부 강요를 금지하며, 구체적으로 호별방문이나 향우회·동창회 등을 활용한 사적인 방법도 불가하다. 타인에게 모금을 강요할 경우 적용할 처벌 조항도 마련했다. 이 때문에 지자체들은 지면·TV광고 등을 통한 매체 홍보에만 전적으로 의존해야 한다. 


지난 2021년 9월 행정안전부는 고향사랑기부제 도입을 발표하며 "고향사랑기부제가 수도권 등으로 인구 유출이 심한 지역일수록 출향인 수가 많은 만큼, 더 많은 기부금을 확보해 지방재정 확보에 유리할 수 있을 것이다"고 내다봤다. 

 

◆ 편리한 카드 사용…불편한 카드 정보 입력


기부 방법은 간단했다. 온·오프라인 모두에서 기부할 수 있었으며 오프라인 기부는 농협은행지점에서 가능했다. 


세금 납부층 비율이 높은 청·장년층에게 온라인이 더 익숙한 만큼 홈페이지를 이용해 기부해 봤다. 기부는 PC·모바일 등에서 '고향사랑e음' 사이트에 접속한 다음 진행하면 됐다. 


사이트 메인 화면은 비교적 간단하게 제작되어 있어 기부창으로 넘어가는 것은 간단했다. 


온라인을 이용할 경우 사이트에서 회원가입을 한 후 기부하길 원하는 지자체를 설정하고 계좌이체, 신용카드 등으로 원하는 금액만큼 기부금을 납입하면 됐다. PC를 통해 회원가입을 할 때는 QR코드 입력을 통한 본인인증 과정이 필요했다. 


아직 답례품 구성이 끝나지 않은 일부 지역이 있기 때문에 답례품 수령을 원한다면 기부 전 답례품 제공 여부를 미리 확인해야 했다. 또한, 납입 페이지 하단 답례품 선택 사항에서 '답례품 제공 받음'으로 설정돼 있는지까지 정확히 확인해야 했다. 


맨 처음 3만원을 기부했다. 대부분의 개인 컴퓨터가 그렇듯 높은 보안 설정 때문에 결제창이 열리지 않아 보안 등급을 낮춰야 했다. 카드 결제는 가능했지만, 일반 온라인 쇼핑몰과 달리 카드번호와 비밀번호 등을 직접 입력해야 하는 불편함이 있었다. 


◆ MZ 선호 답례품 소수…지역 간 답례품 편차 


결제를 마치고 답례품 선택 페이지로 넘어갔다. 지자체별로 특산품이 다르다 보니 지급 답례품에도 큰 차이가 있었다. 홍삼·수삼부터 1인 가구를 위한 간편식 갈비탕, 휴양림 이용권까지 있었다. 내가 기부한 지자체를 확인해 보니 청년들이 일상생활에서 필요로 하는 품목은 없었다. 


지난 2021년 8월 한국지방재정논집에 실린 '일본 고향납세 기부 제도의 지방재정 형평화 효과'에서도 이같은 지역 간 답례품 편차에 따른 문제가 지적됐다.


연구를 진행한 국중호 요코하마시립대 교수와 염병배 충남대학교 교수는 "향토 특산물의 지역 편차가 심한 상태에서 바로 답례품 제도를 허용할 경우에는 기부금이 일부 인기 답례품 제공 지역으로 쏠리는 또 다른 지역 불균형 현상이 발생할 수 있다는 점도 유의할 필요가 있을 것이다"고 언급했다.


이같은 문제점은 실제로도 일어나기 시작했다. 이만희 국민의힘 의원실이 고향사랑기부제 시행 100일을 맞아 실시한 현황조사에 따르면 응답에 참여한 140개 지자체의 모금액 실적 편차가 매우 큰 것으로 나타났다. 


이에 따르면 지난 1분기 동안 평균 모금액은 5천300여만원이었으며, 기부금 전국 1위인 전북 임실군은 3억1500만원을 모금한 반면, 일부 지자체는 200여만원을 모금하는데 그친 것으로 나타났다. 


직접 답례품목을 확인해 보니 앞서 언급한 연구와 조사에서 드러난 문제점을 실감할 수 있었다.

 

◆ 잦은 시스템 오류…개선 논의 없는 온라인 시스템 

 

선택 가능한 상품을 빠르게 확인하기 위해 상단 우측에 있는 '선택가능 답례품'을 눌렀다. 규정상 기부금액의 최대 30% 금액까지만 답례품을 지급할 수 있기에 3만원을 기부한 상태에서는 답례품을 받을 수 없었다. 


답례품을 받기 위해 추가로 7만원을 더 기부했다. 7만원을 결제하기까지 4번의 시스템 오류가 발생했고 5번째 시도만에 기부를 할 수 있었다. 


총 10만원의 기부를 마치자 답례품을 선택할 수 있었다. 기부금액의 30%만큼을 기부포인트로 지급하고 이를 통해 답례품을 구매하는 방식이었다. 내가 기부한 지자체 답례품들은 수익금 일부를 주민·장애인 일자리창출에 사용하는 지역 사회적기업에서 제작한 것들이었다. 


답례품을 결제하는 창에서도 계속해서 오류가 발생했다. 원하는 답례품을 선택한 후 결제하려 했지만 계속해서 옵션을 선택하라는 안내창이 떴다. 이에 다른 상품을 선택하려 시도했지만 주문을 위한 잔액이 부족하다는 안내창이 떴다. 몇 차례의 오류 반복을 거친 후에야 마침내 답례품을 구매할 수 있었다. 답례품은 영업일 기준 3일 정도가 지난 후 도착했다. 


앞서 지난 13일 국회의원회관에서 '고향사랑기부제 시행 100일 긴급진단 토론회'가 열렸다. 이날 거론된 안건은 체험형 답례품 발굴, 기부금 상한액 철폐, 세액공제 확대, 기업 기부 참여 허용 등이었다. 하지만 청·장년층이 주로 이용할 온라인 시스템 개선에 대한 언급은 없었다. 

 


【 청년일보=오시내 기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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