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청년일보 】 국내 제약·바이오 산·병·연이 힘을 모아 국내 AI 기반 전주기 신약개발 생태계 조성을 위한 플랫폼 구축에 나섰다.

 

한국제약바이오협회를 중심으로 한미약품과 같은 대형 제약사부터 국가 연구기관과 대형병원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구성원이 참여하는 이번 사업이 AI 신약개발의 실질적 전환점이 될 수 있을지 많은 관심과 기대를 받고 있다.

 

다만, 제약업계 일각에서는 취지 등은 좋으나, 신약개발 전주기 등을 고려하면 선택과 집중이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있다.

 

9일 제약·바이오업계에 따르면 한국제약바이오협회를 비롯한 국내 연구소·제약사들이 보건복지부가 추진하는 ‘K-AI 신약개발 전임상·임상 모델개발사업(이하 사업)’에 참여해 AI 기반 신약 개발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이번 사업은 혁신적 인공지능 기술을 활용한 ‘AI 기반 신약개발 임상시험 설계·지원 플랫폼’을 구축·개발하고, 이를 기반으로 전임상-임상 단계 연계 및 진입 가속화를 통한 국내 AI 전주기 신약개발 생태계 조성을 목표로 4년 3개월간 정부지원금 약 371억원이 투입된다.

 

또한, 이번 사업을 통해 구축될 K-AI 플랫폼은 향후 제약사·병원·CRO(임상시험수탁기관) 등이 실제 임상시험 설계에 활용할 수 있도록 실증을 추진하며, AI 기반 임상시험 설계 지원을 통해 IND(임상시험계획) 승인 등 6건의 실증 사례를 달성해 실효성을 검증할 예정이다.

 

먼저 한국제약바이오협회는 사업 총괄기관이자 1주관의 주관기관으로 최종 선정됐다. 이에 따라 협회 산하 AI신약연구원은 ▲전체 과제의 총괄 및 운영 ▲데이터 구축 및 표준화 ▲플랫폼 구축 및 실증 지원 등을 담당한다.

 

1주관에서는 ▲AI 연합학습 기반 전임상·임상 통합 파운데이션 모델 개발 ▲2~4 주관에 의해 개발되는 AI 모델 유기적 연계·협업 오케스트레이션 ▲임상 설계·지원 플랫폼 개발 ▲임상시험 설계 지원 비임상‧임상 데이터 구축·표준화 ▲가상 임상시험 실증 지원 등을 진행한다.

 

이를 위해 각 기관이 보유한 연구 및 비임상·임상 데이터를 외부 반출 없이 학습 가능한 연합학습 기반 클라우드 플랫폼을 개발하고 첨단 보안기술을 적용해 협력 연구를 구현할 계획이다.

 

아이젠사이언스는 이번 사업에서 신약개발에 특화된 ‘파운데이션 모델(Foundation Model)’을 독자적인 ‘연합학습(Federated Learning)’ 플랫폼 위에서 개발한다. 파운데이션 모델은 방대한 전임상 및 임상 데이터를 학습한 거대 AI 모델로, 신약개발 전반에 걸쳐 활용될 수 있는 핵심 두뇌 역할을 한다.

 

또한, 컨소시엄 내 다른 주관기관들이 개발하는 ▲중개연구 AI ▲역이행 연구설계 AI ▲동물실험 대체 AI 등 총 6종 이상의 전문 AI 소프트웨어를 유기적으로 연동하고 지휘하는 ‘AI 에이전트 오케스트레이션(Agent Orchestration)’ 기술을 구현한다.

 

한미약품은 삼성서울병원이 주관하는 ‘역이행 연구 설계 AI SW 개발’ 분야의 공동 기관으로 참여, 오랜 기간 항암·대사질환 분야에서 신약 연구를 통해 확보한 데이터를 제공하고, 나아가 새로운 전임상 멀티모달 데이터를 생산하는 역할을 맡는다.

 

이를 위해 ▲세포 기반(in vitro) 실험 ▲동물 모델(in vivo) 조직 분석 ▲오믹스(유전체, 단백질 등) 데이터 등 자체 보유한 신약개발 역량을 적극 활용할 예정이다.

 

목암생명과학연구소는 이번 사업에서 전임상 단계에서 생성된 다양한 실험 데이터와 초기 임상 데이터를 연결해, 신약 개발의 임상 단계 전환을 지원하는 AI 기술 개발이 목표인 ‘중개연구 AI 소프트웨어 개발’을 주도한다.

 

전임상-임상 데이터 연계 약물 반응성·독성·용량 예측 AI 모델 개발과 ▲약물 예측 모델 기반 임상 전환 성공률 예측하는 AI 추론 에이전트 개발 ▲연합학습을 통한 실증 기반 성능 고도화 등을 담당한다.

 

이밖에도 서울대병원, 한국생명공학연구원, 삼진제약, 동아ST, 대웅제약, 국가임상시험지원재단, APACE, C&R리서치, 고려대학교 산학협력단, LG CNS 등 국내 많은 병원·제약사·연구원이 참여한다.

 

제약·바이오업계는 이번 과제를 통해 여러 기관의 데이터를 통합 분석해 개발되는 AI 소프트웨어가 임상 단계의 불확실성을 낮추고, 신약개발 과정에서 전임상 모델의 정확도와 예측력을 높여 임상시험 성공 가능성을 향상시켜 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다만, 제약·바이오업계 일각에서는 수박 겉핥기식 연구 투자라는 비판의 목소리도 있다.

 

한 제약업계 관계자는 “AI 기반 신약개발에 투자할 기업에게는 300억원 투자는 상대적으로 큰 돈이 아니다”라면서 “이번 투자는 작은 제약·바이오 기업과 함께 진행한다는 것에 의의를 둔 정부 투자가 유도된 것 같다”고 개인적인 소감을 말했다.

 

이어 “사업이 잘 진행돼 6개의 실증 사례를 달성하더라도 그 이후에도 신약개발을 위한 자금 투자가 필요하다”며, “차라리 현재 신약개발 등을 잘하는 기업에 정부 자금을 지원하고 재투자로 이어지는 선순환 방식을 추구할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다.

 

또 다른 제약업계 관계자는 “기업들이 국가적인 트렌드에 맞춰서 많이 AI 기반 신약개발 프로젝트 등을 참여·추진하고 있는데, 단순히 트렌드에 편승하는 것에 그치는 것이 아니라 명확한 체계를 잡아놓고 가는 것이 필요해 보인다”고 말했다.

 

이어 “항암제와 항생제는 구조가 틀린 것처럼 신약개발 AI도 표준 AI가 아니라 각 약물 및 질환 특성에 특화된 AI 알고리즘을 목표로 나아가야 한다”고 제언했다.

 

【 청년일보=김민준 기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