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통/소비자
"잠실점 없었다면 어쩔 뻔"…'최다 점포' 롯데백화점, 수익성 악화에 '쩔쩔'
【 청년일보 】 저수익 점포 운영을 둘러싼 롯데백화점의 고심이 깊어지고 있다. 전문가들은 비효율 점포에 대한 구조조정과 확실한 프리미엄 브랜딩 전략을 구축할 필요가 있다고 제언한다. 23일 업계에 따르면, 롯데백화점은 최근 일부 점포를 제외한 대부분의 점포의 수익성 악화로 골머리를 앓고 있다. 한 업계 관계자는 "유통업계 전반의 혹한기가 지속되는 상황에서, 비효율 점포 유지를 위한 고정비 지출에 대한 부담이 만만치 않을 것"이라며 "이들 점포의 수익이 개선되는 것이 아닌, 악화하는 흐름이 지속되고 있어 이들 점포 운영에 대한 운영은 더욱 깊어질 수밖에 없어 보인다"고 말했다. 실제 롯데백화점은 최근 저수익 점포를 지속적으로 정리하고 있다. 이달 19일에는 분당점 폐점을 결정했다. 이는 롯데백화점의 첫 수도권 지역 사업 철수 사례다. 뿐만 아니라, 롯데백화점은 작년 6월 마산점 폐점을 결정한 바 있고, 현재는 롯데의 '텃밭'인 부산 센텀시티점의 매각도 추진하고 있다. 롯데백화점이 이와 같은 점포 '구조조정'에 본격 돌입한 이유로는 수도권의 일부 우량 점포를 제외한 비수도권 중소형 점포의 수익이 개선되지 않고 있기 때문이라고 업계는 해석하고 있다. 작년 국내 5대 백화점 매출 순위에 따르면, 전체 백화점 68개점 기준, 매출 하위 20개 백화점 중 롯데백화점이 보유한 점포는 15개에 육박했다. 구체적으로 살펴보면 롯데백화점은 관악·상인·센텀시티·건대스타시티·미아·분당·포항·안산·일산·구리·대구·대전·동래·중동점에서 부진한 매출을 올리며 전체 백화점 점포 매출의 하위권을 독식하는 불명예를 얻었다. 특히 이중에서 전년(2023년) 대비 매출이 개선된 점포는 동래(1.6%)·대전(3.2%)점 뿐으로, 이외의 매장은 되려 매출이 감소했다. 반면, 매출 상위권 10에 속한 롯데백화점 매장은 잠실점·명동 본점에 그쳤다. 작년 기준 롯데백화점의 백화점 전체 시장 점유율은 34.8%로 업계에서 수치상으로는 가장 높았지만, 5대 백화점 68개 매장 중 연 매출 4천억원 미만에 해당하는 하위 40개 점포 가운데 25개가 롯데백화점이라는 오명을 갖게 됐다. 업계 관계자들은 롯데백화점이 비수도권 지역의 저수익 점포로 골머리를 앓는 근본적인 원인으로 롯데백화점의 최초 출범 당시 추구했던 초기 전략을 지목하고 있다. 롯데백화점은 1979년 서울시 중구 소공동에 '롯데쇼핑센터'(롯데백화점 명동 본점)를 오픈하며 백화점 사업에 뛰어들었다. 당시 롯데백화점은 '중산층을 위한 대중 백화점'을 표방하며 공격적으로 점포를 확장해왔다. 롯데백화점의 이와 같은 전략은 당시 한국의 경제 성장과 긴밀히 맞물려있었다. 한국은 1977년 1인당 국민 총생산(이하 GNI) 1천달러를 돌파했고, 1970년대 후반 연평균 8.9% 이상의 경제 성장률을 보이며 급격한 산업화를 이룩했다. 이와 같은 흐름 속에서 롯데백화점이 1호점을 오픈하기 1년 전인 1978년에는 1천400달러의 1인당 GNI를 기록했다. 롯데백화점의 이러한 전략은 1980년대의 호의적인 대내외적 경제 여건과 적확하게 연결돼 긍정적으로 작동했다. 대표적으로 1980년에는 1인당 GNI 1천686달러를 돌파했고, 1980대 후반에는 1인당 국내총생산(GDP) 5천달러를 돌파하며 사치품 등 고가의 제품을 구매할 수 있는 '중산층'이 본격적으로 형성되기 시작했다. 롯데백화점은 바로 이들을 겨냥해 서울 및 수도권 지역은 물론, 경쟁사들이 쉽사리 진출하지 않았던 비수도권 지역까지 점포를 오픈하며 중산층 소비자들을 직접적으로 겨냥했고, 이는 롯데백화점의 견고한 성장 기반으로 자리했다. 한 업계 관계자는 "롯데백화점의 대중 백화점 이미지는 한국 문화와 경제가 급속도로 성장하던 민주화·산업화 시대와 맞물려 시너지를 이뤘다"며 "롯데백화점은 당시 수도권 지역 이외에서 점포를 확장하는 데 부정적이었던 기존의 패러다임을 과감하게 탈피하고 비수도권 지역의 점포를 개설함으로써 소비자들로부터 긍정적인 이미지를 구축하기도 했다"고 회상했다. 다만, 업계는 수십 년간 '성장 동력'으로 자리했던 롯데백화점의 대중 백화점 전략이 지난 10여년간 크게 퇴색됐다고 진단하고 있다. 또 다른 업계 관계자는 "경제 수준이 일정 궤도에 들어선 이후, 한국 역시 여타 선진국과 마찬가지로 저성장 기조로 들어서면서 롯데백화점의 대중 백화점 전략은 점차 힘을 잃기 시작했다"며 "저성장 국가의 유통 패러다임의 핵심 키워드는 '양극화'인데, 롯데백화점의 현재 전략과 점포 내 테넌트 구성은 이와 같은 트렌드에 부합하지 못하는 경향이 있다"고 평가했다. 현재 한국은 1%대 저성장 국면에 진입해있다. 2024년 기준 한국은 평균 1.7% 수준의 성장률을 기록했고, 2025년은 1.0~1.8%대의 성장률을 기록할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국제통화기금(IMF)은 오는 2026년 경제 성장률이 1.8%에 진입하며 회복 국면에 들어설 것으로 봤지만, 여전히 1~2%대 성장률에 그친다. 이러한 여건 속에서 유통업계 패러다임은 최근 수년간 프리미엄·가성비로 구분되는 양극화 트렌드가 지속되고 있다. 작년 기준 균일가 생활용품 판매점인 아성다이소가 최초로 3천억원대의 영업이익을 올리는 한편, 신세계백화점 강남점은 2023년 대비 7.3% 신장한 매출 3조3천269억원을 기록하며 뚜렷한 '소비 양극화' 현상이 두드러졌다. 반면, 롯데백화점의 업계 내 브랜드 포지셔닝과 테넌트 구성은 여전히 이와 같은 유통 산업 전반의 흐름에 부합하지 못하고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한 대형 패션업체의 전문가는 "롯데백화점의 경우 서울, 수도권 지역의 일부 점포를 제외한 비수도권 점포 매장에서 소위 '트렌디한' 패션 브랜드와 상품을 찾기 어렵다"며 "이는 비수도권 점포 즉, 저수익 점포에 비교적 소비자로부터의 수요가 낮은 브랜드를 배치하는 백화점 사업의 구조적 한계도 있지만, 롯데백화점의 경우 그 정도가 타 백화점에 비해 조금 더 심각한 수준"이라고 말했다. 그는 "지갑을 열 준비가 돼 있는 고소득층 소비자를 겨냥한 럭셔리 브랜드, 중산층을 겨냥한 컨템포러리 브랜드들이 일부 매장에 쏠려있기 때문에 특히 비수도권 지역에서는 롯데백화점을 방문할 이유가 점차 희석되는 것"이라며 "소비자들이 '백화점' 하면 떠올리는 브랜드를 매장에서 찾아볼 수 없다면, 무슨 이유로 백화점을 방문하겠는가"라고 반문했다. 업계는 비수도권에 위치한 롯데백화점 매장의 구조적 문제 역시 이러한 문제를 가속한다고 평가한다. 또 다른 주요 패선 업체의 한 관계자는 "비수도권 롯데백화점 점포를 방문하게 되면 처음 들게 되는 인상과 느낌은 '답답함'으로 압축할 수 있다"며 "이는 단지 주관적인 평가가 아니라, 실제 롯데백화점은 과거 1980년대 구성했던 점포 내 매장 배치 구조를 대부분 그대로 사용하고 있기 때문에 나타나는 현상"이라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독립된 매장의 공간이 협소할 뿐만 아니라, 매장 사이의 간격도 매우 좁아 소비자 입장에서는 백화점이 아닌 일반 아울렛에 방문한 것 같다는 인상을 지우지 못하는 것"이라며 "패션 업체 입장에서도 이러한 매장에 입점해 브랜드 이미지를 악화하는 것은 전혀 원하지 않는다"고 비판했다. 전문가들은 롯데백화점이 과감한 구조조정을 통해 저수익 점포를 정리하는 한편, 지역 맞춤형 프리미엄·가성비 전략을 다시 정립할 필요가 있다는 데 입을 모은다. 유통업계에 능통한 한 증권가 애널리스트는 "지속 가능한 수익 구조적 관점에서 봤을 때 롯데백화점은 매장 구조조정에 대해 결정해야 할 순간이 오게 될 것"이라며 "업계의 추세를 보았을 때 가까운 시일 내 저수익 점포를 과감하게 정리하고, 그로 인해 발생하는 잉여 자본을 고수익 점포 혹은 유망한 점포에 투자하는 것이 더 현명한 선택지"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물론, 폐점은 그렇게 쉽게 결정될 수 있는 문제가 아니며, 결정이 이뤄진다고 하더라도 고용 문제, 입점 업체와의 계약 문제 등을 해결하는 데 상당한 시간과 비용이 소모된다"며 "하지만, 이 과정에서 발생하는 비용적 문제를 고려할지라도, 장기적 관점에서 저수익 점포 운영을 중지하는 방향이 보다 합리적인 선택지"라고 제언했다. 경영계의 한 기업 구조 전문가는 "롯데백화점에서는 고물가 시대에 부합하는 명확한 판매 전략을 찾아보기 어렵다는 게 가장 큰 문제"라며 "경쟁사들의 움직임을 의식해 뒤늦게 본점과 일부 점포에 대한 대대적인 리뉴얼에 착수했지만, 이러한 굼뜬 움직임으로는 트렌드 리딩이 중요한 백화점 업계에서 선도적 위치를 차지하기 어렵다"고 짚었다. 이어 "과거 롯데백화점이 대중 백화점을 표방하며 업계를 장악했었던 것과 같이 과감한 구조조정과 새로운 전략 수립에 전사적 역량을 집중해야 할 시기"라며 "프리미엄도 아니고, 가성비도 아닌 '애매한 백화점'이라는 뼈아픈 비판을 수용하고, 이와 같은 비판을 타개할 수 있는 과감한 전략을 체계적으로 수립해야 한다"고 설명했다. 한편, 정현석 롯데백화점 대표는 지난 21일 취임 후 첫 조직 개편을 단행했다. 구체적으로 그는 '미래전략본부'를 신설하고 본부장을 겸임하며 중장기 성장 전략을 직접 총괄하기로 했다. 롯데백화점 관계자는 "기존 점포의 수익성 강화 등 다양한 가능성을 열어둔 조직 개편"이라며 "비효율 점포 정리 등과 직접적으로 연결 짓는 것은 부적절하다"고 말했다. 【 청년일보=김원빈 기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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