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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쌀수록 취소율 두배"… 서울 아파트 '유령 신고가'의 허상

최근 6개월 실거래가 분석 결과…고가 거래 해제율 저가 구간 2배
해제 사유 비공개 '깜깜이' 취소, 정보 비대칭 속 실수요자 피해

 

【 청년일보 】 서울 아파트 시장에서 거래가가 높을수록 해제율도 동반 상승하며 가격 지표를 왜곡하는 '유령거래' 양상이 데이터로 확인됐다.

 

특히 취소된 거래의 평균가가 정상 유지된 거래보다 평균 1억4천100만원이나 높게 나타나는 등 '가격 띄우기' 의혹이 수치로 나타났지만, 상세 해제 사유 비공개 등 제도적 맹점은 여전히 시장의 투명성을 가로막는 숙제로 남아있다.

 

한국도시연구소가 지난해 12월 23일 발표한 '서울과 경기 아파트 실거래가 분석' 연구보고서에 따르면 2024년 6월 170건이었던 서울 아파트 해제 건수는 정확히 1년 뒤인 2025년 6월 1천334건으로 7.8배 폭증했다. 특히 2025년 5월부터 7월까지 석 달 연속 해제 비중이 10%를 상회했다.

 

이는 서울시가 강남권 토지거래허가구역을 전격 해제하며 거래량이 1만1천266건까지 치솟았던 시기와 일치한다. 규제가 느슨해진 틈을 타 가격 띄우기성 거래가 집중됐다는 분석이 나오는 이유다.

 

정부는 지난 2021년 실거래가 공개시스템을 개선해 해제이력 공개를 시행했다. 높은 가격에 신고한 뒤 취소해 시세를 의도적으로 부풀리는 시장 교란 행위를 차단하기 위해서였지만, 2025년 상반기 해제 건수가 전년 대비 약 8배 폭증하는 등 실효성에 의문이 제기되고 있다.

 

한국도시연구소 홍정훈 책임연구원은 "작년 한 해 부동산 규제 발표에도 서울 아파트 가격이 계속 오른다는 지적이 있어 실제 상승세가 나타나는지 확인하고자 했다"고 밝혔다.

 

이어 "작년 5월과 6월경 이례적으로 취소 건수가 많았으며 고가 단지를 중심으로 최고가 신고 후 해제되는 사례가 빈번히 나타났다"라며 "다만 해당 현상을 해석할 때 유의할 지점은 국토부 설명처럼 당시 전자계약 활용이 늘어난 시기와 겹치기 때문에 행정적 착오로 인한 이중 신고도 섞여있다"고 설명했다.

 

19일 국토교통부 실거래가 원자료 2만9천63건(2025년 10월~2026년 3월)을 분석한 결과, 서울 아파트 시장은 고가 거래일수록 취소 비중이 압도적으로 높은 구조적 모순이 나타났다. 분석 결과에서 가장 눈에 띄는 대목은 해제된 거래의 가격 편향성이다.

 

단순 계약 파기라면 가격대와 무관하게 해제가 분포해야 하지만, 실제 데이터는 '비쌀수록 더 잘 취소됐다'는 사실을 보여준다. 취소된 거래들의 평균 가격은 13억2천100만원으로, 정상 유지된 유효 거래 평균가인 11억8천만원보다 1억4천100만원이 높았다.

 

 

구간별 해제율을 보면 패턴은 더욱 선명해진다. 5억원 이하 저가 구간의 해제율은 2.2%에 불과했으나, 가격이 높아질수록 취소 비중은 가파르게 상승했다.

 

1천979건이 거래된 20~30억 구간의 해제율은 4.3%로 저가 구간의 두 배에 달했다. 30~50억 구간 역시 4.2%의 높은 해제율을 기록했다. 가격 급등기에 고가 거래가 신고가로 등록된 후 사라지는 양상이 반복됐다.

 

홍 연구원은 이에 대해 "전자계약 활용 증가로 인한 행정적 착오 사례가 섞여 있을 수 있어 전체를 이상 거래로 간주하기엔 조심스럽다"면서도 "다만 고가 취소 건들에 대해 가격 부풀리기와의 상관관계가 있다고 볼 여지는 충분하며 의심해볼 필요는 분명히 있다"고 덧붙였다.

 

문제는 실재하지 않는 거래가 단지의 공식 최고가 타이틀을 점유하며 주변 시세를 왜곡하는 결과로 이어졌다는 점이다.

 

국토부 실거래가 시스템에 따르면 성동구 센트라스(59.59㎡)는 지난해 10월 19억7천만원에 신고됐다가 취소됐다. 이는 당시 해당 단지 동일 면적의 유효 최고가인 18억5천만원보다 1억2천만원 높은 금액이다.

 

또한 해당 거래 취소 이후 19억원에 거래된 59㎡대 면적은 등기가 완료됐지만 약 두 달 뒤 신고된 20억1천만원의 거래는 약 80일이 지난 현재까지도 미등기 상태로 남아있다.

 

해제되기 전까지 이 '유령 신고가'는 시스템에 남아 인근 아파트 호가를 자극하고 대출 산정의 기준점으로 작동했다.

 

양천구 목동신시가지13단지(+5천만원), 강동구 강동헤리티지자이(+4천만원) 등에서도 현재의 진짜 최고가 기록을 훌쩍 넘긴 뒤 사라진 사례들이 확인됐다.

 

특히 계약 당일 혹은 일주일 이내에 증발한 고가 해제 거래가 빈번했다는 점은 시세 견인 목적의 허위 신고 의혹을 짙게 한다.

 

이러한 시장 왜곡 현상에 대해 정부도 칼을 빼 들었다.

 

국토교통부는 지난해 10월 통해 '신고가 경신 후 해제' 사례를 포함한 시장 교란 의심 거래에 대한 대대적인 기획조사 결과를 발표하며 엄정 대응 방침을 밝혔다.

 

정부는 허위 신고로 시세를 띄운 정황이 포착된 거래들에 대해 과태료를 부과하는 한편, 실거래가 공개시스템에 '등기 여부'를 투명하게 공개하여 가짜 거래의 발붙일 곳을 없애겠다고 강조했다.

 

이는 2025년 상반기 겪었던 '해제 폭증' 사태의 재발을 방지하고, 데이터의 공신력을 회복하겠다는 강력한 정책적 의지로 풀이된다.

 

다만 현행 실거래가 공개시스템은 해제 여부와 날짜만 공개할 뿐 정확한 사유는 밝히지 않는다.

 

이에 대해 부동산 시장 관계자는 "당연히 대출 부적격이나 매도인 변심 등 정당한 사유가 있을 수 있지만, 이를 악용한 시장 교란 행위와 구별할 방법이 없다"고 말했다.

 

이어 "허위 신고에 대한 최대 3천만원의 과태료 역시 수십억원대 시세 차익을 노리는 조작 세력에게는 실효성 있는 억제책이 되지 못한다"고 경고했다.

 

홍 책임연구원은 "현재 국토교통부가 구체적인 '거래 해제 사유 코드'를 공개하지 않고 있어, 외부에서는 실제 어떤 사유로 취소되었는지 구체적인 사례를 알 방법이 없다"라며 "다만 작년 11월 '부동산 감독 추진단'이 설치된 이후부터는 이상 거래에 대한 감독이 어느 정도 적정 수준으로 이루어지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라고 말했다.

 

2026년 현재 강화된 대출 규제로 해제율은 1%대로 낮아졌지만, 2025년 상반기 기록된 '상처뿐인 신고가'들은 여전히 시장에 호가 거품으로 남아 있다.

 

투명한 데이터가 자산 가치를 부풀리는 도구로 전락하지 않도록 해제 사유 공개와 허위 신고 처벌 강화 등 제도적 보완이 시급하다.

 


【 청년일보=김재두 기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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