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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평' 아현1구역, '대형 0세대' 염리4구역...재개발 흔든 '지분 쪼개기'

염리4구역, 뉴타운 구역 해제 기간 '무방비' 노출...조합원 299명 증가
아현1구역 '14㎡ 초소형'·장위3구역 '조합 설립 취소'...'쪼개기 경고음'

 

【 청년일보 】 서울 마포구 염리4구역 재개발 사업이 정비구역 해제와 재지정 사이의 '제도적 공백'이 낳은 부작용으로 몸살을 앓고 있다.

 

관리가 소홀한 틈을 타 투기성 지분 쪼개기가 성행하면서, 사업성을 맞추기 위해 중대형 평형을 없애고 용도지역을 무리하게 상향하는 등 도시계획의 원칙마저 흔들리고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17일 업계 및 서울시 고시 등에 따르면, 염리4구역(염리동 488-14번지 일대) 정비계획안은 총 1천120세대 규모로 확정됐으나, 전용면적 85㎡를 초과하는 대형 평형은 단 한 세대도 없는 것으로 나타났다. 전체의 60.4%(676세대)가 전용 60㎡ 이하 소형 평형으로 채워져, 사실상 '고밀도 소형 단지'가 될 전망이다.

 

해당 지역은 지난 2015년 뉴타운 구역에서 해제된 후 2020년 사업이 재개되기 전까지 약 5년간 건축 행위 제한이 풀려 있었다.

 

이 기간 행정청이 건축 허가를 막을 법적 근거가 사라진 틈을 타, 단독주택을 허물고 다세대 주택(빌라)을 짓는 '신축 지분 쪼개기'가 무분별하게 이뤄졌다. 염리4구역의 한 조합원에 따르면 이 시기 유입된 신축 지분 소유자만 약 299명에 달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다만, 이 같은 난개발을 행정청의 관리 소홀로만 돌리기에는 현실적인 한계가 명확했다는 지적도 나온다. 노후화된 지역이라 하더라도 토지주가 현행 건축법에 맞춰 신축 허가를 신청할 경우, 관할 구청이 이를 거부할 법적 근거가 없다. 재개발이 확정되지 않은 상태에서 무작정 건축을 제한하는 것은 과도한 사유재산권 침해가 될 수 있기 때문이다.

 

결국 행정청이 법적으로 건축 허가를 막을 수 없는 틈을 타 투기 수요가 유입됐고, 이는 사업 구조의 왜곡으로 이어졌다.

 

서울시는 늘어난 토지등소유자를 수용하고 사업성을 확보하기 위해 용도지역 변경을 결정했다. 이에 따라 당초 7층 이하로 규제받던 제2종일반주거지역이 층수 제한이 없는 제3종일반주거지역으로 상향 조정됐다.

 

이는 특혜라기보다는, 급증한 토지등소유자를 수용하고 일반분양분을 확보하기 위해 서울시가 선택할 수밖에 없었던 '행정적 고육지책'에 가깝다는 평가가 나온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사업 구조의 왜곡은 피하지 못했다. 늘어난 조합원 몫을 챙겨주다 보니 일반분양 물량은 전체의 17%(약 194세대) 수준으로 급감했다. 부족한 사업성을 만회하기 위해 공간을 많이 차지하는 중대형 평형을 설계에서 배제하고, 소형 위주로 세대수를 늘리는 방식을 택한 것이다.

 

염리4구역에 20년 넘게 거주한 한 70대 조합원은 "투기꾼들이 지분 쪼개기로 들어와 머릿수를 늘려놓으니, 정작 평생 산 원주민들은 좁은 평수를 선택할 수밖에 없다"며 "30평형대 이상을 원해도 '물량이 없다'며 선택권조차 주지 않는 게 말이 되느냐"고 성토했다.

 

염리4구역과 유사한 '지분 쪼개기'의 폐해는 서울 곳곳에서 이미 현실화되고 있다. 인근 마포구 아현1구역의 경우, 지분 쪼개기(공유지분)로 늘어난 토지등소유자 문제를 해결하지 못해 극심한 내홍을 겪었다.

 

결국 아현1구역 주민협의체는 지난해 4월, 분양 자격이 없던 공유지분자 581명을 구제하기 위해 최소 평형인 '전용 14㎡(약 4평)' 초소형 주택을 분양 대상에 포함시키는 고육지책을 동원해야 했다. 늘어난 조합원 수를 억지로 끼워 맞추려다 보니 주거의 질을 포기한 기형적인 평면이 나왔다.

 

성북구 장위3구역은 더 심각한 결말을 맞았다. 재개발 동의율을 높이기 위해 무리하게 지분 쪼개기를 감행했다가 법적 분쟁에 휘말렸고, 결국 2023년 10월 법원으로부터 조합 설립 인가 취소 판결을 받으며 사업이 원점으로 돌아갔다.

 

더욱이 염리4구역은 사업성 지표인 추정 비례율 103.9%를 맞추기 위해 일반분양가를 3.3㎡당 약 5천300만원이라는 고가로 책정해야 하는 상황에 놓였다. 이는 향후 미분양 리스크를 높여 조합원 분담금 상승의 뇌관이 될 수 있다.

 

한 도시정비 전문가는 "염리4구역과 아현1구역 사례는 정비구역 해제 지역에 대한 투기 방지 대책과 관리 시스템이 부재할 때 어떤 결과가 초래되는지를 보여주는 대표적인 사례"라며 "행정청이 법적으로 건축 허가를 내줄 수밖에 없었던 당시의 한계가 현재의 기형적인 설계를 낳았다"고 진단했다.

 

한편 서울시는 이 같은 부작용을 막기 위해 최근 재개발 과정에서 투기 세력 유입을 차단하기 위한 고강도 대책을 시행하고 있다는 입장이다.

 

현재 시는 갭투자 등 투기 목적의 거래를 원천 차단하기 위해 주요 재개발 후보지를 토지거래허가구역으로 지정하고 있다. 또한 지분 쪼개기 등 투기성 행위를 막기 위해 후보지 선정과 동시에 권리산정기준일을 고시하고, 건축법에 따른 건축허가 제한 조치도 병행 중이다.

 

서울시 관계자는 "염리4구역의 경우 과거 정비구역 해제 기간 동안 발생한 건축 행위를 막는 건 사실상 불가능하다"면서 "현재 추진 중인 신규 정비사업장에서는 투기 세력이 유입되지 않도록 후보지 선정 단계부터 강력한 투기 방지 대책을 시행중이다"고 밝혔다.

 


【 청년일보=김재두 기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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