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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수첩] 미켈란젤로의 대성당...정영채 NH투자증권 대표의 교보생명

 

【 청년일보 】 미켈란젤로라는 이름에서 피에타(조각)나 천지창조(벽화)를 연상하는 이들도 많겠지만 또 다른 한편에서는 이들이 건축가(라는 명칭이 부정확하다면 건축 감독)로서의 미켈란젤로를 떠올릴 것이다.  이는 성 베드로 대성당의 설계자라는 명칭으로 역사에 흔적을 남겼기 때문이다. 

 

성 베드로 대성당은 예술가가 맡은 최후의 임무였고 그가 장수하는 원동력이었다는 시각도 있다. 미켈란젤로에게 노령, 절망, 죽음에 굴복하지 말아야 할 최선의 이유였다는 게 윌리엄 E. 월리스 워싱턴대 미술사 석좌교수의 주장이다. 해묵은 숙제가 장수 원인이 되고 삶을 오히려 활력있게 했다니 아이로니컬하다고 하겠다.

 

미켈란젤로는 71세 때 이 성당 건축 총책임자로 임명됐고, 84세의 나이로 대성당 상징물인 돔을 설계했다. 파울루스 3세를 비롯해 교황 다섯 명을 거친 장기 미제 사건의 완성 획을 그은 것이다. 기술적 의미의 최종 완성은 한참 후인 17세기 중반까지 끌었지만, 이때 해결을 한 걸로 역사에서는 의미를 부여한다.

 

돔을 어떻게 76m 높이의 공중으로 들어 올려 건설할 것인가라는 대성당 전체의 핵심 문제를 이때 해결했기 때문이다. 

 

이런 난제에 그가 정답을 찾아낼 수 있었던 것은 그가 평생 싫어했던 라이벌 브라만테의 예술세계를 받아들여서라고 한다. 브라만테의 설계 원안이 가진 정신으로 돌아갈 수 있었기 때문에, 후임자 미켈란젤로는 더욱 빛이 나는 길을 찾았고 결국 최종적인 승자가 된 것이니, 이건 겸허함이 가진 힘이다.

 

정영채 NH투자증권 대표(사장)의 기업공개(IPO)에 대한 관심이 뜨겁다. 과거 IPO 명가란 위상을 되찾자는 생각에 다소 부진한 상황을 다잡고 있다는 것이다.
 
서울대 경영학과를 졸업한 정 대표는 '잠깐만 다닐 생각'으로 당초 증권계에 발을 들였다고 한다. 하지만 점차 자본시장을 이해하기 시작하면서 일에 재미를 느꼈고 평생의 업으로 삼았다고 한다. 

 

그가 과거 증권사의 본업인 브로커리지가 아닌 IB(기업금융) 역할에 두각을 나타낸 것은 1997년 옛 대우증권 자금부장이 된 데 큰 원인이 있는 것 같다.  외환위기를 온 몸으로 겪으며 암울한 시기를 보낸 것이지만, 피말리는 시기를 보내면서 자금부장 역할 이상을 볼 수 있었던 것으로 추측하는 시각이 있다.

 

역설적으로 있는 돈을 쪼개서 쓰는 데 만족하지 않고, 돈을 창조적으로 찾고 벌어서 쓰는 IB에 더 특화될 수 있었다는 해석이다.  

 

실제로 그는 대우증권에서 기획본부장을 거쳐 2005년엔 IB 본부장에까지 올랐으며 옛 우리투자증권(현 NH투자증권)으로 이동한 후에도 승승장구했다. 특히 NH투자증권에서는 2005년부터 13년간 IB부문 대표로 활동했으며, 국내 증권사 IB사업부 책임자 중 10년 이상 자리를 지킨 유일한 사례로 기록되고 있다.

 

그런 그가 IPO 명가 자리가 흔들리는 상황에 다소 의기소침했는지 관련 부서장들을 대거 교체하는 등 초강수를 두고 있다. 마음에 안 드는 일처리를 하는 이들도 없지 않을 것이고, 일 잘 하는 임직원들은 자꾸 나가는 상황을 겪으면 초조할 수도 있을 것이다. 

 

이런 때일수록 기본으로 돌아갔으면 한다. 

 

때마침 교보생명 IPO 건이 다시금 수면 위로 떠올랐다. NH투자증권으로서는 미켈란젤로의 대성당 이슈처럼 '묵은 숙제'다. 대성당에 어떻게 돔을 올릴 것인지 고민하는 것처럼 정 대표의 심경도 복잡할 것이다. 

 

교보생명에서는 당초 2018년엔 미래에셋대우과 NH, 외국계 3곳에 주관사 업무를 맡겼던 것을 이번엔 외국계를 떼어놓고 국내 업체들에게만 일을 맡겼다. 항간에서는 외국계를 배제한 일처리는 공모가가 논쟁 끝에 깎일 여지를 차단하려는 게 아니냐고도까지 보는 모양이다. 

 

그럴 때일수록 우리투자증권 시절부터 이어지는 명가답게, 공정하고 틀림없이 처리를 마무리했으면 한다. 정 대표 개인으로서도 회사로서도, 보험업계가 어려운 이때 교보생명이 맡긴 묵은 숙제를 완벽히 해결한다면 그 이상 빛날 일이 없지 않을까 생각해 본다.    

 

 

【 청년일보=임혜현 기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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