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청년일보 】 당뇨발 환자와 마주하다 보면 반복해서 떠오르는 질문이 있다. 혈당은 안정적인데, 왜 발의 상처는 제자리에 머무르는가. 기록지 속 수치는 질서정연하지만, 피부는 전혀 다른 언어로 상태를 말하고 있다. 멈춰 선 육아조직, 얇아진 상처의 경계, 빛을 잃은 피부색. 이는 상처의 깊이 문제가 아니라, 피부가 지닌 회복의 질서 자체가 무너졌다는 신호다.
당뇨발은 단순한 외상으로 설명되지 않는다. 오랜 시간 지속된 고혈당 환경은 미세혈관을 손상시키고, 피부 세포로 향하던 산소와 영양의 흐름을 서서히 끊어놓는다. 혈당 수치가 정상 범위로 돌아왔다 해도, 이미 황폐해진 피부의 미세 환경은 쉽게 되살아나지 않는다. 세포는 분열할 힘을 잃고, 상처를 메우기 위해 작동해야 할 신호 체계는 침묵한다. 이 지점에서 ‘수치는 정상인데 조직은 죽어가는’ 모순이 시작된다.
치유의 본질은 덮는 데 있지 않다. 상처를 가린다고 해서 피부가 자라는 것은 아니다. 진정한 회복은 피부 깊은 층에서 세포 간 신호가 다시 연결되고, 새로운 혈관이 돋아나며, 콜라겐 기질이 재구성될 때 비로소 가능해진다. 피부가 스스로 회복을 시도할 수 있는 조건을 다시 만들어주는 것, 그것이 당뇨발 치료의 핵심이다.
이러한 맥락에서 재생 활성 물질에 대한 관심이 커지고 있다. 특히 PDRN은 손상된 조직에서 꺼져 있던 재생 신호를 다시 작동시키는 역할을 한다. 멈춰 있던 세포의 활동을 자극하고, 조직 회복에 필요한 성장 인자의 분비를 유도해 무너진 피부의 미세 환경을 다시 세우는 기점이 된다. 이는 상처를 대신 낫게 하는 치료가 아니라, 피부가 다시 스스로 치유하도록 돕는 접근이다.
당뇨발에서 가장 주의 깊게 봐야 할 신호는 급격한 악화보다도 멈춰 있는 상태입니다. 상처가 줄지 않고 머문다는 것은, 아직 회복의 방향을 다시 잡을 수 있는 시간이 남아 있다는 의미이기도 합니다. 이 시점은 단순한 관리의 시간이 아니라, 회복 전략을 전환할 수 있는 중요한 기회입니다.
이제 치료는 수치를 유지하는 데서 한 걸음 더 나아가야 합니다. 혈류, 염증, 세포 재생이 다시 움직일 수 있도록 무너진 회복의 구조를 차근차근 재정비하는 것, 그 과정 속에서 피부는 다시 반응하고 몸은 회복의 신호를 보내기 시작합니다. 정체는 끝이 아니라 재설계가 시작되는 지점이며, 그 선택이 회복의 속도와 방향을 결정합니다.
피부가 다시 숨 쉬고, 다시 자라날 수 있는 환경을 회복하는 것. 그 순간부터 회복은 이미 시작됩니다. 숫자에 가려 보이지 않던 신호 너머에는, 아직 충분히 되살릴 수 있는 재생의 골든타임이 분명히 존재합니다. 피부는 생각보다 강하고, 우리 몸은 스스로 회복하려는 힘을 갖고 있습니다. 그 가능성을 믿고 제때 손을 내미는 것, 그것이 건강한 회복으로 나아가는 가장 확실한 출발점입니다.
글 / 김덕규(닥터킨베인 병원장)
㈜ 제론셀베인 대표이사
닥터킨베인 피부과의원 대표원장
연세대 세브란스병원 전문의
대한 피부 레이저 학회 공보이사
연세대 세브란스 에스테틱연구회 정회원
PDRN 항염재생치의학연구회 (치주염 치료와 재생) 정회원
대한 미용성형학회 정회원
대한 미용웰빙학회 정회원
대한 비만학회 정회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