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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거품 된 '대형마트 규제 폐지'...활로 찾는 마트업계

'대형마트 의무휴업일 규제 폐지' 추진 무산...소상공인 집단반발·지지율 하락 원인
대형마트 업계, 점포 리뉴얼·델리 상품 강화·자체 PB상품 강화로 고객 유치 '사활'

 

【 청년일보 】 지난 6월 '국민제안' 투표를 통해 군불을 땐 '대형마트 의무휴업일 규제 폐지(이하 대형마트 규제 폐지)' 논의가 물거품으로 돌아가자 대형마트 업계가 매출 동력을 살릴 '활로 찾기'에 나섰다.

 

대형마트 규제 폐지에 대한 우호적인 국민적 여론이 조성됐음에도 불구하고, 업계의 '숙원'이었던 대형마트 의무휴업일 규제 폐지 논의가 흐지부지되자 업계는 실망감을 감추지 못하는 모양새다.

 

24일 유통업계 등에 따르면 대형마트들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를 계기로 이커머스(전자상거래)가 급속히 세를 불리는 상황에서 이 같은 악재에 굴하지 않고 고객 유치에 전력을 다한다는 계획이다.

 

◆"대형마트 규제 폐지한다더니"...10년 묵은 갈등만 '증폭'

 

대형마트 규제 폐지 논의는 지난 6월 대통령실이 ‘국민제안'에서 '대형마트 의무휴업일 규제 폐지'가 '좋아요' 1위를 기록하며 수면 위로 드러났다.

 

여기에 지난달 4일 국무조정실은 정부세종청사에서 규제심판회의를 열고 정부의 '규제 개혁'에 시동을 걸었다. '규제심판회의'는 윤 대통령의 국정과제 중 하나로분야별 민간 전문가와 함께 규제개선 권고안을 마련하기 위한 논의를 진행하는 단체다.

 

당시 회의에서는 전통시장과 소상공인 보호 육성과 의무 휴업 규제 효과성·온라인 배송 허용 필요성·지역 특성을 고려한 의무휴업 규제 등을 논의하며 '대형마트 의무휴업일 폐지'를 공식화했다. 공정거래위원회(공정위)역시 대형마트의 의무휴업일에 온라인 배송 허용을 검토하겠다는 입장을 밝히며 이 같은 조치에 힘을 더하기도 했다.

 

정부의 대형마트 규제 폐지 시도는 여론 역시 어느정도 '규제 폐지'에 호의적인 환경에서 이뤄줬다는 점도 대형마트 업계의 기대감을 고조시켰다.

 

지난 6월 15일 대한상공회의소의 ‘대형마트 영업규제 10년, 소비자 인식조사’ 결과에 따르면, 대형마트 규제에 대해 일반 시민의 67.8%는 '규제 완화'가 필요하다고 응답한 반면, ‘현행 유지’와 ‘규제 강화’ 의견은 각각29.3%와 2.9%에 불과했다.

 

앞서 지난 2012년 대형마트 규제 내용을 담고 있는 유통산업발전법 개정이 ▲경제민주화 ▲대형마트 근로자 휴식권 보장 등의 이유로 국민적 지지를 받아 통과됐다는 점을 생각하면 사회적 분위기가 크게 반전된 셈이다.

 

이같은 '규제 완화' 분위기는 지난달 24일 2회 규제심판회의가 연기되면서 뒤바뀌었다.

 

당시 국무조정실 관계자는 "공개적인 회의를 여는 대신 각 부처가 상생안을 마련해 이해관계자와 논의하기로 했다"고 밝힌 데 이어 윤석열 대통령이 "현행 제도를 유지하며 소상공인 의견을 듣겠다"고 말하며 사실상 대형마트 규제 폐지 논의를 잠정 연기한 것이다.

 

일각에서는 민감한 사안을 둘러싸고 정부가 이해당사자 사이의 협의에 소홀했다는 지적과 함께 소상공인들의 집단 행동·마트 노동자들의 열악한 근로환경 문제 제기 등이 잇따르자 '지지율 하락'에 고전하고 있는 윤 대통령이 대형마트 규제 폐지 논의를 잠정 연기한 것이라는 관측도 제기된다.

 

전통시장 단체의 한 관계자는 "지금이라도 대형마트 규제 논의가 중지된 것 같아서 천만다행"이라면서 "추후 논의가 또 다시 재개될 수도 있겠지만, 정부가 이해당사자 간의 충분한 논의 과정도 없이 급하게 규제 완화를 추진해 10년 묵은 갈등만 다시 유발한 것 같다"고 비판했다.

 

노동계의 한 관계자도 "대형마트 규제는 비단 매출의 문제를 넘어 충분히 열악한 근로환경에 처해 있는 마트 노동자들의 인권과 관련한 문제"라면서 "단순히 규제를 풀고, 안 풀고의 문제가 아니라 진정으로 규제를 완화하고 싶다면 이 같은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방안도 함께 논의되는 것이 논리적으로 타당하다"고 지적했다.

 

 

◆규제 폐지 '물거품' 아쉬움 속...대형마트 업계, 점포 리뉴얼·체험요소 강화로 '승부수'

 

대형마트 업계에서는 사실상 대형마트 규제 폐지 논의가 무산되자 못내 아쉬움을 표하고 있다.

 

업계의 한 관계자는 "대형마트 의무휴업일에 관한 논의는 무엇보다 소비자의 편익이 우선되어야 한다고 생각한다"면서 "이미 유통시장이 이커머스 중심의 환경으로 재편되면서 대형마트와 전통시장의 경쟁 구도보다는 온·오프라인 사이의 대결이 주요한 프레임으로 전환되었기에 규제의 형평성 측면도 고려해야 한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이어 "실효성이 없는 일방적인 대형마트 규제보다 소비자의 편익과 전통시장과의 진정한 상생을 위해 정책과 제도를 조금 더 유연하게 개선해 나가는 것이 필요하다고 본다"고 전했다.

 

또 다른 관계자 역시 "이번 정부에서 대형마트 의무휴업일 규제 폐지 논의가 사실상 어려워진 것으로 생각된다"면서 "업계의 일원으로서 당연히 아쉬움이 든다"고 말했다.

 

그러면서도 "이번 논의 과정에서 소비자들의 여론이 이전에 비해 많이 변화된 것을 체감할 수 있었다는 것은 하나의 긍정적인 신호"라면서 "이 같은 여론을 기반으로 추후 논의가 다시 이뤄질 때 대형마트, 전통시장, 소비자의 이익을 극대화할 수 있는 방향으로 논의가 진행됐으면 한다"고 덧붙였다.

 

한편 대형마트 규제 폐지 논의 무산으로 대형마트 업계는 이커머스·전통시장 등과의 경쟁에서 살아남기 위해 다양한 방안을 모색하고 있다.

 

이마트는 점포 리뉴얼과 함께 델리 상품 고급화·다양화 등을 통해 시대의 흐름에 맞는 이마트만의 매력을 강화하겠다는 전략이다.

 

이마트의 한 관계자는 "산지에서 고객에게 이르는 시간을 최소화 하여 신선한 상품을 가장 빠르게 소비자들에게 선보이는 '극강의 신선함' 구현, 산지 직매입 확대 및 전략적 비축 등 가격 투자를 통한 '가격 경쟁력' 강화가 점포 리뉴얼의 큰 방향성"이라면서 "여기에 다양한 신품종 및 이색품종을 선보여 소비자 선택의 폭을 넓히기 위해 품종을 다양화하고 주문제작 상품 등 고객맞춤형 서비스를 확대해 나갈 것"이라고 전했다.

 

또 "비식품 매장의 경우에는 기존 MD(특별기획상품)를 효율적으로 압축하여 일렉트로마트·토이킹덤·몰리스·앳홈(at HOME) 등 전문성을 강화한 특화매장으로 구성해 수익성을 강화한 성장에 초점을 맞출 것"이라고 부연했다.

 

현재 이마트는 지난 2020년 5월 월계점을 시작으로, 2020년 9곳 이듬해인 2021년에는 19곳, 올해에는 현재 7곳 등 총 35개 점포의 리뉴얼을 진행하고 있다.

 

또 이마트는 점포 리뉴얼을 통한 효과도 긍정적으로 나타나고 있다고 설명했다. 일례로 리뉴얼을 진행한 월계점은 올해4월 매출이 리뉴얼을 진행하기 이전인 20년 4월에 비해 약 114% 가량 급증했다. 여기에 작년 7월 리뉴얼 오픈한 이천점은 올해 6월 기준 작년 동기 대비 89%의 매출이 올랐고, 올해 5월 리뉴얼을 통해 다시 문을 연 경기광주점 역시 올해 7월 매출이 작년 동기 대비 28.7% 신장했다.

 

이와 함께 이마트는 최근 고물가 영향으로 인기가 배가된 델리 상품 강화를 통해 차별화를 꾀한다는 전략이다.

 

이마트의 한 관계자는 "고급 어종을 활용한 초밥을 확대하고 네타(초밥 위에 올리는 회) 중량을 늘리는 등 전문점 못지 않은 다양한 신상품 개발할 것"이라면서 "참돔, 전복은 물론 제철 시즌 초밥으로 문어, 키조개, 새조개 등 국내산 초밥 네타를 선보이며 고객 선택권을 확대하겠다"고 말했다.

 

또 "네타 중량을 기존 10g에서 13g~18g까지 증량하고 신선한 냉장네타 비중을 늘렸으며, 블랙타이거 새우, 민물장어 등 전문 초밥집에서만 사용하는 재료를 사용해 델리 상품을 고급화하고 있다"면서 "여기에 더해 샐러드, 샌드위치 등 간편식사류도 지난해 운영 상품을 전면 교체했으며, 토핑 다양화 등 전반적인 품질 향상과 채식 간편식 브랜드 ‘오늘채식’을 판매하는 등 트렌드를 반영한 상품을 확대해 선보이고 있다"고 설명했다.

 

 

홈플러스도 지난 오프라인 경쟁력 강화를 위해 점포 리뉴얼에 힘쓸 계획이다.

 

홈플러스의 한 관계자는 "현재 점포 리뉴얼이 진행중이며, 12개 점포가 이미 리뉴얼을 완료했고 연내 추가 4개 점포를 리뉴얼 완료할 예정"이라면서 "온라인 부문도 다각도로 강화할 수 있는 방안을 모색하는 등 경쟁력 강화를 위해 다양하게 힘쓰는 중이"이라고 전했다.

 

실제로 홈플러스도 이마트와 유사하게 점포 리뉴얼의 효과를 체감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홈플러스는 지난달 기준 전년 동기 대비 점포 전체 매출이 28% 가량 신장한 것으로 나타났다.

 

업계의 한 관계자는 "이커머스로 시장 주도권이 넘어간 상황에서 한동안 각 대형마트들이 자사의 브랜드를 고객이 확실히 재인식할 수 있도록 점포 리뉴얼이나 PB상품 강화에 힘쓸 것으로 예상된다”면서 “현 상황에서 결국 대형마트는 모든 방법을 동원한 적극적인 차별화를 통해 고객을 점포 안으로 모시고오는 것이 가장 시급한 과제이기 때문"이라고 전망했다.

 

 

【 청년일보=김원빈 기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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