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청년일보 】 2025년 대한민국 부동산 시장은 그 어느 때보다 '브랜드 계급도'가 뚜렷해진 해로 기록될 전망이다.
하이엔드 아파트 브랜드 평판에서 부동의 1, 2위를 다투는 현대건설의 '디에이치(THE H)'와 롯데건설의 '르엘(LE-EL)'은 이제 단순한 경쟁 관계를 넘어 서로 다른 영역에서 '주거의 정점'을 정의하고 있다.
10주년을 맞은 디에이치가 압도적인 수주 실적으로 영토를 확장하고 있다면, 르엘은 청담과 잠실 등 핵심지에서 기록적인 신고가를 경신하며 '사일런트 럭셔리'의 실체를 증명했다.
◆ 디에이치(THE H): '10조 클럽' 달성, 하이엔드의 영토를 넓히다
2015년 론칭 이후 올해로 10주년을 맞은 디에이치는 2025년 도시정비사업 수주액 10조 원을 돌파하며 업계 최초의 대기록을 세웠다.
이는 단순한 물량 공세가 아닌, 가장 까다로운 입지에서의 승리라는 점에서 의미가 깊다.
특히 지난 9월, 대한민국 부촌의 심장부인 '압구정 2구역' 재건축 수주에 성공한 것은 디에이치 10년 역사의 정점으로 평가받는다.
현대건설은 이곳에 디에이치의 기술력과 철학을 집약하되, 역사성을 고려해 '압구정 현대'의 이름을 계승하는 유연한 전략을 선보였다.
또한 여의도 한양아파트 재건축(디에이치 여의도퍼스트)과 신반포 2차(디에이치 르블랑)까지 잇따라 수주하며 강남을 넘어 여의도까지 하이엔드 벨트를 확장했다.
디에이치의 무기는 '압도적인 스케일'과 '완벽주의'다.
호텔급 커뮤니티인 'H 컬처클럽'과 전용 향기 서비스 등 하드웨어와 소프트웨어를 아우르는 디에이치만의 주거 큐레이션은 이제 시장의 표준이 됐다.
여기에 더해 현대건설은 미술, 음악, 인문학 등 다양한 분야의 대표 브랜드와 제휴하여 입주민에게 수준 높은 문화 강좌와 체험 프로그램을 제공한다.
이는 단순한 시설의 향유를 넘어 입주민끼리 문화를 공유하는 커뮤니티를 형성하게 함으로써, 하이엔드 주거 문화의 새로운 기준을 제시했다는 평가를 받는다.
이에 대해 현대건설 관계자는 "디에이치는 설계·시공 품질 고도화와 친환경·스마트 주거 기술을 중심으로 하이엔드 주거의 본질에 집중하며 지속적인 기술 진화를 이어갈 계획"이라며 "입주민의 일상 전반을 고려한 커뮤니티와 프리미엄 생활 서비스를 통해, 공간을 넘어선 차별화된 주거 경험을 제공하는 데 집중하고 있다"고 말했다.
비록 연초 한남 4구역 수주전에서 삼성물산에 고배를 마셨지만, 오히려 이를 계기로 상품성을 한층 더 강화하며 7년 연속 수주 1위라는 위업을 달성했다.
◆ 르엘(LE-EL): '60억 클럽' 청담 르엘, 숫자로 증명한 가치
경쟁사들이 공격적인 수주전을 펼칠 때, 롯데건설의 르엘은 '내실'과 '가치 입증'에 집중했다.
그 결과는 숫자로 증명되었다. 2025년 하반기, 입주를 앞둔 '청담 르엘'은 전용 84㎡ 기준 실거래가 60억원을 돌파하며 강남권 아파트 가격의 새로운 지지선을 구축했다.
르엘은 '드러내지 않는 럭셔리(Silent Luxury)'라는 브랜드 철학답게, 요란한 홍보보다는 실거주 만족도를 높이는 디테일에 승부를 걸었다.
롯데호텔과 연계한 컨시어지 서비스, 롯데그룹의 유통 노하우를 접목한 단지 내 편의 시설은 입주민들에게 '호텔 같은 집'이 아닌 '집 그 이상의 서비스'를 제공한다.
특히 그룹사인 롯데호텔의 서비스 역량은 하이엔드 시니어 레지던스인 'VL르웨스트'에서 정점을 찍었다는 평가다.
VL르웨스트는 롯데그룹의 호텔급 서비스 역량을 총동원해 새로운 시니어 라이프스타일을 제공하는 단지다.
롯데호텔의 노하우를 도입한 가사 지원 및 커뮤니티 서비스는 물론, 롯데의료재단·이대서울병원과 연계한 건강관리 서비스까지 제공한다.
여기에 호텔 셰프의 다이닝 서비스까지 더해지며 차별화된 하이엔드 서비스 영역을 구축했다.
최근 르엘은 무리한 사업 확장보다는 용산, 송파 등 핵심 구도심의 알짜 사업지를 선별 수주하는 전략을 취하고 있다.
이는 브랜드 희소성을 유지하면서 수익성을 극대화하려는 고도의 전략으로 풀이된다.
잠실 르엘과 청담 르엘의 연이은 성공은 "결국 살아보면 르엘"이라는 입소문을 만들어내며 디에이치와는 또 다른 결의 하이엔드 팬덤을 형성하고 있다.
롯데건설 관계자는 "수주 단계부터 분양까지 종합적으로 고려하여 입지와 사업성이 우수한 사업장을 선별해 수주를 진행하고 있다"라며 "앞으로도 조합과 소비자의 니즈를 정밀하게 반영해 최적의 사업 조건과 설계를 제안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 2026년 전망: 독주인가, 삼파전인가
2025년이 디에이치의 '양적·질적 팽창'과 르엘의 '가치 입증'으로 요약된다면, 다가올 2026년은 더욱 치열한 삼파전이 예고된다.
디에이치가 압구정과 여의도에서 랜드마크 건립을 본격화하는 가운데, 르엘은 한남동과 성수동 등 차기 격전지에서 브랜드 파워를 시험받게 될 것이다.
여기에 한남 4구역과 여의도 대교 수주로 화려하게 복귀한 삼성물산의 래미안까지 가세하며 하이엔드 시장의 판도는 예측 불허의 상황으로 치닫고 있다.
이제 하이엔드 시장의 경쟁 축은 마감재의 고급화를 넘어 '라이프스타일 큐레이션'이라는 소프트웨어 영역으로 완전히 이동했다.
디에이치가 규모의 경제를 통한 플랫폼 전략을, 르엘이 희소성을 앞세운 니치(Niche) 전략을 구사하는 이유다.
향후 시장의 패권은 물리적 시공 능력이 아닌, 입주 후의 삶까지 설계하여 브랜드의 배타적 가치를 지속적으로 증명해 낼 수 있는지 여부에서 판가름 날 것이다.
【 청년일보=김재두 기자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