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청년일보 】 초고령사회로 접어든 지금, 노인 돌봄은 더 이상 개별 시설의 문제가 아니다. 요양원과 데이케어센터, 방문요양과 가족 돌봄이 서로 분리된 선택지로 존재하는 구조는 이미 한계에 도달했다. 이제 중요한 것은 시설의 숫자가 아니라 돌봄이 어떻게 이어지고 있는가에 대한 질문이다. 노인의 삶은 단절되지 않는데, 돌봄만 단절돼 있는 현실을 더 이상 방치할 수 없다.
노인의 돌봄 여정은 어느 날 갑자기 요양원으로 이동하는 방식으로 시작되지 않는다. 대부분 가정에서의 일상 속에서 시작해 낮 시간 보호가 필요한 단계로 넘어가고, 점진적으로 24시간 돌봄이 요구되는 시점에 이른다. 이는 명확히 구분되는 단계라기보다 자연스럽게 이어지는 흐름에 가깝다. 그러나 현실의 제도와 운영 구조는 이 흐름을 반영하지 못한 채, 각 시설을 독립적인 공간으로만 취급하고 있다.
이로 인해 가장 먼저 무너지는 것은 돌봄의 맥락이다. 데이케어센터에서 수개월, 혹은 수년간 관찰된 생활 패턴과 정서 반응, 신체 변화에 대한 기록은 시설이 바뀌는 순간 새로 시작된다. 돌봄은 반복되지만 축적되지 않고, 노인은 매번 처음 돌봄을 받는 대상이 된다. 이러한 구조 속에서 돌봄의 질이 유지되기를 기대하는 것은 현실적으로 어렵다.
데이케어센터는 단순히 낮 동안 머무는 보호 공간이 아니다. 이곳은 노인의 상태 변화를 가장 섬세하게 관찰할 수 있는 장소이자, 향후 돌봄 방향을 가늠할 수 있는 중요한 지점이다. 식사의 속도, 보행의 안정성, 타인과의 상호작용, 정서적 반응의 미묘한 변화는 짧은 진료나 일회성 평가로는 파악할 수 없다. 이러한 정보는 시간이 쌓여야 비로소 의미를 갖는다.
요양원 역시 흔히 인식되는 것처럼 돌봄의 마지막 선택지가 아니다. 데이케어센터에서 이어진 돌봄을 더 깊고 안정적으로 확장하는 공간에 가깝다. 이미 익숙한 생활 리듬과 돌봄 기준이 유지될 때, 노인은 환경 변화로 인한 혼란과 불안을 최소화할 수 있다. 이는 문제 행동과 사고 위험을 낮추고, 돌봄 인력의 부담 역시 줄이는 결과로 이어진다.
요양원과 데이케어센터가 연결되지 않은 구조에서는 보호자의 불안도 반복된다. 시설을 옮길 때마다 보호자는 다시 설명해야 하고, 다시 신뢰를 쌓아야 한다. 반면 돌봄이 연속적으로 이어질 경우 보호자는 선택의 압박 대신 이행의 과정을 경험하게 된다. 이는 보호자에게도 심리적 안정감을 제공하며, 시설에 대한 신뢰를 강화하는 중요한 요소가 된다.
돌봄의 연속성은 제도만으로 완성되지 않는다. 제도는 방향을 제시할 수는 있지만, 실제 현장을 변화시키는 것은 운영자의 철학이다. 기록을 공유하려는 의지, 돌봄 기준을 통합하려는 노력, 인력 간의 소통 구조를 만들려는 태도가 있을 때 비로소 돌봄은 이어진다. 실버산업의 경쟁력은 최신 장비나 규모가 아니라 이러한 운영의 깊이에서 드러난다.
노인은 시설을 이동하는 것이 아니라 삶의 환경을 옮긴다. 그 삶이 끊어지지 않도록 돕는 것이 돌봄의 본질이다. 요양원과 데이케어센터가 연결될 때, 돌봄은 관리의 영역을 넘어 삶을 지지하는 구조로 자리 잡는다. 초고령사회가 요구하는 것은 더 많은 시설이 아니라, 끊어지지 않는 돌봄이다. 그리고 그 시작은 바로 돌봄의 연속성을 인정하는 데서 출발한다.
글 / 장석영 (주)효벤트 대표
동탄 재활요양원 대표
효벤트 (창업 요양원/창업 주간보호센터) 대표
효벤트 웰스 대표
김포대학교 사회복지전공 외래교수
숭실사이버대학교 요양복지학과 외래교수
한국보건복지인재원 치매케어 강사
사회복지연구소 인권 강사
경희대학교 동서의학대학원 노년학 박사과정
경기도 촉탁의사협의체 위원
치매케어학회 이사
대한치매협회 화성지부장
보건복지부 장관상 2년 연속 수상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