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청년일보 】 조국 조국혁신당 대표가 당대표 수락 연설을 통해 우리 사회의 고질적인 부동산 불평등 해소를 위한 승부수로 '토지공개념' 카드를 꺼내 들었다.
우리 사회의 오랜 논쟁거리였던 '토지공개념'의 실질적 입법화와 '보유세 강화'를 당의 핵심 과제로 내세웠다.
조국 대표와 조국혁신당이 내건 '사회권 선진국' 비전을 실현하기 위한 승부수이자, 한국 현대사에서 미완의 과제로 남은 토지 개혁을 다시 수면 위로 끌어올리려는 의도로 분석된다.
◆"부동산 시장은 복마전"...강남 불패 신화 정조준
지난 주말 전당대회에서 조국 대표는 현재의 대한민국 부동산 시장을 "다주택자의 이기심, 투기꾼의 탐욕, 정당과 국회의원의 선거 득표 전략, 그리고 민간 기업의 이해득실이 뒤엉킨 복마전(伏魔殿)"이라고 규정했다.
조 대표는 현 부동산 생태계가 정상적인 시장 원리가 아닌, 기득권 카르텔에 의해 왜곡되어 있다고 진단하며 '토지공개념의 입법화'를 제시했다.
조 대표는 이자리에서 "토지공개념은 '부동산 공화국'과 견고한 '강남 불패 신화'를 해체하기 위한 근본적 처방"이라고 밝혔다.
헌법 제122조에 명시된 '국토의 효율적이고 균형 있는 이용을 위한 제한과 의무'라는 토지공개념의 정신을 선언적 의미에 그치게 하지 않고, 구체적인 법률로 못 박아 자산 불평등의 고리를 끊어내겠다는 것이다.
조국 대표가 꺼내 든 '토지공개념'은 사실 새로운 이야기가 아니다.
이 개념을 제도권으로 처음 강력하게 끌어들인 것은 보수 정권인 노태우 정부였다.
1989년, 당시 정부는 폭등하는 땅값과 투기를 잡기 위해 파격적인 '토지공개념 3법'을 도입했다.
▲택지소유상한제(서울 200평 이상 소유 금지) ▲토지초과이득세(유휴 토지 지가 상승분의 50% 환수) ▲개발이익환수제라는 자본주의 시장경제에서 사유재산권을 파격적으로 제한하는 이 조치는 당시 국민적 지지를 받았으나, 위헌 시비에서 자유롭지 못했다.
결국 1990년대 중반을 거치며 헌법재판소는 택지소유상한제에 대해 위헌 결정을, 토지초과이득세에 대해 헌법불합치 결정을 내렸다.
"사유재산권의 본질적 내용을 침해한다"는 이유였다.
이후 노무현 정부의 '종합부동산세' 도입과 문재인 정부의 '토지공개념 개헌' 시도로 그 명맥이 이어졌으나, 번번이 '세금 폭탄' 논란과 기득권의 저항에 부딪혀 좌초되거나 후퇴했다.
조국 대표의 이번 선언은 35년간 위헌 논란 등으로 부침을 겪어온 토지공개념 논쟁을 다시금 공론의 장으로 끌어올리겠다는 신호탄인 셈이다.
◆보유세 높이고 거래세 낮춘다...'정책 믹스' 제안
역사적 맥락 위에서 조 대표는 구체적인 조세 정책 로드맵을 제시했다.
그는 "보유세를 정상화해야 한다. 이는 불평등 해소와 조세 정의 실현을 위해 타협할 수 없는 과제"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과거 헌재의 위헌 논란을 피하면서도 실질적인 투기 억제 효과를 내기 위해 OECD 수준으로 보유세 실효세율을 높이겠다는 의도로 풀이된다.
또한 "거래세는 완화해야 한다"며 "이는 다주택자의 매물을 시장으로 유도하는 가장 빠른 방안"이라고 덧붙였다.
보유 부담은 강화하되 퇴로는 열어주는 '정책 믹스(Policy Mix)'를 통해 시장의 거래 숨통을 틔우겠다는 전략이다.
조 대표는 "헌법 10조는 행복 추구권을 말하지만, 현실의 국민들은 주거 불안으로 행복을 박탈당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이는 주거권을 단순한 시혜적 복지가 아닌, 국민이 마땅히 누려야 할 기본적 권리인 '사회권'으로 격상시키겠다는 의지로 풀이된다.
이를 위해 토지공개념 입법화를 포함해 ▲행정수도 이전(사법·검찰 기관 지방 이전) ▲토지주택은행 설립 및 국민 리츠 시행 ▲전세사기 특별법 즉각 통과 등을 포함한 '주거권 보장 4대 제안'을 내놓았다.
특히 강남권을 중심으로 고품질 100% 공공임대 주택을 공급하겠다는 구상은 국가가 직접 주거 사다리를 복원하겠다는 의지다.
◆민주당 압박과 야권 내 이견...'산 넘어 산'
조 대표의 화살은 범야권 파트너인 더불어민주당도 겨냥했다.
그는 지난 대선 당시 야권이 합의했던 '원탁회의 선언문'을 언급하며 "정치개혁, 언제까지 미룰 것인가"라고 되물었다.
결선투표제 도입과 교섭단체 요건 완화 등을 압박하며, 부동산 이슈와 정치 개혁 이슈를 동시에 선점하려는 의도다.
한편, 국민의힘 등 야권 일각에서는 즉각 반발했다.
김효은 국민의힘 대변인은 24일 논평을 내고 "집 한 채 가진 국민을 잠재적 투기 세력으로 취급하고, 세금과 규제로 민생을 옥죄겠다는 오래된 발상을 다시 꺼내 든 것"이라며 "보유세 인상은 겉으로는 집 가진 사람만 더 내는 세금처럼 포장되지만, 실제로는 전·월세 인상으로 세입자와 청년층의 주거비 부담을 키운다는 사실을 모르는 국민은 없다"고 지적했다.
정이한 개혁신당 대변인은 "개인 재산권을 침해하는 반(反)시장적 사회주의 정책이자 사실상 중국식 모델"이라고 규탄하며, 조 대표의 과거 가족 명의 아파트 논란 등을 거론해 "본인 재산엔 관대한 내로남불"이라고 비판 수위를 높였다.
전문가들과 부동산업계는 '보유세 강화·거래세 완화'라는 정책 믹스(Mix)의 방향성에는 일부 공감하면서도, 실현 가능성에는 의문부호를 던졌다.
한 부동산 정책 전문가는 "거래세를 낮춰 퇴로를 열어주겠다는 접근은 시장 원리에 부합하는 교과서적인 해법"이라면서도 "그러나 보유세를 급격히 인상할 경우, 집주인들이 늘어난 세금 부담을 세입자에게 월세 인상 등으로 전가하는 '조세 전가' 현상이 발생할 수 있어 신중한 접근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정치적 셈법에 대한 우려도 제기됐다.
정치권의 한 관계자는 "12석의 조국혁신당 힘만으로는 입법이 불가능하다"며 "결국 170석 거대 여당인 민주당의 동의가 필수적인데, 중도층 표심을 의식해야 하는 민주당이 '세금 폭탄' 프레임이 씌워질 수 있는 이 법안에 얼마나 적극적으로 나설지는 미지수"라고 전망했다.
【 청년일보=김재두 기자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