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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년발언대] 문송하지 않습니다

 

【 청년일보 】 '문송합니다'라는 말을 들어본 적이 있는가. 이는 '문과여서 죄송합니다'의 줄임말로, 인문계 학생들의 낮은 취업률을 반영한다.


인문학으로 분류되는 대표 학문은 더는 우리 사회에 필요한 교양이 아닌 단지 일자리를 구하기 힘든 학과로 낙인 찍히고 있다. 이렇듯 문과를 도외시하는 사회적 분위기 속에서 우리는 인문학의 중요성에 대해 생각해 볼 필요가 있다. 


나날이 발전하는 과학기술과 인문학은 별개의 영역이 아니다. 신경망 기계 번역을 예로 들 수 있다. 신경망 기계 번역은 조경현 교수가 고안한 번역 시스템이다. 딥 러닝을 통해 문장의 맥락을 파악해 번역하는 방식으로 오역을 줄인다. AI 알고리즘으로 언어를 번역하는 것처럼 과학기술과 인문학은 절대 무관하지 않다. 


인문학은 과학기술의 발전 과정에서 함께 고려해야 할 중요한 요소다. 가령 자율 주행 자동차를 고안하는 과정에도 트롤리 딜레마라는 윤리적 문제가 동반된다. 직진하면 5명이 죽고, 방향을 바꾸면 1명이 죽게 되는 상황에서 자동차가 어떻게 판단을 내리도록 할지에 대한 문제가 생기는 것이다.


또한 운전자와 행인 중 한 명이 다칠 수밖에 없는 상황에서의 윤리적 판단도 생길 수 있다. 이외에도 동물, 유모차, 임신 여성 등 구체적인 대상에 따른 자동차의 결정에 대해서도 고려해야 한다. 


영화 '아이, 로봇'에는 2가지 로봇이 나온다. 하나는 중앙 통제를 받으며, 로봇 3원칙만을 지키는 NS-5이고, 나머지 하나는 스스로 생각할 수 있으며, 인간다운 감정까지 갖춘 '서니'이다.


로봇 3원칙이란, 인공지능 로봇이 반드시 지켜야 하는 규칙이다. 로봇은 인간에게 해를 입혀서는 안 된다는 제1원칙과, 1원칙에 위배되지 않는 한, 로봇은 인간의 명령에 복종해야 한다는 제2원칙, 마지막으로 위 원칙들에 위배되지 않는 한, 로봇은 로봇 자신을 지켜야 한다는 제3원칙으로 구성돼 있다.


그러나 이 세 가지 원칙을 지키는 것만으로 로봇이 올바른 판단을 했다고 단언할 수는 없다. 이 영화에서 NS-5는 악당의 원격 조종에 의해 인간을 공격하고 가둔다. 반면 서니는 NS-5의 공격으로부터 인류를 구해낸다. NS-5는 입력된 명령을 그대로 산출할 뿐이므로 악용될 경우 인류에게 큰 위협으로 다가온다. 서니를 통해 인문학적 감수성과 공감 능력이 인류의 존속과 무관한 것이 아님을 알 수 있다. 


낮은 취업률과 무관하게 인문학은 앞으로 그 중요성이 더욱 커질 것으로 보인다. 인문학이 결여된 사회는 도덕적인 판단도, 공감 능력도 없는 피폐한 사회일 것이다. 하지만 현실에서 문과라는 단어는 우울한 어조로 읽힌다. 인문계 학생들은 ‘문송하다’라며 자학적인 농담을 사용한다. 학문의 중요성을 취업률로 가늠해버리는 현실에 동참하기 전에 생각해보자. 우리는 과연 문과여서 죄송할 필요가 있는가?
 


【 청년서포터즈 6기 양진서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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