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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년발언대] 무용한 ‘예스맨’을 원하는 사회

 

【 청년일보 】 우리나라에서 ‘갈등’은 일종의 사회악으로 치부된다. 뉴스의 헤드라인만 봐도 그렇다. 젠더 갈등, 세대 갈등, 지역 갈등과 같은 표현에서 보듯 사회에서 갈등은 그저 불편한 존재일 뿐이다. 그러나 생각해보면 갈등은 지극히 당연하고 자연스러운 현상이다. 


책 ‘다른 의견’의 저자 이언 레슬리는 갈등을 ‘인간의 본능’이라고 표현했다. 인간에게는 자기중심적인 성향에 따라 의견을 피력하려는 특징이 있어 대립을 통해 이를 조정할 수 있다는 것이다. 해당 개념이 지닌 순기능에 집중해 이를 활용하는 방법을 터득한다면, 갈등은 불편한 상황이 아닌 생산적인 토론의 장이 된다.


우리 사회의 기업문화에서는 갈등의 순기능이 활발히 작용하는 모습을 찾아보기 힘들다. 오늘날까지도 대다수의 기업은 소수가 사내 정보를 독점하고 그 밑의 다수는 시스템에 맞춰 기계적으로 일하는 구조를 유지하고 있기 때문이다. 


팀이라는 이름 아래 함께 모여 일하지만 연차와 직급에 따라 보이지 않는 벽이 존재한다. 소수의 고위직이 회사 문제에 막대한 결정권을 지닌 기업문화에서 사원들은 이를 충실히 따라가는 역할에 그친다. 기업 전체가 하나의 거대한 피라미드 구조를 이루고 있는 셈이다.


여기서 발생하는 가장 큰 문제점은 회사 문제에 주요한 발언권을 갖지 못한 사원들이 무용한 ‘예스맨’으로 전락한다는 것이다. 


예스맨이란 상부의 지시나 요구에 무조건 ‘예’라는 답변으로 일관하는 사람을 일컫는 신조어다. 


사원들 간의 연차와 직급의 차이를 강조하는 기업문화는 곧 갈등의 부재로 이어진다. 연차가 적거나 직급이 낮아질수록 사원들은 ‘No’라고 말하기 어려운 환경이 조성됐기 때문이다. 관료제에 기반한 기업문화는 자유롭게 의견을 공유하는 토론의 장을 없애 사내에서 입지가 굳어지지 않은 이들이 목소리를 내기 어렵게 만든다. 


이는 결국 일 능률의 저하와 소수의 독단적 경영으로 이어진다. 정작 치열한 과정을 통해 뽑은 사원들의 의견을 공평하게 경영에 반영하지 못하니 어떻게 보면 당연한 결과다.


이런 구조가 한편으로는 고위직이 결정을 내리면 사원들이 이에 맞춰 일하는 빠르고 효율적인 것으로 보일 수도 있다. 


하지만 일의 효율성만을 지나치게 추구하게 되면 다수의 사원은 결정권을 박탈당한 채 강제적으로 묵비권을 행사하게 된다. 아무리 완벽해 보일지라도 모든 논리와 의견에는 허점이 존재한다. 사내 분위기가 만들어낸 다수의 예스맨은 이를 간파하는 데 있어 오히려 독이 된다. 기업의 목표를 달성하기 위해선 여러 의견이 대립하는 과정이 도움이 된다. 


다방면의 관점에서 문제의 결점을 파악하고 해결하는 것은 비효율적인 갈등이 아니라 목표를 향해 가장 정확하게 나아갈 수 있는 건설적인 논쟁이기 때문이다. 


오늘날의 청년들은 일한 만큼의 성과를 얻는 능력주의 사회를 꿈꾼다. ‘뉴스웨이&드라마앤컴퍼니’ 리서치사업팀에서 MZ세대를 대상으로 진행한 설문조사에 따르면 36.92%가 ‘사회에 필요한 기업가 정신이 무엇인가’라는 질문에 대해 상생하는 기업문화의 필요성을 답했다. 


이는 혁신을 통한 일자리 창출을 답한 26.17%보다 높은 수치다. 청년들에게는 일자리 창출보다도 기존 기업문화의 폐단을 개선한 ‘신기업문화’의 조성이 더 간절한 것이다.


청년들이 바라는 능력주의 사회가 도래하기 위해서는 수평적인 관계에서 모두가 자유롭게 발언할 수 있는 기업 환경이 조성돼야 한다. 고위직이 독점했던 결정권을 사원들과 함께 공유하는 것 역시 신기업문화로 향하는 방법의 하나다.


영국의 전설적인 밴드 ‘비틀스’는 앨범 하나를 내는 과정에서 무수한 대립과 갈등의 시간을 보낸 것으로 유명하다. 빠른 의견 합치보다 끝없는 논쟁으로 완성된 결과물이 더 완성도가 높았다고 한다. 


기업 역시 이와 별반 다르지 않다. 누군가 낸 의견에 맹목적으로 동의하는 예스맨들로 가득한 기업에서는 청사진을 그려 나갈 수 없다. 사내에서는 부장, 차장, 사원이라는 직급과 관계없이 모든 구성원이 대립과 갈등의 과정을 마음껏 누릴 수 있어야 한다. 


직급 대신 영어 이름으로 서로를 부르는 등 소소한 부분에서부터 변화가 시작된다면 신기업문화로 향하는 길은 머지않을 것이다.
 


【 청년서포터즈 6기 양현서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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