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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년발언대] 코로나 바이러스와 한국 사회의 갈등

 

【 청년일보 】 2년간 지속된 코로나19 바이러스는 우리에게 큰 공포감을 주었을 뿐만 아니라, 우리가 그동안 당연하다고 생각했던 일상을 부정하고 변화를 불러왔다. 그동안 우리의 사회 영역 전반에서 많은 변화가 있었다.


우선 학교와 직장은 문을 닫았고, 국경을 자유롭게 넘나들던 비행기도 더 이상 하늘을 날지 못하게 됐다. 또, 우리에게 익숙하던 거리는 저마다 각양각색의 마스크를 쓴 사람들로 채워졌다.


아울러 온라인 환경을 통해 외부의 사람들과 의사소통하는 '온택트' 시대의 도래가 가속화됐다. 바뀐 일상은 새로운 시대의 표준이 됐고, 점차 익숙한 우리의 일상으로 자리 잡게 됐다.


물론, 이 역시 언제 어떻게 변화할지는 아무도 모르지만, 혼란스러운 현재를 살아가고 있는 우리는 코로나19 전후로 우리 사회의 무엇이 어떻게 바뀌었는지를 집중적으로 탐구할 필요가 있다.


이를 통해 우리는 어쩌면 사회 안정을 되찾을 수 있는 해법의 실마리를 얻을 수 있을지도 모른다.


코로나19 바이러스로 전과는 달라진 우리 사회 모습 한 가지는 바로 ‘갈등’이다. 


2021년 11월 서울연구원의 온라인 설문조사에 따르면, 서울 시민 87.9%가 현재 우리 사회의 갈등이 심각하다고 인식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1년 전과 비교해 우리 사회 내 갈등이 심각해졌다고 응답한 비율도 77.8%에 달했다.


시민들이 사회 갈등의 심각성을 가장 크게 체감할 때는 뉴스나 기사 등 대중매체에서 갈등으로 인한 사건, 사고를 접할 때였고, 그 비율은 36%였다. 이어 집회나 시위를 직접 접할 때 25%, 온라인상에서 의견 충돌을 볼 때 17.8%인 것으로 드러났다. 서울 시민 10명 중 8명은 코로나 이후 사회 갈등이 심각해졌다고 인식했다.


코로나 바이러스로 많은 사람들은 일상생활 속에서 언제 바이러스에 감염될지도 모르는 두려움, 자유로운 외출과 여행의 어려움, 직장 폐쇄로 인한 소득의 감소, 사회적 관계 단절, 일상생활의 불편함 같은 변화를 겪은 후 불안감과 우울한 감정을 경험했다.


동시에 사회적 영역 속에서 느끼고 있는 갈등 경험, 특히 가정 속에서 느끼는 갈등, 이웃과 직장에서 느끼는 갈등, 대중교통과 공공장소에서의 갈등 경험과 정부의 방역 대응, 의료체계, 타인에 대한 신뢰 변화 속에서 거부감, 혐오, 차별 등이 발생했다.


지난 우리 사회 모습을 되돌아보자. 코로나 초기에 특정 종교의 여파로 대구·경북 지역에 코로나가 단기간에 퍼져나가 전국의 사람들에게 ‘사회재난 확산지역’이라는 부정적 이미지가 각인된 사례가 있었다.


당시에 몇몇 사람들은 '이제 대구 사람이라면 치가 떨린다', '대구·경북 탈출은 지능 순', '대구시민들은 항상 미안한 마음을 갖고 살아라'라며 인터넷 포털 사이트에 지역 비방·혐오 글을 쓰기도 했다.


사실, 코로나19가 시작되기 이전에도 서로 다른 문화와 배경을 가진 사람들이 한 공간에서 살아가면서 나타난 일상적인 갈등은 존재했다. 그러나 코로나19의 발원지와 확진자들의 동선을 면밀히 밝히는 언론의 보도와 더불어 코로나19 확진자 수가 증가하고 장기화됨에 따라 사람들의 불안한 심리와 누적된 피로도가 증폭됐고 특정 세대, 지역, 성별에 대한 갈등은 혐오와 편견의 형태로 표출됐다.


특히 이러한 갈등은 학교와 직장에서 두드러졌다. 학교에서는 한국인 부모를 둔 아이들이 중국 교포인 아이들과 교실, 강당, 식당에 함께 있는 것에 우려와 함께 불만을 드러내고 다툼하기도 했다. 직장에서는 중국 교포라는 이유로 해고되는 사례가 증가했다.


뿐만 아니라, 위에서 보았던 지역 갈등, 광복절 집회 참석 기성세대에 대한 젊은 세대의 분노, 이태원 클럽 집단감염으로 드러난 젊은 세대에 대한 기성세대의 반감과 같은 세대 갈등은 물론, 특정 종교들, 계층 간의 대립을 포함하는 각종 사회적 갈등은 코로나 상황이 진정돼도 국민들의 마음속에서 오랫동안 남아 있을 것이다.


각 지자체가 마스크 착용 의무화 조치를 취한 뒤 마스크를 턱까지만 착용한 기성세대에게 마스크 착용해달라고 요구하자 도리어 곤욕을 당하게 되는 경우나, 현장 예배만을 강행해 다른 종파와 충돌을 한 경우나, 적절한 시기에 코로나19 치료를 받은 부유층과는 달리 의료 혜택에서 소외돼 죽어가는 빈곤층의 경우들이 최근에도 뉴스에서 심심찮게 보도되고 있다. 코로나가 기존 갈등의 심화를 야기한 것이다.


그렇다면 우리는 어떻게 해야 할까? 갈등의 요체는 조정과 타협, 절충에 의한 해결이다. 갈등은 소멸하거나 분쇄되는 것이 아니라, 관리되거나 조정되는 것이다. 갈등 그 자체보다도, 그것을 풀어나가는 과정에서 얻는 것이 더 중요하다.


안타깝게도, 현재 우리 사회는 갈등이 일상화되고 구조화되는 상황으로 깊숙이 들어가고 있지만, 갈등을 관리하고 조정하는 역량은 대단히 취약하다. 따라서 우리는 갈등을 조정하고 관리할 수 있는 문화적 정서적 기반을 갖춰야 한다. 그리하여 우리 스스로 사회 제도적 도움 없이 갈등에 유연하게 대처, 다시 말해 갈등을 관리하고 조정할 수 있는 기제를 갖출 수 있도록 해야 할 것이다.


더불어, 사회 내 구성원들 간의 통합을 제고해야 한다. 사회 내의 유기적 연대에 기반해 신뢰와 호혜성 등 사회적 자본을 축적하고, 사회적 배제 수준을 최소화해 사회 갈등 완화와 사회적 합의를 끌어내는 동시에, 구성원 내부의 결속을 다져 공동체를 복원하는 사회 통합이 어느 시기보다도 절실하다.


이를 위해서는 문화 가치 다양성을 인정하는 '관용'의 자세와 활발한 소통체계의 마련, 사람들의 인식 전환 등의 사회 변화가 필요하다. 지난 2년간 우리의 몸과 마음, 사회는 큰 상처를 입었다. 사회의 상처, 사회적 갈등을 치유하기 위해서는 지금이라도 연대적 공존 방법을 모색하고, 사회 전체의 통합을 증진해야 한다.


마지막으로, '세상에 존재하는 악은 태반이 거의 무지에서 유래하는 것으로, 양식이 없으면 착한 의지도 악의와 마찬가지로 큰 피해를 줄 수 있다'라는 소설 '페스트'의 유명한 구절을 인용하고자 한다.


우리는 생활하면서 의도를 하건, 안 하건, 사회생활을 하면서 타인과 갈등을 빚게 될 수 있다. 특히, 디지털 매체를 이용할 때 우리 생각 없이 쓰는 정제되지 않은 표현, 불확실한 정보에 바탕을 둔 주장이 소모적인 논쟁과 사회적 갈등을 확대한다는 점을 잊어서는 안 된다.


사회적 갈등은 전 지구적 차원에서 코로나19와 더불어 인류에게 상처를 주고 있어 이를 해결하기 위한 사회적 백신은 화학적 결합물을 만들어 내는 것보다 더 어려울 것으로 생각된다. 갈등 해결을 위해 사회적 차원의 제도도 중요하겠지만, 앞서 살펴보았듯, 개개인이 사적 영역에 대해서 공적인 정부의 개입 없이 주체적이고 능동적으로 갈등을 조정하고 관리할 수 있는 문화적인 기본 소양을 함양하는 것이 무엇보다도 중요할 것으로 보인다.


사실 이 모든 논의는 멋진 공동체 세상으로 나아가기 위한 한 걸음이다. 너무 조바심을 가질 이유는 없다. 그저 한 걸음씩, 차근차근, 단계적으로 슬기롭게 해결해 나가길 바란다.
 


【 청년서포터즈 6기 김태은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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