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편집자 주] ‘재계부’는 ‘재건축·재개발 가계부’의 줄임말입니다. 2026년 서울 부동산 시장의 최대 화두인 도시정비사업 현황과 주요 이슈, 그리고 알짜 사업지를 차지하기 위한 건설사들의 치열한 수주 쟁탈전을 현장에서 직접 취재합니다. 복잡한 셈법과 판세가 얽힌 수주전의 이면을 가계부를 적듯 꼼꼼하게 기록해 독자 여러분께 전달합니다.
【 청년일보 】 서울 정비사업 시장에서 경쟁 입찰이 사라지고 있다. 건설사들이 사활을 걸고 경쟁하던 입찰 현장은 단독 응찰과 수의계약이 지배하는 무혈입성의 장으로 변모하며 시장의 새로운 표준으로 자리잡았다는 평가다.
실제로 주거환경연구원이 발표한 2025년도 공사비 및 시공자선정 현황에 따르면, 2021년 50%에 달했던 경쟁 입찰 비율은 2023년 19%로 급락한 뒤 2024년 15%, 작년 16% 수준에 머물며 사실상 경쟁 체제가 무너진 것으로 나타났다. 수의계약의 표준화 현상은 이번 주 서울 현장에서도 그대로 이어지고 있다.
24일 정비업계에 따르면 오는 28일에는 영등포구 신길1구역과 서대문구 충정로1구역이 나란히 시공사 선정 총회를 열고 단독 응찰한 건설사를 상대로 수의계약 여부를 결정한다.
신길1구역은 현대건설이, 충정로1구역은 두산건설이 단독 입찰 제안서를 제출해 수주가 유력한 상황이다.
특히 신길1구역은 최고 45층, 1천483가구 규모에 예정 공사비가 1조300억원에 달하는 대형 공공재개발 사업이다. 현대건설이 시공권을 확보하면 올해 정비사업 두 번째 수주 실적을 기록하게 된다.
앞서 현대건설은 지난 9일 경기 군포 금정2구역 재개발(공사비 4천258억원)을 수주하며 2026년 도시정비 수주의 포문을 연 바 있다.
현대건설 관계자는 신길1구역에 대해 "차별화된 주거 가치와 시공 역량을 총동원해 조합원들의 기대에 부응하겠다"라고 밝혔다.
동대문구 답십리자동차부품상가 재개발도 수의계약 수순을 밟고 있다. 지난 두 차례 입찰에 효성중공업만 단독으로 참여해 27일 수의계약 절차를 진행할 예정이다.
정비사업에서 두 차례 이상 유찰되면 단독 응찰 건설사와 수의계약을 맺을 수 있는 규정에 따라 해당 사업지는 재개발을 통해 729가구와 자동차 관련 판매·복합시설을 갖춘 지역 거점으로 탈바꿈할 계획이다.
민간 사업지에서 시작된 선별 수주 기조가 한국토지주택공사(LH)와 서울주택도시공사(SH)가 시행을 맡은 공공재개발까지 확산된 점이 이번 흐름의 핵심이다.
건설사들이 경쟁에 나서지 않는 이유는 원자재 가격 상승과 금리 부담으로 인한 수익성 악화다.
주거환경연구원 분석 결과 서울 정비사업 평균 공사비는 지난해 3.3㎡당 842만원으로 전년 대비 12% 넘게 뛰었다. 확실한 이익이 보장되지 않는 현장에 경쟁 비용을 투입할 유인이 사라졌다는 분석이다.
대형 건설사 한 관계자 또한 "원자재 가격과 인건비가 급등한 상황에서 무리한 경쟁은 사업 참여 자체를 불가능하게 만드는 요인"이라며 "수익성이 확실하게 담보되는 핵심 사업지에 역량을 집중하는 선별 수주 기조는 당분간 지속될 수밖에 없다"고 설명했다.
상위 건설사가 대어급 사업지에 역량을 집중하고 중견사가 틈새 시장을 단독 응찰로 채우는 양극화도 뚜렷하다. 2025년 10대 건설사의 도시정비 수주액 중 현대건설과 삼성물산 두 곳의 비중은 약 40%에 달한다.
두산건설과 효성중공업이 이번 주 서울 사업지에 단독으로 나선 것도 이 같은 시장 재편의 연장선으로 풀이된다.
이러한 선별 수주 기조 속에 삼성물산 건설부문은 강남구 대치동 일대 재건축의 문을 여는 대치쌍용1차 수주에 참여하며 하이엔드 전략을 강화하고 있다.
기존 630세대 단지를 최고 49층, 999가구 규모로 조성하는 이번 사업을 위해 삼성물산은 해체주의 건축의 거장 다니엘 리베스킨트와 협업해 역동적인 곡선미를 살린 외관과 조망형 아트라운지인 '스파이럴 쉘'을 제안했다.
래미안 르네아르 대치를 단지명으로 내세워 2.82m의 높은 천장고와 최첨단 주거 기술이 집약된 시그니처 단지를 완성한다는 계획이다.
업계에서는 삼성물산이 브랜드 상징성이 큰 랜드마크 사업지에 전사적 역량을 집중하는 선별 수주 전략의 일환이라는 평가다.
삼성물산 임철진 주택영업본부장은 “기존 주거의 모든 기준을 뛰어넘는 차별화된 제안을 통해 대치쌍용1차를 강남권 대표 주거 단지로 조성할 예정” 이라며, “대한민국 아파트의 새로운 패러다임 변화를 이끄는 명품 단지로 재탄생 시킬 것”이라고 말했다.
【 청년일보=김재두 기자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