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5.07.27 (일)

  • 맑음동두천 32.0℃
  • 맑음강릉 33.9℃
  • 맑음서울 32.7℃
  • 맑음대전 32.8℃
  • 맑음대구 31.6℃
  • 맑음울산 31.0℃
  • 맑음광주 32.3℃
  • 구름조금부산 31.5℃
  • 맑음고창 33.1℃
  • 구름조금제주 29.9℃
  • 맑음강화 30.8℃
  • 맑음보은 30.5℃
  • 맑음금산 30.8℃
  • 맑음강진군 33.3℃
  • 맑음경주시 31.9℃
  • 구름조금거제 29.1℃
기상청 제공

[청년발언대] 노인의 건강, 진짜 돌봄은 이동에서 시작된다

 

【 청년일보 】 "병원은 버스를 타고 가면 되는데, 집에 돌아올 때는 숨이 차서 힘들지."

 

최근 1인 가구 지원사업 건강교육팀 활동에 참여하며, 경사도가 높은 지역에 거주하는 노인 1인 가구를 직접 방문할 기회가 있었다. 현장에서 만난 어르신들은 혈압약, 당뇨약 등 복용 중인 약물 용도와 복용 시간을 정확히 기억하며, 매년 건강검진도 받는 등 건강 관리에 대한 관심과 진료 필요성을 잘 인지하고 있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반복해서 입을 모은 어려움은 바로 '병원까지 이동하고 돌아오는 길'이었다. 특히 경사진 길과 대중교통의 불편함, 그리고 체력적 부담이 더해져 이들의 건강관리와 삶의 의지에 큰 영향을 주고 있었다.

 

노인 1인 가구가 거주하는 대부분은 도로보다 높거나 경사진 지형에 위치해 있어, 실제 거리가 짧더라도 노인들이 체감하는 이동 거리는 훨씬 더 멀고 힘들게 느껴진다. 복지관이나 보건소, 경로당 프로그램에 참여하고자 하는 의지도 있었지만, 비가 오거나 건강이 좋지 않은 날에는 큰 어려움이 따르는 것이 현실적인 문제였다.

 

또한, 도움 받을 사람 하나 없이 오롯이 혼자 이동해야 하는 구조는 결국 진료 간격의 장기화, 복약 중단, 자가관리의 포기 등으로 이어진다.

 

이동의 불편은 사회적 고립과 정서적 위축으로 이어진다. 노인복지관이나 보건소의 위치를 알고 계시는 어르신들은 많았지만, 그곳에서 제공하는 프로그램의 구체적인 내용이나 참여 자격, 신청 절차에 대해선 명확히 알지 못하는 경우가 대부분이었다. 설령 정보를 알고 있더라도 불편한 이동 여건 때문에 결국 참여를 포기하는 경우가 적지 않았다.

 

이와 함께 건강예진 과정에서 실시한 노인 우울 자가 체크리스트에서는 조사 대상자 중 3분의 2가 전문가 상담이나 중재가 필요한 수준으로 나타났다.

 

응답자 상당수가 '나는 외롭다고 느낀다', '나는 고립되어 있다고 느낀다'는 문항에 깊이 공감하였다. 이는 신체적 어려움에 더해 사회적 고립과 어려움이 함께 노인의 건강과 삶에 중대한 영향을 미치고 있음을 시사한다.

 

현재 일부 지자체에서는 노인과 이동 취약 계층을 대상으로 지역 맞춤형 셔틀 운영, 교통비 지원, 택시 바우처 제공 등의 이동 지원 정책을 시범적으로 시행 중이지만, 현재까지 실제 이용률을 확인할 수 있는 공식 통계는 없다. 현장에서는 안내 부족이나 절차 복잡, 서비스 연계 미비 등의 이유로 이용률이 예상보다 낮다는 현장 평가가 나오고 있다.

 

또한 복지관, 보건소, 방문간호 등 다른 사회서비스와의 연계가 부족해 단편적인 지원에 머물고 있다. 물리적 환경 개선 역시 미흡해 경사진 도로 등의 근본적인 문제 해결은 아직 요원하다.

 

이러한 현실은 사회적으로 몇 가지 중요한 과제를 제기한다. 무엇보다 '이동권'을 단순한 교통 편의를 넘어 건강권의 필수 조건으로 인식해야 한다. 또한, 현재 방문간호서비스는 병원 수준의 전문 간호를 가정 내에서 수행하는 사례가 늘고 있으나, 해당 서비스를 이용하기까지의 행정 절차가 까다롭고, 의료기관 간 연계나 인력 지원이 부족해 접근성에 한계가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마지막으로, 동네 복지관, 마을 자원봉사자, 방문간호사, 보건소 사회복지사 등이 유기적으로 정보를 공유하며 정기적으로 안부를 묻는 관계망 구축이 필요하다. 의료 서비스만으로 해결할 수 없는 노인의 문제는 결국 사람과 관계 안에서 완화될 수 있기 때문이다.

 

보건복지부는 2026년 '돌봄통합지원법'의 본격 시행에 앞서, 2025년 현재 131개 시·군·구를 시범지역으로 선정했다. 이들 지역에서는 병원서비스와 요양·복지서비스를 통합 제공하기 위한 다양한 모델이 시도되고 있으나, 여전히 이동권 보장과 인력 및 재정 확보에 대한 제도적 보완이 시급한 실정이다.

 

물리적인 돌봄 서비스가 확대되는 것만으로는 부족하다. 진짜 과제는 그 서비스가 노인의 일상에 닿는 것이다. 고령사회에서 돌봄은 노인이 스스로 걸음을 내딛을 수 있도록 돕는 데서 시작되기 때문이다.
 


【 청년서포터즈 8기 박은서 】

관련기사




청년발언대

더보기


기자수첩

더보기

배너
배너
배너
배너
배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