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청년일보 】 대한민국 대학생들의 정신건강에 적신호가 켜졌다. 학업, 취업, 대인관계, 불확실한 미래에 대한 불안감 등 복합적인 압박이 이들을 심각한 정신건강 위기로 내몰고 있다. 하지만 정작 이들을 위한 지원 시스템은 '사각지대'에 놓여있다는 지적이다.
◆ 40% 이상이 '우울 위험'…심각한 현주소
대학생들의 정신건강 상태는 심각한 수준이다. 2024년 전국 대학생 정신건강 실태조사에 따르면, 전체 표본의 43.5%가 우울 위험군으로, 16.4%는 자살 위험군으로 분류되었다. 2023년 전국 30개 국립대 조사에서도 학생 10,802명(약 19%)이 전문 기관의 치료가 필요한 위기 학생으로 나타났다.
가장 큰 심리적 위협 요인은 '취업 경쟁 및 불안 심화'였다. 끊임없는 경쟁과 서열화로 인한 '도태 불안'은 학생들의 불안도를 높이고 정체성 형성을 방해하며 공허함을 느끼게 한다. 이러한 정신적 어려움은 극단적인 생각으로 이어지기도 한다.
한 조사에 따르면, 한 달간 자살 관련 생각을 한 학생은 학부생 11.6%, 대학원생 16.2%에 달했으며, 학부생의 45.7%는 휴학이나 자퇴를 고민한 것으로 나타났다.
◆ 도움의 손길, 문턱 높은 상담센터
문제는 학생들이 적절한 도움을 받기 어렵다는 데 있다. 대학 상담센터가 존재하지만, 많은 학생이 심리적 문제 대처 방법으로 '혼자 생각하는 것'(60.5%)을 꼽았다.
학생들이 상담센터를 이용하지 않는 주된 이유는 '상담에 대한 어색함과 두려움', '실질적인 도움이 안 될 것 같다'라는 불신, '정기적인 상담 시간 확보의 어려움' 등이었다. 정신건강 문제에 대한 사회적 편견과 낙인이 여전히 가장 큰 장벽으로 작용하고 있는 것이다.
설령 용기를 내어 방문하더라도, 상담 대기 시간이 최소 3개월 이상 걸리는 경우가 있어 대학 규모 대비 지원이 턱없이 부족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 대안으로 떠오른 'AI 상담', 한계는 명확
이러한 공백 속에서 'AI 심리상담 앱'이 디지털 네이티브 세대인 대학생들에게 새로운 대안으로 떠오르고 있다. AI 상담은 24시간 즉시 접근이 가능하고, 익명성이 보장되며, 비용이 저렴해 심리적 부담이 적다는 장점이 있다.
하지만 전문가들은 AI 상담의 한계 또한 명확하다고 지적한다. AI는 진정한 감정적 교류나 유대감 형성이 어려워 사용자가 '영혼 없는 위로'로 느낄 수 있다.
또한, 자살 위기나 심각한 트라우마 등 복잡한 문제 처리에 부적절할 수 있으며, 민감한 데이터의 유출 위험도 존재한다.
◆ '대체' 아닌 '보완'…인간-AI 협업 모델이 답
전문가들은 AI 심리상담이 인간 상담사를 '대체'하는 것이 아니라 '보완'하는 역할을 맡아야 한다고 입을 모은다.
가장 이상적인 모델은 '인간-AI 협업 모델'이다. AI가 일상적인 감정 모니터링, 스트레스 측정, 초기 위험군 스크리닝 등 데이터 기반 업무를 담당하고, 인간 전문가는 이 데이터를 바탕으로 심층 상담과 위기 개입에 집중하는 방식이다.
현재 고려대의 '내 마음의 보고서'처럼 AI 기반으로 학생들을 진단해 고위험군을 선제적으로 발굴하는 프로그램이나, 서울시의 '대학생 마음건강 패스트트랙'처럼 위기 학생을 전문 지원사업으로 연계하는 노력이 확산되고 있다. 대학생들의 마음 건강을 지키기 위해 사회적 인식 개선과 함께 기술을 활용한 현실적인 지원책 마련이 시급하다.
【 청년서포터즈 9기 서현진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