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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년발언대] 패스트푸드처럼 소비되는 문화

 

【 청년일보 】 바쁜 현대인들에게 영화 한 편 혹은 책 한 권은 사치일까? 최근 유튜브에서는 일명 ‘요약본’ 영상이 큰 인기를 끌고 있다. 해당 영상을 시청하면 16부작 드라마를 1시간 만에, 러닝타임이 2시간 넘는 영화를 30분 만에 몰아볼 수 있다.


이는 분주한 일상으로 여유롭게 문화생활을 즐기기 어려운 현대인들에게 안성맞춤인 콘텐츠로 보일 수 있다. 그러나 과연 30분 남짓한 영상이 영화의 다양한 요소를 충분히 담아냈을 것인가에 대해서는 의문을 지우기 힘들다. 


이동진 영화평론가 역시 해당 콘텐츠에 대해 회의적인 태도를 보였다.


그는 “요약본을 시청하는 인간의 심리는 지적 허영심에 가깝다”며 “관심은 있지만 시간을 투자할 마음은 전혀 없는 사람들이 요약본을 보고 영화를 관람한 척한다”고 주장한 바 있다. 


영화를 한 편 감상하는 데에는 상당한 집중력이 요구된다. 줄거리뿐 아니라 배우의 연기, 감독의 연출, OST 등 작품의 여러 요소를 분석하며 감상을 이어 나가야 하기 때문이다. 


그러나 오늘날의 대중들에게 이런 과정은 귀찮고 불필요한 것에 불과한 듯하다. 주인공의 감정에 몰입하거나, 작품 속 숨겨진 메시지에 감탄하기보다는 깔끔하고도 일목요연하게 정리된 줄거리 요약본에 열광한다. 


물론 이런 영화 요약본 영상이 작품에 대한 흥미를 불러일으키는 역할을 수행할 수도 있다. 실제로 유튜브에 게시된 영상에는 요약본을 보고 호기심이 생겨 영화를 예매했다는 반응도 일부 찾아볼 수 있다. 그러나 대부분 사람은 30분의 영상만을 보고 영화를 다 봤다고 ‘착각’한다. 이들은 문화를 마치 패스트푸드처럼 소비한다. 너무도 짧은 시간에 여러 작품을 몰아보지만, 영양가는 부족하다.


이는 비단 영화나 드라마에서만 나타나는 현상이 아니다. 문화를 짧은 시간 내에 소화하려는 대중들의 욕구는 책에서도 나타난다. 최근 카카오 엔터테인먼트는 ‘채팅 소설’, ‘숏노블 코너’ 등 책을 단시간에 읽을 수 있는 콘텐츠를 계획하고 있다고 밝혔다. 


채팅 소설은 분량이 긴 소설을 마치 SNS로 대화하듯이 한두 줄로 편집해놓은 형식으로 구성된다. 작가의 섬세한 표현력이나 인물들의 복잡한 감정선은 과감히 생략됐다. 이렇듯 짧은 글에 익숙해진 사람들에게 긴 글에 대한 거부감은 점점 커져만 간다.

 

 

쉽고 짧게 편집된 글만을 찾는 습관은 결국 문해력 저하로 이어지게 된다. 지난 5월 한국교원단체총연합회가 전국 초중고교 교사 1천152명을 조사한 결과에 따르면 응답자 10명 중 4명이 “학생들의 문해력 수준이 70점대(C등급)에 불과하다”고 응답했다. 


간결한 유튜브 자막에 익숙해진 10대들은 이미 어휘력이 낮아진 지 오래다. 또한 문화체육관광부가 실시한 ‘2021년 국민 독서 실태조사’에 의하면 지난 1년간 성인의 연간 종합 독서량은 4.5권에 불과하며 이는 OECD 국가 중 최하위 수준에 해당하는 수치이다. 청소년뿐 아니라 성인 역시 책 한 권을 읽을 집중력마저 없는 심각한 상황이다.


현대인들은 영화나 장편 소설을 감상하기에는 시간이 너무 부족하다고 불평한다. 그러나 이는 그저 간략하고 쉽게 편집된 콘텐츠에 길든 이들의 구차한 변명에 불과하다. 이들에게 부족했던 것은 시간이 아니라 집중력이 아니었는지 의구심이 든다. 


한 작품을 제대로 감상하는 시간은 아깝다고 말하지만, 영화 요약본 영상을 감상하는 시간은 유익하다고 느끼는 대중의 심리가 아이러니하다. 문화를 온전히 향유하는 법을 잊은 현대 사회에 안타까움을 표한다.
 


【 청년서포터즈 6기 양진서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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