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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년발언대] 시장지상주의가 가져온 도덕적 파산…"그냥 벌금 내지 뭐"

 

【 청년일보 】 우리는 자본주의 시장 속에서 살아가며 많은 가치가 돈으로 환산되는 시대를 살고 있다.


일상의 많은 부분이 시장의 논리에 따라 운영되고, 금전적 가치를 기준으로 사람들은 선택을 하거나 평가를 받는다.


그렇다면 시장이 모든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가? 돈으로 살 수 없는 것들이 정말로 존재하는가? 이러한 질문은 단순해 보이지만, 그 답을 깊이 들여다보면 많은 고민을 던져준다. 우리 사회가 금전적 보상에 얼마나 의존하고 있으며 그 과정에서 중요한 도덕적 가치들을 잃어버리고 있지는 않는지 생각해볼 필요가 있다.


금전적 보상은 일상에서 흔히 접할 수 있다. "학점을 잘 받으면", "대회에서 우승하면", "성과를 달성하면"과 같은 조건들을 달성할 시 일정 금액을 받을 수 있는 프로그램들이 존재하며 이런 보상체계는 전혀 이상하게 느껴지지 않는다. 오히려 매우 익숙하고 당연해 보인다. 이런 상황에서 돈은 단순한 보상이 아니라, 그 자체로 목적이 되어버린다. 우리는 쉬이 성과를 금전적 보상으로 환산하며, 이 논리가 옳다고 받아들인다.


최근 SNS에서 자주 볼 수 있는 '밸런스 게임'을 떠올려보자. "아무것도 없는 방에서 1년을 버티면 얼마를 줄까?", "가장 친구와의 관계를 끊으면 얼마를 받을까?"와 같은 자극적인 질문들은 우리로 하여금 모든 가치를 가격으로 환산하게 만든다.


이 게임의 본질은 단순하지만, 그 이면에 깔린 논리는 무서운 현실을 반영하고 있다. 사람들은 이 가상의 상황을 '돈'이라는 기준으로 저울질한다. 구태여 실제로 판매하지 않는 것들에 대해서도 돈으로 환산할 수 있다는 사고방식이 퍼져 나가고 있는 것이다. 이를 시장지상주의라고 부른다.


과속을 하면 벌금을 내야 한다는 규칙은 당연해 보인다. 그렇다면 벌금을 내면 과속할 권리를 얻게 되는 것인가? 주차위반을 하거나 과속을 한 운전자가 벌금을 지불하면서 자신의 잘못을 '정당화'하는 경우를 종종 볼 수 있다. 이는 금전적 보상이 도덕적 책임을 대신할 수 있다는 잘못된 생각에서 비롯된 결과다. 이러한 미묘한 경계와 혼란을 깊이 고찰한 책이 바로 마이클 샌델의 '돈으로 살 수 없는 것들'이다.


이 책에서 마이클 샌델은 시장지상주의가 우리 사회에 얼마나 깊숙이 침투했는지를 분석하고, 시장 논리가 다룰 수 없는 가치들에 대해 논의한다. 우리가 매일 마주하는 경제적 거래는 단순한 물질적 가치뿐만 아니라 도덕적, 사회적 가치를 포함하고 있다. 이제부터 책에서 제시한 몇 가지 예시를 소개하고자 한다.


앞에서 언급한 금전적 보상에 대해 생각해보자. 흔히 인센티브라고 불리는 이러한 시장 논리에는 도덕적 한계가 존재한다. 저자는 중국의 한 자녀 정책을 예로 들었다. 우리나라도 한 자녀 정책을 시행한 적이 있었으며, 이는 인구수를 조절하기 위한 자연스러운 정책으로 보인다.


하지만 이것이 출산 허가증의 형태로 부여되며 사고파는 시장이 형성된다면 어떨까? 부자는 허가증을 사서 원하는 만큼 아이를 낳고 가난한 사람은 허가증을 팔아서 돈을 마련하는, 서로 윈윈하는 정책이 될 수 있을까? 이것을 합리적이라고 생각했다면, 도덕 논리를 제외하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가난한 사람들에게는 이 정책이 아이를 낳지 말라는 강압으로 받아들여질 수 있다. 아이를 낳지 않는 대신 큰 돈을 준다고 한다면 마다할 사람이 얼마나 되겠는가. 결국 자녀는 부자들의 전유물로 그 의미가 퇴색될 것이며, 가난한 사람들은 권리를 박탈당할 것이다.


이렇듯 시장논리가 물질재화의 영역을 넘어서는 경우에 우리는 도덕적으로 거래해야 한다. 재정적 인센티브가 적절한지 여부를 결정하려면, 인센티브가 보호해야 할 태도와 규범을 변질시키지 않는지 먼저 생각해봐야 한다는 것이다.


보험 중에는 피보험자가 사망 시 보험금을 수령하는 생명보험이 있다. 갑작스러운 죽음으로 인한 주변인들의 부담을 줄여주기 위한 상품이었다. 1900년대 후반, 이 보험을 사고파는 전매시장이 생겼다. 기업들이 직원 명의로 생명보험에 가입하는 투자형태가 대표적이었다. 이는 세제혜택 때문이었는데, 회사가 자신의 목에 가격을 매겨 놓았다는 사실을 아는 직원이 거의 없었다는 것이 충격적이다. 이런 시장은 결국 유족에게 안전망 역할을 해주던 생명보험을 기업의 재정 확보 전략으로 전락시켰다. 기업은 직원의 가치를 업무성과에 두지 않고, 하나의 상품 정도로 취급하며 보험의 원래 목적을 왜곡, 변질시켰다.


샌델은 이러한 문제들에 대한 해결책을 제시한 것이 아니다. '돈으로 살 수 없는 것들'을 통해 우리가 돈의 가치에 너무 익숙해져 있지 않는지 돌아보게 만들어준다. 돈이 모든 문제를 해결해 줄 것이라고 믿는 순간, 진정으로 중요한 가치들을 잃어버릴 위험에 처하게 된다. 시장이 다룰 수 없는 영역이 존재하며, 그곳에서는 도덕적 책임과 인간적 가치가 우선되어야 한다. 이 책은 우리가 자본주의 사회에서 잊고 있던 중요한 질문들을 던져 돈으로 환산할 수 없는 가치를 지키도록 독려한다. 한 번쯤 읽어보는 것을 추천한다.
 


【 청년서포터즈 8기 김영훈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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