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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년발언대] "밴드 붐은 온다(?), 밴드 붐은 왔다"…사회의 거울상과 그 뒷면

 

【 청년일보 】 "밴드 붐은 온다." 근 1년 전부터 한국 음악계에 서동요 기법처럼 돌던 구절이다.

 

붐이 '왔다'도 아닌 '온다'라는 불확실성 속 자조, 그리고 동시에 왔으면 하는 은근한 소망을 내포하고 있는 어수선한 표현이 흥미롭다.


록, 그리고 밴드 음악의 붐은 왔는가? 국내 최대 록페스터벌인 인천 펜타포트 록페스티벌은 작년에 이어 올해도 15만명 전석 매진하는 성황을 이루었다. 밴드 실리카겔은 래퍼 빈지노, 아이돌 그룹 뉴진스와 더불어 한국대중음악상 최다 부문 후보로 선정되어 상을 거머쥐었다.


록 밴드의 열풍은 국내뿐 아니라 해외에서도 다름없는 양상을 보인다. 90년대 브리티시팝의 상징 오아시스(Oasis)의 재결합에 대한 열광, 역주행으로 인해 제2의 전성기를 맞이한 악틱몽키스(Arctic Monkeys)가 록 음악의 재부상을 표하고 있다. 


대학생 사이에서도 밴드 열풍이 불어 밴드 동아리에 대한 수요가 유표히 증가하는 추세다. 우리나라 대표 악기상가인 종로 낙원상가는 근래 악기를 구매하려는 대학생 손님들로 북적이고, 폐업 위기에 놓였던 가게들도 활기를 되찾기 시작하였다. 개인주의적 성향이 강한 Z세대 대학생들이 공부, 취업 준비를 뒤로 한 채 밴드 활동에 열중하는 이유가 과연 무엇인가? 


이를 통틀어 설명할 수 있는 대표적 키워드 하나는 바로 '낭만'이다. 현실에 매이지 않고, 감상적이고 이상적으로 사물을 대하는 태도와 심리. 이전에는 '오글거린다'는 표현으로 규정되던 것들은 '낭만'이라는 새 옷을 입고, 현 2030 세대가 추구하는 방향성이 되었다.


팬데믹 이후를 기점으로 스트레스나 우울감을 쉽게 느낄 수 있는 사회 속을 살아가는 현대인들이 위로를 받고, 자신감을 찾기 위해 '오히려 좋아', '중요한 건 꺾이지 않는 마음' 등의 긍정적인 유행어가 일상에 깃든다. 단절, 고독에 익숙해져 소속감을 느끼기 어려워진 현 시대 속 밴드 활동은 대학생들에게 협업과 공동체 의식, 그리고 상실했던 낭만을 일깨워줄 돌파구가 아닐까.


코로나라는 전무후무한 세계적 위기는 우리 일상에 막대한 영향력을 미쳤다. '밴드 붐'의 기폭제라 하면 필자는 무엇보다도 코로나19를 그 주역으로 꼽을 것이다. 2022년 4월 사회적 거리두기 정책이 해제되고 억눌렸던 공연 관람 수요는 폭발했다. 엔데믹 이후 페스티벌 문화를 처음 접하는 젊은 층이 많아졌으며, 페스티벌에서 밴드 음악을 접한 뒤 그 매력에 빠져 밴드 음악을 찾아드는 것도 흥행에 큰 작용을 하고 있다.


현재 록이 대중들 사이에 각광 받는 건 록 음악 고유의 특성 때문도 있다. 신속하고 정확한 디지털 시대를 살아가고 있는 현대인들은 역설적으로 '아날로그'를 갈망하고 있다. 손쉽게 가질 수 있는 음악 파일을 뒤로 하고 턴테이블의 바늘을 조심스레 내려놓은 채 LP판으로 음악을 듣고, 며칠 후에나 사진을 확인할 수 있는 필름카메라로 추억을 기록한다.


우리는 옛스러움에서 오히려 정감을 느끼고, 특별함을 깨닫는다. 밴드 음악을 구성하고 있는 기타, 드럼, 키보드와 같은 악기들은 아날로그적 측면이 강하고, 소리의 원천을 오감으로 체험할 수 있다.


완벽함을 추구하는 디지털 시대 속 현대인들은 감각의 동원으로 몸소 소통하는, 좀 더 인간중심적인 경험을 원한다. 덜 다듬어진 듯한 날 것의 사운드, 그리고 즉흥적으로 현장에서 관객과의 호흡으로 비로소 무대를 완성해나가는 록 밴드들이 인기몰이를 하고 있는 건 어찌보면 지극히 자연스러운 현상이다.


그래서 밴드 붐은 왔는가? 개인적인 견해를 섞자면, 붐이라 하기엔 아직은 시기상조다. 클래식 음악이나 재즈 음악과도 같이, 록 음악 또한 전성기 때 폭발적인 성장을 이룬 후 정체된 상태에서 아직 못 벗어나고 있는 형편이다.


록이 그간 영향력을 잃었던 것은 '정통 록'만을 고집하는 보수적인 팬들의 시선도 한몫하였는데, 다행히 근래 들어서 이런 경향은 점차 나아지는 추세다. 록의 색채는 유지하면서 대중들도 즐겨들을 수 있는 음악을 하는 밴드들이 많아지고 있고, 잇따라 이 밴드들에 대한 관심도 불어나고 있다.


그러나 록 밴드 음악이 단순히 일종의 노스탤지어를 느낄 수 있는 수단, 혹은 인간성이 결여된 가공 음악으로부터의 피난처에 그치면 이는 발전이 아니라 오히려 록의 퇴행으로 귀착될 수 있다. 인위성을 배제한 자연스러움은 유지하되 나아가 새로운 요소들이 창조되어 대중적인 지지를 받는 날이 오면, 비로소 밴드의 부활이 온 것일 거라 믿는다.
 


【 청년서포터즈 8기 한수진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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