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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년발언대] 탄소규제가 바꾸는 돈의 방향, 자본은 어디로 이동하고 있나

 

【 청년일보 】 "기후정책이 강화되면, 우리 돈은 어디로 가야 하고, 금융시스템은 얼마나 안전한가?"

 

기후정책이 더 이상 환경부서만의 일이 아니다. 탄소세와 배출권 거래제 강화는 석탄발전·철강 등 고탄소 산업의 수익성을 직접 흔들고, 이는 금융기관의 대출 포트폴리오로 이어진다. 유럽중앙은행은 2021년부터 기후리스크를 금융감독의 핵심 변수로 다루기 시작했고, 한국은행도 2022년 평가 체계를 구축했다.

 

이제 금융시장이 던지는 질문은 명확하다.

 

◆ 환경 규제에서 금융 리스크로

 

2015년 파리협정 이후 120개국 이상이 탄소중립을 선언했고, 유럽연합은 2026년부터 탄소국경조정제도를 시행한다. 이는 기업 비용구조를 바꾸는 '경제 변수'가 됐다.

 

중앙은행이 기후를 금융안정 이슈로 본 건 2017년부터다. 영란은행 총재는 "기후변화가 금융위기를 초래할 수 있다"고 경고했고, 금융안정위원회는 리스크를 두 가지로 분류했다.

 

전이 리스크(Transition Risk)는 탄소세 도입이나 내연기관 판매 금지로 관련 산업 수익성이 급락하는 경우다. 석탄발전소가 탄소 배출권 구매로 연 500억 원을 추가 부담하면 이익이 줄고 부도 위험이 커진다.

 

 물리적 리스크(Physical Risk)는 폭염·홍수로 농작물 피해나 부동산 침수가 발생하는 경우다. 2022년 파키스탄 대홍수는 국토 3분의 1을 침수시켰고 현지 금융기관 부실로 이어졌다.

 

결국 기후정책은 대출 부실률, 자산가치 변동, 보험 손실이라는 금융의 언어로 번역되고 있다.

 

◆ 돈은 이미 '저탄소'로 움직이고 있다

 

블룸버그에 따르면 2023년 전 세계 재생에너지 투자액은 1조 7,000억 달러로 화석연료 투자(1조 1,000억 달러)를 추월했다. 유럽 주요 은행의 석탄 관련 대출은 2018년 대비 40% 감소했고, 태양광·풍력 파이낸싱은 2배 이상 늘었다.

 

한국도 마찬가지다. 국내 5대 은행의 석탄발전 대출 잔액은 2020년 12조 원에서 2023년 8조 원대로 줄었고, 친환경 에너지·이차전지 대출은 연평균 25% 증가했다.

 

자본 비용에서도 차별화가 나타난다. 2023년 유럽 그린본드 평균 금리는 일반 회사채보다 10~20bp 낮았다. 반대로 고탄소 기업은 대출 금리가 오르는 '브라운 디스카운트'를 겪고 있다.

 

금융데이터사이언스 관점에서 이는 탄소배출량, ESG 점수, 규제 노출도 같은 새 피처가 의사결정에 통합된 결과다. 일부 자산운용사는 머신러닝으로 탄소배출량·정책 변화·섹터 전염효과를 분석해 포트폴리오를 실시간 조정한다.

 

◆ 기후 스트레스 테스트, 숫자로 본 '기후발 금융 충격'

 

기후 스트레스 테스트는 탄소 가격 급등이나 재해 증가 시 금융기관 손실을 미리 계산하는 작업이다. 유럽중앙은행은 2022년 유로존 은행 104곳을 대상으로 테스트를 실시했다. '무질서한 전환' 시나리오에서 누적 손실은 약 700억 유로(100조 원), 자본비율은 평균 4%포인트 하락했다.

 

전이 리스크 시나리오를 보면, 탄소 가격이 톤당 100유로로 급등하면 철강·시멘트 산업 영업이익률은 5~10%포인트 감소한다. 신용등급이 BBB에서 BB로 떨어지면 부도확률은 약 2배 증가하고, 은행은 대손충당금을 쌓아야 한다.

 

물리적 리스크 시나리오에서는 100년 빈도 홍수가 30년 빈도로 바뀌면 강 유역 부동산 담보가치가 20~30% 하락한다. 한국은행 테스트에서 폭염·호우 빈도가 2배 증가하면 주담대 부실률이 0.3%포인트 상승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주담대 잔액 1천조원 기준 3조원 규모 손실이다.

 

금융데이터사이언스는 기후 시나리오 + 기업 재무정보 + 탄소배출량 + 포트폴리오 노출을 결합해 PD·LGD 모형을 돌리고, 몬테카를로 시뮬레이션으로 손실 분포를 추정한다.

 

◆ 기후 리스크를 숫자로 바꾸는 기술들

 

금융데이터사이언스는 기후정책과 금융을 잇는 '번역기'다. 핵심 도구는 네 가지다.

 

첫째, '시나리오 분석과 몬테카를로 시뮬레이션'이다. 여러 시나리오를 설정하고 수천 번 시뮬레이션을 돌려 손실 분포를 그린다.

 

둘째, '신용위험 모형에 기후 변수 추가'다. 전통적 PD 모형에 탄소배출 집약도, 규제 노출도, 전환 계획 점수를 추가하고 머신러닝으로 부도 영향을 파악한다.

 

셋째, '포트폴리오 최적화'다. "탄소배출량을 연 10%씩 줄이면서 수익률은 최대화하라"는 제약 조건을 추가한 최적화 문제를 푼다.

 

넷째, '네트워크 분석'이다. 기후 충격이 공급망과 금융망을 타고 전파되는 경로를 그래프 이론으로 파악한다.

 

하지만 한계도 있다. 기후변화는 수십 년에 걸쳐 일어나지만 금융 데이터는 10~20년치뿐이다. 탄소배출량 데이터는 기업 자발적 공시에 의존해 정확도가 떨어진다. 시나리오 가정도 주관적이고, 모델 결과는 이에 민감하다. 따라서 숫자는 '정답'이 아니라 불확실성을 구조화하고 논의의 출발점을 제공하는 도구다.

 

◆ 정책과 시장 사이, 남은 질문들

 

기후정책은 자본의 방향을 바꾸고 있다. 고탄소 산업은 위축되고 저탄소 자산으로 자본이 이동하며, 금융데이터사이언스는 리스크를 숫자로 바꿔 의사결정을 돕는다.

 

하지만 쟁점이 남았다. 첫째, 그린 자산 쏠림이 버블을 만들 가능성이다. 모두가 ESG 펀드로 몰리면 가격이 과대평가될 수 있고, 그린워싱 자산이 난립할 위험이 있다.

 

둘째, 고탄소 산업 지역의 고용·경제 충격이다. 석탄발전소와 내연기관 공장이 줄면 지역 일자리가 사라지고, 종사자들이 금융서비스에서 배제될 수 있다. '공정한 전환'을 위한 금융 지원 체계는 여전히 미흡하다.

 

셋째, 모델의 불확실성과 책임 문제다. 스트레스 테스트 결과로 대출을 거부한다면, 모델의 정확도와 공정성을 누가 보증하는가?

 

기후정책이 강화되는 세계에서, 금융데이터사이언스는 어떤 가치와 기준으로 자본배분의 방향을 제시해야 하는지, 환경·경제·사회 정의를 동시에 고려하는 새로운 프레임워크가 필요한 시점이다.
 


【 청년서포터즈 9기 한채연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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