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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년발언대] 의의 퇴색된 재난원인조사, 피해자와 유가족은 또 소외되나

 

【 청년일보 】 지난 10월 28일 행정안전부(이하 행안부)의 재난원인조사가 실제로 행해지는 비율이 매우 낮다는 사실이 밝혀졌다. 재난원인조사는 2014년 세월호 참사 이후 정부가 유사 사고 방지를 목적으로 구축한 제도다.


그러나 국회 행정안전위원회 소속 기본소득당 용혜인 의원의 '재난원인조사 실시 현황과 재난 현황' 분석 자료에 따르면 도입 이후 실제 조사가 이뤄진 횟수는 사상자 5명 이상의 사고 86건 중 23건에 불과하며, 2020년 이천물류센터 화재 이후로는 약 3년간 어떠한 조사도 이뤄지지 않았다. 지난해 10월 이태원 참사, 올해 7월 오송 지하차도 참사 또한 조사된 바가 없음이 밝혀지자 국정 감사에서 정부의 안이함에 대한 지적이 나왔다.


정부의 재난원인조사는 단순히 사고의 원인을 밝혀 더 큰 참사를 예방하는 것뿐만 아니라, 진상규명을 통해 피해자와 유가족들에 대한 도리를 다한다는 점에서 인도적 차원의 의의가 있었다. 한 순간의 사고로 목숨과 일상, 그리고 소중한 사람을 잃은 피해자와 유가족들은 명확한 진상규명이 이뤄져야만 정당한 보상을 받을 수 있었다. 사고 원인을 밝히고 관련 부처나 기관에 책임을 묻는 과정을 거쳐야 보상에 대한 근거를 마련할 수 있었기 때문이다. 하지만 본래 의의가 무색하게도 재난원인조사가 피해자와 유가족 측에 힘을 실어주는 일은 현저히 적었다.


일각에서는 해당 조사의 실시 여부가 행안부 장관의 재량으로 결정되는 것이 가장 큰 문제라고 주장하고 있다. 조사 실시 여부를 결정하는 것은 곧 사건의 경중을 판단하는 것과 같다. 이에 국민의 의견을 반영하는 일이 없으니 사고 당사자인 피해자와 유가족들의 의견 또한 자연히 무시되는 것이다.


한편 지난 10월 30일 행안부는 공식 홈페이지와 블로그를 통해 조사가 부실하다는 보도는 사실이 아님을 주장했다. 행안부의 입장에 따르면, 행안부에서 실시하는 조사와는 별개로 분야별 소관부처의 개별법에 따라 '전문 재난원인조사기구'에서 재난원인조사를 실시하고 있으며, 행안부가 조사를 실시한 23건 외의 재난은 대부분이 이러한 부처별 조사를 거쳤다고 한다.


최근 미실시 사실이 밝혀진 이태원 참사와 오송 지하차도 참사에 대해서는 "검·경의 수사와 국회 국정조사 등이 이뤄지고 있어 추가 조사의 필요성이 낮다 판단했고, 오송 지하차도 참사의 경우에는 사고의 주 원인이 유관기관의 현장 대응 미흡으로 추정됐기 때문에 조사를 실시하지 않은 것"이라고 밝혔다.


그러나 행안부는 지난 9월 국회에 제출된 '사회적 참사특위 종합보고서 권고 이행 현황'에서 '재난원인조사는 수사 등과 달리 재난 원인 분석으로 통한 제도 개선사항 발굴이 목적'이라 밝힌 바가 있다. 즉, 검·경 수사와 부처별 조사는 실시 목적이 다르기 때문에 재난원인조사를 대체할 수 없다는 사실을 시인한 것이다.


행안부의 모순된 입장 표명은 정부가 피해자와 유가족을 외면한다는 일부 국민들의 우려를 더욱 가중시켰다. 이번 일로 원인 규명에 대한 정부의 의지박약이 드러난 것과 더불어 정부가 검·경 수사에 지나치게 의존하고 있다는 의혹에 불이 붙어 해당 사안에 대한 갑론을박이 계속될 것으로 보인다.


이에 지난달 15일 재난 안전관리 기본법 개정안이 국회에 발의됐다. 개정안은 대형 참사 발생 시 행안부의 재난원인조사가 반드시 진행되게 하겠다는 내용이다. 하지만 아직 제안 단계에 머물러 있어 실현 가능성을 섣불리 짐작할 수 없다. 정부가 재난원인조사의 본래 목적과 의의를 상기하고, 조사 여부 판단 방식을 개선하는 과정이 반드시 이뤄지길 바란다.
 


【 청년서포터즈 7기 김미지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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