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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년발언대] 미디어와 소비 트렌드, 파인다이닝 시장을 바꾸다: 데이터로 본 역동적 변화

 

【 청년일보 】 한때 특별한 날에만 찾는 '사치'로 여겨지던 파인다이닝이 이제는 새로운 미식 경험의 장으로 급부상하며 역동적인 변화를 맞고 있다. 미디어의 파급력과 팬데믹을 기점으로 변화한 소비 행태가 맞물리면서 한국 파인다이닝 시장은 전례 없는 활황을 누리고 있다는 분석이다. 특히 2030 젊은 세대의 '경험 소비' 문화 확산이 이러한 변화를 주도하는 핵심 동력으로 작용하고 있다.

 

◆ '흑백 요리사' 신드롬, 파인다이닝 대중화의 신호탄

 

한국 파인다이닝 시장의 변화를 논할 때, 특정 미디어 프로그램의 영향력을 빼놓을 수 없다. '흑백 요리사'와 같은 요리 경연 프로그램의 흥행은 파인다이닝에 대한 대중의 인식을 근본적으로 변화시키는 결정적인 계기가 됐다.

 

과거에는 고가의 음식이라는 이유로 심리적 장벽이 높았지만, 프로그램이 요리사들의 장인정신과 철학, 그리고 요리에 담긴 예술적 가치를 조명하면서 파인다이닝은 단순한 '비싼 음식'이 아닌 '가치 있는 경험'으로 재정의되기 시작했다.

 

한국경제신문이 BC카드에 의뢰해 파인다이닝 33곳의 매출을 조사한 결과에 따르면, 프로그램 방영 직후 3주간, 미쉐린 1~3스타 레스토랑의 매출은 전년 같은 기간 대비 23.3% 증가하며 이례적인 성장세를 보였다.

 

이는 전반적인 외식산업 경기 침체를 고려할 때 더욱 두드러지는 수치다. 이러한 증가는 단순한 매출 상승을 넘어, 파인다이닝 시장의 견고한 성장세를 나타내는 핵심 지표로 볼 수 있다. 또한, 주말 예약 건수는 프로그램 방영 후 3~4배 늘었으며, 캐치테이블과 같은 식당 예약 플랫폼에서는 파인다이닝 예약 증가율이 전주 대비 150% 상승하기도 했다.

 

미디어의 파급력은 대중의 관심도 변화라는 객관적인 데이터 지표로도 명확히 드러났다. 네이버 데이터랩 분석 결과, '흑백 요리사' 방영이 시작된 9월 중순부터 '파인다이닝' 검색량은 이전 대비 무려 20배 이상 폭증했다.

 

이는 전 국민적인 관심이 특정 미디어 콘텐츠를 통해 어떻게 즉각적이고 측정 가능한 파급 효과를 낳았는지를 보여주는 압도적인 수치다. 나아가, 구글 트렌드에서도 유사한 양상이 포착되어, 같은 기간 '파인다이닝' 관련 검색량이 10배가량 급증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러한 검색량의 폭발적인 증가는 파인다이닝이 단순한 고급 외식을 넘어, 이제는 대중적 관심사로 부상했음을 통계적으로 증명한다.

 

두 주요 검색 엔진에서 공통적으로 나타난 이 같은 검색량 증가는, '흑백 요리사' 프로그램이 특정 사용자층을 넘어 폭넓은 대중의 파인다이닝에 대한 호기심을 자극했음을 시사한다.

 

이러한 인식 변화는 특히 2030세대 소비자들에게 큰 영향을 미쳤다. 불필요한 소비를 자제하는 '요노족'으로 불리던 이들이 파인다이닝에 지갑을 열기 시작한 것이다.

 

이는 소비자들이 단순히 식사를 넘어, 셰프의 메뉴 의도나 식재료에 대해 적극적으로 질문하며 파인다이닝 문화를 이해하고 존중하려는 태도로 변화했음을 보여준다. 동시에 인스타그램 등 SNS를 통한 '인증 소비' 문화 확산은 파인다이닝의 인기를 더욱 부추겼다.

 

화려한 플레이팅과 독특한 분위기는 '인스타그래머블'한 콘텐츠로 활용되며, '파인다이닝 도장 깨기'와 같은 새로운 미식 문화를 형성하는 데 기여했다. 이는 Z세대가 '경험'을 통해 자신만의 취향을 확장하고 만족감을 얻는 경향과도 맞닿아 있다.

 

◆ 팬데믹 전후 소비 행태 변화, 파인다이닝 시장의 변곡점

 

코로나19 팬데믹은 파인다이닝 시장에 또 다른 변곡점을 가져왔다. 해외여행 제한으로 억눌렸던 소비 욕구가 국내에서 폭발적으로 분출되는 '보복 소비' 현상이 나타나면서, 명품, 프리미엄 가전 등 고가 사치재 시장은 비약적인 성장을 경험했다. 파인다이닝 역시 넓은 공간과 적은 방문 인원으로 감염 위험이 낮다는 인식이 확산되며 이러한 '보복 소비'의 일환으로 주목받았다.

 

세계 고급 패션 브랜드 시장은 팬데믹 2년차인 2021년에 31.8%, 2022년에는 20.3%의 높은 성장률을 기록하며 특수를 누렸다. 파인다이닝 역시 이러한 흐름을 탔는데, 네이버 검색량 기준으로 파인다이닝의 유행은 2022년에 절정을 이루었는데, 2021년 7월 대비 검색량이 4배 폭증한 구간이 나타났으며, 이는 2017년부터 2019년까지 검색량이 약 2배 성장한 기존 추세가 팬데믹 기간에 더욱 가속화되었음을 보여준다.

 

하지만 엔데믹 전환과 함께 해외여행이 재개되면서 '보복 소비'의 흐름은 점차 약화됐다. 고물가와 고금리 여파로 가계의 지갑이 닫히면서 전반적인 소비 위축 현상이 심화됐다.
실제로 BC카드 연간 전체 카드 이용 금액은 전년 대비 7.2% 감소했으며, 전체 요식업 매출은 6.6% 감소했다.

 

특히 2030세대의 경우, 지난해 평균 소득 증가율(1.9%)이 소비자물가 상승률의 절반에 그치면서 경제적 부담이 커졌다. 이에 따라 2024년 상반기 2030세대의 외식 건수는 전년 동기 대비 9% 감소하여, 다른 연령대에서 3% 증가한 것과 대조적인 모습을 보였다. 이는 전반적인 소비 위축 속에서도 특정 연령대의 외식 소비 형태가 어떻게 변화하고 있는지를 보여주는 중요한 사회경제적 지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경험 소비'와 '가심비'를 중시하는 경향은 더욱 뚜렷해졌다. 전반적인 소비 위축 속에서도 '불필요한 소비는 자제하되, 한 번을 쓰더라도 제대로 쓰자'는 '요노(YONO)' 현상이 확산된 것이다.

 

이러한 맥락에서 파인다이닝과 오마카세 등 고급 외식에 대한 수요는 역설적으로 증가하는 모습을 보였다. 2030세대는 한 끼 식사가 10만~20만원에 달하는 파인다이닝을 '좋은 경험'으로 인식하며 만족감을 얻고 자신의 라이프스타일을 표현하고자 한다.

 

이는 소비자들이 잦은 외식보다는, 한 번을 먹더라도 기억에 남을 만한 특별한 경험에 투자하는 경향이 강해졌음을 시사한다.

 

◆ '미쉐린 가이드'로 본 시장의 견고한 성장

 

이러한 미디어의 영향과 소비 트렌드 변화는 파인다이닝 시장의 양적, 질적 성장으로 이어졌다. 권위 있는 미쉐린 가이드 서울의 스타 레스토랑 수 변화는 이를 명확히 보여주는 지표다.

 

미쉐린 가이드 서울의 스타 레스토랑 수는 2017년 24개에서 2023년 35개로 꾸준히 증가하며 한국 파인다이닝 시장의 성장을 보여주었다. 2024년에는 3스타 레스토랑 수가 감소했으나, 총 스타 레스토랑 수는 33개로 여전히 높은 수준을 유지했으며, 2025년에는 37개로 다시 증가하여 시장의 견고한 회복세를 나타낸다. 이는 미쉐린 가이드가 국내 파인다이닝 시장의 기준점을 제시하고 신뢰도를 높이는 데 크게 기여했음을 시사한다.

 

종합해보면, 한국 파인다이닝 시장은 '흑백 요리사'로 대표되는 미디어의 강력한 영향력과 팬데믹 전후 소비 행태 변화, 특히 '경험'을 중시하는 젊은 세대의 선택적 소비가 맞물려 '나 홀로 호황'을 누리고 있다.

 

전반적인 경제 위축 속에서도 특정 가치에 대한 지출은 오히려 늘리는 소비 양극화 현상이 심화되면서, 파인다이닝은 단순히 한 끼 식사를 넘어 문화적 경험과 자기 표현의 수단으로 자리매김하고 있다. 이러한 역동적인 변화 속에서 한국 파인다이닝 시장은 앞으로도 새로운 미식 트렌드를 이끌며 지속적인 성장을 이어갈 것으로 전망된다.
 


【 청년서포터즈 8기 이채은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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